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잇수다] ④소셜미디어 저작권 애정남
2012-05-25 김철환
여러분에게 문제를 내 보겠다. 다음 중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1 술자리에서 고주망태가 된 친구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2 연예인들이 트위터로 올린 사진을 블로그에 게재했다.
#3 회사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과 내용 일부를 기업 블로그에 게재하면서 기사 원문으로 갈 수 있는 링크를 걸었다.
#4 트위터에서 발견한 유머,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5 책 리뷰 트윗들을 모아 책 소개 사이트에 광고로 사용했다.
#6 중부지방 홍수 소식을 뉴스 속보로 전하기 위해 트위터에서 공유되고 있는 현장 사진을 사용했다.
다 침해라고 볼 수도,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어떤 것을 정답으로 선택했다면 다음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1 친구가 고주망태가 되었다면 사진을 찍은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흐트러진 모습이라니. 당연히 불쾌하겠지만 그래도 친구 아닌가? 남들도 다 친구 사진을 올리는데 뭐가 문제란 거야.
#2 연예인은 공인이다. 공인들의 초상권은 제한적으로만 보호한다고 들었다. 판매 목적으로 찍은 화보 사진도 아니고, 어차피 팬들을 위해 스스로 공개한 사진 아닌가.
#3 우리 회사 소식이고 전문을 게재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링크를 걸어줬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트래픽까지 만들어 주는데.
#4 길어야 140글자, 거기에 무슨 저작권이 있겠어. 말도 안돼.
#5 공개적으로 추천해준 건데, 광고로 사용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공개 추천도 어차피 자발적인 광고 아닌가.
#6 뉴스라는데 저작권이 중요하겠어? 사진으로 돈 버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안전이라는 공익 목적으로 사용한 건데.
이러한 이유들은 타당한 것일까? 정답은 팟캐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힌트를 드리겠다. 변협 대변인과 대법원 지재권분과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 최진녕 변호사는 '애정남'을 자처하면서 모든 답은 법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 소셜잇수다에 '애정남'으로 출연한 최진녕 변호사
“트위터의 리트윗이나 사진을 공유하는 것 등의 저작권법적인 의미는 인용입니다. 인용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제28조에서 규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저작권법을 살펴보면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저작물이 공표된 것일 것, 인용하는 목적이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일 것, 인용 정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최변호사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공개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두 개의 요건만 따져보면 된다고 부연한다.
“두 번째 요건은 비영리로 이해하면 쉬울 것입니다. 다만 세 번째 요건인 정당한 범위가 애매할 텐데요, 이를 풀어 설명하자면 '최소한의 분량으로만 인용하여 원저작물의 시장 수요를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무단으로 퍼가서 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다면 원저작물을 감상할 수요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의 일부와 링크를 개인 블로그에 게재하는 것은 오히려 트래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눌려줍니다. 당연히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겠죠.”
최변호사는 트위터 문구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되레 질문을 한다.
“정성수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는 시집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면 ‘사랑한다는 것. 아름다운 슬픔’입니다. 140자는커녕 그 10분의 1인 14자도 안됩니다. 그렇다고 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작권은 그렇다 치고 초상권 문제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초상권이라고 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초상 사진을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간과하는 권리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찍히지 않을 권리다. 본인이 찍힌 줄도 모르는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단 말이다. 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공개할 때는 그 사실을 당사자들에게 알려주는 태그 기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연예인이라고 초상권이 없을까. 게다가 연예인의 모든 사진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저작권을 까다롭게 적용하면 자칫 소셜미디어가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한미FTA로 강화된 저작권도 걱정거리다. 여기에 대해 최 변호사는 최근 국내법에서 수용하고 있는 저작물의 공정이용 법리를 소개한다.
“공정이용 법리는 저작권을 산업과 문화 발전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작물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어야 관련 산업과 문화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법에서도 저작권 침해로 인정하지 않는 조건과 범위를 확대하려 노력 중입니다.”
앞서 문제들의 정답이 궁금하신가? 더 많은 애매한 사례들과 공정 이용 법리가 알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지금 ‘소셜잇수다-소셜미디어 저작권’을 청취해보시라.
[audio src="http://traffic.libsyn.com/socialitsuda/socialmedia_copyright.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