기업은행과 한국IBM 제휴 의미는?
기업은행과 한국IBM이 중견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기업은행 기업자금관리(CMS) 솔루션 '이브랜치'(e-branch)와 한국IBM이 제공하는 SAP 온디맨드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을 묶어 SMB 시장을 파고든다는게 골자랍니다.
기업은행-한국IBM, SMB 향해 온디맨드 ERP 쏜다
(http://www.bloter.net/_news/8df42ebfa5d96847)
제가 보기에 양사 제휴에는 매우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SMB 정보화는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서로 '맹주'를 자처해왔습니다.
산업자원부는 '3만개 중소기업 IT 사업'을 벌여왔고, 이에 뒤질세라 정보통신부는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통신 사업자들이 ASP(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개인사업자와 소기업 정보화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합니다. 기업 정보화를 위해 정부가 '자금'을 동원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는 진영과 기업 정보화는 기업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지 거기에가지 국민의 '혈세'를 써야 하는 것이냐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중견중소기업 정보화가 기업 경쟁력 향상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길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총론은 같지만 각론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셈입니다.
그런점에서 기업은행과 한국IBM간 제휴는 정부주도형 중기정보화 사업과는 차별화돼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주 업무인 '은행'과 솔루션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민간 사업자'가 손을 잡은 것이죠. '자금'과 '기술'이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와 달리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이유가 없습니다. 괜히 단기적 성과에 집착했다간 사업 모델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죠. 거룩한 간판보다는 내실을 따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오랫동안 기업을 평가하는 노하우를 축적해온 기업은행도 이번 협력을 통해 유망 기업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동시에 고객 확보에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정책 지원금을 통해 정보화를 단행했던 중견중소 기업들도 정보화에 대한 필요성을 한번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이제 의사결정권자의 생각도 바뀌었고 내부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 시스템 활용에 눈을 뜬 상황입니다.
오라클 ERP를 서비스와 임대 형태로 제공하는 오병기 넥서브 사장은 "한번 정보화를 경험한 고객들이 제대로 도입하고 싶어 한다. 이런 고객들은 IT 예산도 별도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솔루션 업체들이 접촉하는데 한결 수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로 중견중소 기업 정보화 시장을 둘러싼 솔루션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입니다. 특히 오라클과 SAP로 대변되는 외산 ERP 업체들의 파상 공세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전포인트입니다.
SAP코리아는 한국IBM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IBM은 현재 '온디맨드 서비스'를 기업용 응용 프로그램 분야까지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로터스/노츠' 협업 솔루션과 SAP의 ERP를 제공하고있지만 앞으로 어떤 응용프로그램 추가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SAP는 세일즈포스닷컴 CRM 서비스, 오라클 서비스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관련 제품도 출시해 놓은 상태입니다.
기업은행과 손을 잡은 한국IBM 조직은 한국IBM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입니다. 한국IBM 아웃소싱 핵심부서인 셈입니다. 이 조직은 토털 아웃소싱부터 인하우스 아웃소싱을 모두 다루고 있고 나름대로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이 조직의 움직임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경조 한국IBM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 대표 겸 부사장
한국오라클은 넥서브에 이어 지난해 KT라는 걸출한 파트너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번 자료에서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와의 경쟁이란 가시적인 모습외에 서비스 시장을 놓고 전문 업체인 한국IBM과 서비스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KT의 경쟁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측면에서 한국IBM이 분명 한발 앞서고 있지만 '비즈메카'를 통해 꾸준히 노하우를 축적해온 KT의 행보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중견중소기업 시장을 겨냥한 솔루션 업체와 서비스 업체간 경쟁은 올 한해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