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이어2007]SAP 1분기 매출이 오라클 1년 매출?
둘도 없는 친구에서 이제는 원수 사이로 바뀐 회사.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회사. SAP와 오라클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틈새를 겨냥한 아주 영리한 회사다.
SAP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은 유닉스 장비 위에 탑재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찰떡 궁합'을 이뤘다. 두 회사가 각각 기업용 응용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은 것도 이런 찰떡 궁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견원지간이 됐다.
오라클은 ERP에 뛰어들었지만 SAP, 피플소프트, J.D. 에드워드등과 경쟁에서 힘겨워했다.
오라클이 선택한 카드는 피플소프트에 대한 적대적인 인수합병. 오라클은 공개적으로 피플소프트를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겠다고 공표했고, 주주자본주의가 횡행하는 미국 답게 피플소프트 주주들은 독자적인 생존을 고수하겠다는 경영진들을 내치고 피플소프트를 오라클에 넘겼다. (사진 : SAP의 레오 아포테커 경영위원회 임원 & 글로벌 영업 부문 부회장)
오라클은 ERP 시장에서 단숨에 세계 2위로 올라섰고, 이후 고객관계관리(CRM) 업체 1위인 시벨도 삼켰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이제 SAP와 당당히 겨룰 수 있게 된 셈이다. 오라클은 인수합병 전략을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굳이 오랜 기간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길을 가지 않았다.
이런 전략은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SAP의 독주가 머지않을 것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SAP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SAP는 13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하고 있다. SAP 제품과 기술 커뮤니케이션 담당 윌리엄 홀 수석 부사장은 "SAP와 오라클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고객사들의 비즈니스 혁신에 35년 동안 힘써왔다. 고객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반면 오라클의 경영진들은 100% SAP만 이야기한다. 고객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오라클의 급작스런 매출 성장은 돈으로 29개의 기업을 인수해서 달성된 것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지난해 오라클이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을 판 매출은 SAP가 지난해 4분기 달성한 매출액보다도 적었다. 경쟁 자체가 안된다"고 말한다.
SAP는 오라클의 공동의 적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듀엣'이 바로 협력의 결과물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HP가 듀엣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프로라이언트 서버를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듀엣의 우군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레오 아포테커 경영위원회 임원 & 글로벌 영업 부문 부회장은 "고객사의 99%가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고객들의 요구를 SAP가 수용하면서 두 회사가 긴밀히 일하고 있다. 이번에 지속적인 듀엣 로드맵을 공개한 것도 고객들을 향한 두 회사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듀엣은 SAP의 ERP 데이터를 현업 사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다. ERP에 로그인 하지 않아도 오피스에서 일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그동안 진행됐던 협력을 연장하고 공동으로 제품 로드맵도 공개했다.
제프 레익스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 부문 총괄사장(오른쪽 사진)은 "쉐어포인트를 통해 SAP의 비즈니스 인포메이션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더욱 강력한 결합이 가능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쉐어포인트의 기능들을 더욱 확장해 SAP를 돕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SAP의 협력으로 탄생한 듀엣은 국내에서는 테스트 중이다. 아시아 국가중에는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에서 적용돼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자국언어로 바꾸고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듀엣 도입의 걸림돌이 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군을 많이 활용하는 고객이 적용이 가능한데, 국내 대기업들은 자체 그룹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SAP의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이런 기능들을 쉽게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두 회사의 협력은 국내에서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듀엣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SAP ERP 데이터를 현업 사용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미 많은 고객사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오피스 제품군과 익스체인지 신제품을 발표했다. 최근 관련 제품 판매를 위해 분주하다. 신제품 판매의 호재로 통할 ERP 데이터와의 연동을 마다할 리 없다. 본사에서의 협력이 모두 현지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SAP코리아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에서도 오라클의 추격을 떨쳐내려고 한다. 두 회사의 협력이 강화되면 한국오라클의 대응전략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