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경쟁과 협력의 끝은 어디인가?
요즘처럼 시장이 빠르게 변해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요즘은 기술뿐만이 아니라 사고 방식, 문화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비즈니스까지 복합적으로 엮이다 보니, 6개월 앞을 미리 그려보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땐 시장을 보는 감각이 중요한데 쉽게 높일 수 있는 내공이 아니다.
구글,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요즘 IT 관련 블로고스피어에 자주 등장하는 회사들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반자가 되는 경우가 꽤 많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대상 최대 규모 행사인 TechEd 2005(13,000명 참석함)에서 Sun과 Microsoft는 동반자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Microsoft CEO인 Steve Ballmer는 Sun CEO Scott McNealy를 친구라 표현하며, Sun Box를 데모 머신으로 사용하였고,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
We'll see how good this Sun-Microsoft partnership is right now
- Steve Ballmer @ TechEd 2005
![]()
이처럼 경쟁과 협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근데 요즘 구글,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과 협력이라는 손바닥의 양면을 뒤집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나왔다.
Is Adobe Set To Partner with Google To Take On Microsoft?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견제를 위한 구글과 손잡다' 정도라고 번역해 보았는데, 상당히 긴 기사임에도 실제 구글을 언급한 부분은 두 문장 밖에 되지 않는다.
![]()
어도비의 고위 임원이 어도비와 구글이 차세대 ASP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구축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한 것을 나에게 엉겁결에 말한 사실에 나는 매우 놀랐다. 이 ASP 개념은 분명히 웹 기반의 플래쉬 및 페이지 레이아웃 소프트웨어와 오피스 생산 툴을 포함하는 중소기업 대상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제품군을 돌려 표현한 것이리라......
I was surprised recently when a senior Adobe executive let slip that Adobe and Google had recently talked about a joint project to deliver future ASP applications. The concept apparently revolves around a suite of SMB office applications that include web software, Flash and page layout software as well as office productivity tools.
- David Richards, Associated Press, Reuters
![]()
마이크로소프트가 Silverlight을 필두로 웹 및 미디어 플랫폼을 고객에게 제시하는 상황에서 어도비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공략하기 위해 구글과 손잡고 중소기업 대상의 온라인 오피스 SaaS 애플리케이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생각한다. 어도비의 RIA 기술과 구글의 서비스 모델이 합쳐졌으니 뭔가 기대는 잔뜩 되지만, 이전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중소기업 대상의 온라인 오피스 시장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큰 주목을 하고 있지 않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플랫폼으로서의 오피스 시스템을 밀고 있다.
<관련글:MS 오피스는 왜 온라인으로 서비스되지 않는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기사의 내용대로 어도비와 구글이 손을 잡는다면...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어도비 입장에서는 구글을 통해 스스로 얻기 힘든 온라인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고, 구글 입장에선 어도비를 통해 디자인과 엔터테인먼트의 버티칼 시장으로 상대적으로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글은 어도비의 기술을 통해 보다 많은 웹 컨텐츠를 양산해 낼 것이고, 더욱 많은 사용자들은 사용자 경험에서 휠씬 좋아진 웹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이 웹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더 많은 구글 서비스 사용자 들은 구글 사업 모델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줄 것이다. 물론 둘 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를 견제하면서 말이다.
근데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다.
Adobe to take Photoshop online
기사에 따르면 어도비는 구글의 온라인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인 Picasa를 견제하기 위해 온라인 포토샵을 6개월 이내에 출시한다고 한다. 어도비가 온라인 버전 포토샵을 내놓게 되면, 분명 데스크탑 기반의 포토샵 영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근데 조심스럽게도 출시한다고 한다. 구글의 Picasa에게 온라인 이미지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협력할 건 하고, 경쟁할 건 한다는 쿨한 모습이다.
근데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사가 누구씨의 발목을 붙잡는다.
Google Acquires Marratech; Gets Into WebEx Territory
구글은 최근 시스코가 인수한 WebEx의 경쟁 회사인 웹 e-Meeting 솔루션인 Marratech을 인수하였다. e-Meeting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Office Live Meeting과 시스코의 WebEx 그리고 이젠 구글의 Marratech...근데 흥미로운 점은 Marratech의 솔루션 기술이 어도비의 아폴로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바로 Desktop 설치 기반 리치 애플리케이션이다. 구글이 어도비의 성역으로 진입하려 한다고 해석하면 누구씨의 음모일까?
구글,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이 세 회사의 핵심 전략가들은 요즘 머리 많이 아플 것 같다. 누가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를 견제하고, 손을 잡은 누구들은 서로를 견제하고...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엔드 유저 대상으로는 무료 서비스 제공하여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그 기반으로 그들의 중요 매출이 나오게 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선점하려고 하는 노력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과연 이들은 경쟁하고 있는 것인가 협력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블로거들은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