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구원투수는 맛있는 사진관리 서비스"

2007-05-03     이희욱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대적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싸워봤자 이길 수도 없고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경쟁사와 비교할 때 이렇다할 대표상품이 없었잖아요. 그만큼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 들인 공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파란이 내놓은 서비스 가운데는 최고란 평가에요."


이선재 팀장의 이 말에는 그동안 파란이 겪은 마음고생과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KTH가 운영하는 파란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파란이 어떤 곳인가. 먼 옛날, PC통신 1세대인 하이텔로 출발한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산증인이지만, 도토리 키재기식 서비스로 '만년 하위권'이란 비아냥거림과 함께 모기업인 KT의 자존심을 구긴 탕아이기도 하다. 영욕의 시간동안 와신상담 재기를 꿈꾸던 파란이 이번에는 꽤 쓸 만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푸딩'은 이름처럼 맛깔나고 색깔 있는 사진관리 서비스다.



푸딩은 파란의 절박함이 낳은 자식이자, 아직 죽지 않았다는 자존심의 산물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의 어떤 서비스보다 회사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이선재 팀장에겐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열 번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이선재 팀장에겐 푸딩이 가장 대견한 자식인 모양이다. 푸딩은 과연 파란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 이선재 팀장


Q. 푸딩은 어떤 서비스인가.


원초적 정의는 '멀티미디어 UCC의 개인화 공간'이다. UCC라 하면 텍스트부터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들은 모두 생산자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일단 푸딩은 이 가운데 사진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포토라이프를 영위하는 사람들이 자산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 손쉽게 꺼내보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 것이다.


Q. 서비스의 철학에 대해 소개한다면.


좀 어려운 얘기부터 시작하겠다. 웹서비스란 영화 속 매트릭스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본다. 매트릭스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느끼고, 맛보고, 냄새맡고, 보는 것들이 현실이라면 현실은 그저 뇌에서 해석해 받아들이는 전기신호에 불과해." 결국 문제는, 현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오라클이 지배하는 매트릭스같은 세계를 꾸며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행복을 주는 매트릭스로 사람들을 인도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점을 두고 많은 논의가 오갔다. 일단은 자산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고 결론내렸다. 많은 UCC 가운데 사진이란 자산이 현 시점에서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높았다. 푸딩은 그런 점에서 자신의 자산을 쌓으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계가 깊어지고 발전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곳이다. 도시도 처음엔 집뿐이지만 사람들이 이사오면서 집이 한두 채씩 늘어나고 관계를 만들어 이웃이 생긴다. 자산을 확보하고 쌓게 되면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애정과 추억이 쌓이는 공간! 푸딩이 바로 그런 곳이다.




Q. 서비스 내용을 좀더 자세히 소개해달라.


▲ 발문1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형태를 분석해봤더니, 쌓는 행위부터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미니홈피의 경우 최대 5MB밖에 올리지 못한다. 블로그도 사진을 올리고 관리하기엔 적합한 도구가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 추억을 쌓고 이웃도 맺으려면 관계를 맺는 과정 못지 않게 저장공간도 엄청나게 커야 한다. 개인들의 현황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10GB 이상의 사진들을 PC에 그대로 쌓아두고 있더라. 자주 꺼내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대용량의 추억 저장공간을 웹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처음엔 1GB 이상 한꺼번에 올리는 걸 생각했는데, 네트워크 속도가 거기까진 못 받쳐주더라. 그래서 일단 500MB까지 한꺼번에 올리게 하고, 저장공간도 5GB까지 줬다. 활동 실적에 따라 저장공간은 더욱 늘려줄 생각이다. 


준비단계부터 디지털 카메라 이용자들을 다방면으로 조사했다. 외부 의뢰도 하고 심층 인터뷰도 가졌는데 몇 가지 흐름이 잡혔다. 사진을 찍으면 일단 저장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게 순서다. 첫 번째인 저장 단계부터 접근했는데, 수백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올리면 크기나 방향 등이 제각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편집 기능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 판단하고 거기에 주력했다. 푸딩은 편집시 별도의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AJAX를 이용해 그 자리에서 손쉽게 작업하도록 했다. 편집 기능 자체도 굉장히 파워풀하다.


사진 자체도 플래시로 변환해 고유한 XML 주소를 넣었다. 원본을 퍼나르지 않고 XML 주소만 복사해 다른 데 붙이면 된다. 이렇게 사진을 여러 곳에 퍼나르더라도 이용자가 자기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100곳에 퍼나르더라도 100곳의 반응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에도 한몫 한다. 이 기능은 우리가 특허출원중이다. 친구신청같은 이웃맺기 기능이나 RSS 지원기능 등은 당연히 되는 기본 서비스다.


Q. 그렇다면 개인 맞춤 저장공간에 초점을 맞춘 건가.



현재로선 그렇게 포지셔닝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대적할 수는 없다. 푸딩을 이들의 대항마로 내세웠다간 백전백패다. 그래서 틈새시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블로그나 미니홈피처럼 되는 거다. 이른바 세컨티어 전략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집합소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집합소는 밑밥일 뿐이다. 집에 가보라. 개인 자산이 다 쌓여 있다. 그렇다고 집을 모든 자산이 쌓여 있는 곳으로만 정의하지는 않는다. 집합소는 당연한 거고, 공유와 소통이 이뤄지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Q. DSLR같은 고해상도 디카가 보급되면서, 5GB도 대용량은 아닌 느낌이다.



적은 용량이라는 말씀도 맞다. 그런데 이용실태를 조사해보니, PC도 웹도 무조건 원본만 저장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요즘은 대부분 900~1천픽셀을 쓰는 분위기다. 푸딩도 가로 해상도를 1천픽셀에 맞췄다. 직접 보관하는 건 몰라도 사람들과 공유하는 건 1천픽셀 정도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대부분 400~500픽셀 수준이다. 우리의 초반 타깃은 DSLR 사용자다. 상대적으로 고화질을 선호하는 계층이다. 이들이 초기 거주자가 돼주길 원한다. 생활속에서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 다음 고객이다.


Q. 구글 피카사나 네이버 포토매니저도 다양한 사진편집과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 발문2
우리의 경쟁상대가 피카사는 아니다. 우리는 웹 기반이다. 물론 우리도 애플리케이션은 준비하고 있다. '푸딩 메이커'란 편집도구를 곧 내놓을 것이다.


Q. 푸딩 정식 출시는 언제였나.



3월5일 문을 열었다. 시범서비스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정식이나 다름없다. 더 빨리 출시할 예정이었는데, 두어 차례 연기했다. 이용자 테스트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보여서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서비스다. 디자인이나 사용성 측면에서 이제껏 파란이 내놓은 서비스 중 최고라는 평가다.


Q.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몇 가지로 나뉜다. 500MB를 한 번에 올리는 게 매력적이다, 1천픽셀을 지원해서 시원해서 좋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CCL이었다. 푸딩은 CCL을 도입했는데, DSLR 이용자들이 특히 저작권 보호 관련해서 호응이 좋았다. 그 밖에 디자인이 심플하다거나 사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집단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내 사진을 자랑하거나 공유하는 광장 즉 커뮤니티 기능이 없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이건 2.0 버전에서 나올 거다. 차별화가 부족하다, 배경음악같은 유료 아이템이 없다, 액티브X를 깔아야 하는 점이 마음에 안 든다, 자유도가 떨어진다 등등의 지적이 있었다.


Q. 부족한 점에 대한 보완책은 무엇인가.


일부는 2.0 버전에서 반영하고, 올해 하반기에 해결할 부분도 있다. 네이버 블로그 시즌2의 경우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 우리도 2.0 버전에서는 자유도를 보다 높여줄 생각이다. 우리는 사진도 동영상도 플래시 기반이라 굉장히 화려하다. 사진 위에 플래시 아이템을 줘서 눈꽃이 내리게 하거나 폭죽을 터뜨릴 수도 있다. 재미와 개인화의 두 요소가 2.0 버전에서 강화될 거다. 사람들의 요구가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심플하긴 한데, 벌써부터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도 빠르게 대응하려고 한다. 모두가 지속적으로 자산을 쌓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강력한 결속력을 만드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들이다.


Q. 2.0 버전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 예정인가.


▲ 발문3
우선 사진 외에 별도의 동영상 서비스를 띄울 예정이다. 지금도 푸딩에서 동영상을 올릴 수는 있지만 초점은 역시 사진이다. 하반기에는 음악 관련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과 관련해선, 여러 경로를 활용해 쉽게 사진을 저장하는 기능을 줄 생각이다. 예컨대 e메일에 사진을 첨부해 자신의 푸딩 주소로 보내면 바로 사진이 등록되는 식이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바로 사진을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태그나 조회수, 댓글로 보기 등 정렬 기준도 강화한다. 


RSS 지원도 세분화한다. 지금은 블로그 전체, 푸딩 전체에 대한 RSS 주소만 지원하는데 폴더별로 RSS를 달아주면 어떻겠느냐, 몇몇 사람들이 공통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 폴더를 만들어주면 어떻겠느냐 등의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다. 상호 소통영역을 강조하다보면 블로그와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 부분은 고민중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스토리를 부여하는 '루프'란 기능이 있는데, 지금은 썸네일 형태지만 큰 사이즈로 보여주는 기능도 준비중이다. 루프는 4종류가 있는데 이것도 금세 부족하고 싫증낸다. 올해 안에 20~30종을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액티브X도 되도록 걷어내고 플래시 기반으로 바꿀 예정이다.


푸딩은 사진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인만큼, 사진과 관련해선 모든 걸 검토했다고 봐도 된다. 예컨대 안면인식 기능도 2.0에서 도입된다. 초반은 재미있게 꾸밀 것이다. 예컨대 자신과 닮은 연예인을 찾거나 내 친구들 사진 가운데 닮은 사진을 찾는 식이다. 그걸 퍼다 내 블로그에 옮겨올 수도 있다. 재미를 강조해 사진 서비스의 차별화 요소를 가져오려는 것이다.


Q. 2.0은 언제쯤 선보일 예정인가.



오는 7월께로 잡고 있다.


Q. 2달 동안의 푸딩 성적표는.



출범 첫 달인 3월의 순방문자수는 거의 100만 가까이 나온다. 4월에도 150만~200만은 될 것 같다. 파란 입장에선 높은 수치다. 방문자 비율은 남자가 70%고 여자가 30%다. DSLR 이용자의 성별 분포와 비슷하다. 연령대도 25~34살이 많다. 우리가 포지셔닝한 대로 맞아떨어져가는 것 같다. 결국은 외부에 얼마나 인지시키고 알리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 '연예인과 함께하는 80일간의 세계일주'같은 이벤트도 그런 차원에서다. SCC(스타 크리에이티드 콘텐츠)를 활용하려 한다.


Q. 파란 내에서 푸딩의 위치는.



파란의 전략은 크게 두 방향이다. 하나는 검색, 둘째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커뮤니티는 푸딩과 블로그에 집중하고 있다. e메일은 기본 플랫폼이라 특별히 모든 회사들이 메일에 대해서는 방향을 못찾고 있다. 모든 파란 개인공간의 중심은 블로그와 푸딩이 될 거다. 메신저나 e메일, 주소록 등을 통합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개인화서비스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Q. 블로그와 관련해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발문4
블로그는 아직도 성장하는 시장이다. 우리도 지난해에 밑거름을 준비한 게 있다. 이웃블로그 그리고 블로그 스페이스다. 이웃블로그는 RSS 주소로 이웃을 맺도록 한 서비스다. 파란 내에서가 아니라 네이버나 설치형 블로그도 모두 이웃이 될 수 있다. 그걸 통해 콘텐츠를 수급하는 성과도 있었다. 블로그 스페이스는 일종의 메타블로그로, 블로그 포스트를 소비해주는 공간이다. 앞으로는 이웃블로그를 좀더 발전시켜, 블로그 첫 화면을 RSS 수집기로 대체할까 생각중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전에 어떤 글이 수집됐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포스트를 올리고 블로그 스페이스에서 소비하는 방식이다.


Q. 그건 RSS 리더와 블로그를 섞어놓은 것 아닌가.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재는 이웃블로그가 직접 노출되지 않고 숨어 있는 형태다. 그러다보니 활용을 많이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웃블로그를 이용해 많은 글을 수집하고 있다. 그걸 밖으로 끄집어내 한몸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물론 단순히 RSS 수집기로 끝나는 건 아니다. 보다 창조적인 기능을 넣으려고 준비중이다.


Q.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DRM 기능은 모든 포털이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는 업계에서 용인된 수준이란 게 있는 것 같다. 현재는 푸딩이 저작권 부분에 가장 많은 고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면 우리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된다. 너무 앞서가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CCL도 다른 서비스에 비해 먼저 도입했고 사진 트래킹(추적) 기능으로 보완하고 있다. 그 부분은 계속 경쟁우위를 가져가려 한다.


Q. CCL은 어떻게 도입하게 됐나.



파란에 오기 전에 다음에서 유스보이스 서비스를 담당했다. 거기서 일하면서 CCL을 알게 됐다. CCL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푸딩도 처음부터 CCL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용자가 CCL 조건을 지정하는 식이지만, 달리 정하지 않는 한 CCL을 기본 저작권 규약으로 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Q. 주요 포털이 서비스 관련 API를 공개하고 있다. 파란쪽 일정은.



우리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2.0 출시 시점이 될 지 연말이 될 지는 모르겠다. 2.0에서는 동영상 광장과 사진 광장 서비스가 나올 것이다. 사진 광장 서비스는 여행과 지도 API가 깔린 서비스다. 푸딩에 등록된 사진이 두 달 사이에 100만건이 넘었다. 대부분이 개인 공간에 숨어 있다. 그걸 자랑하고 공개하고 공유하는 곳이 필요하다. 초반에는 여행 아이템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올라오는 사진 콘텐츠에 맞게 동영상 강좌도 나올 것이다.


Q. 내년 이후,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우리도 장기 로드맵을 내보일 수는 있다. 어떤 서비스와 묶고, 세계시장에는 언제쯤 진출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립서비스는 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푸딩은 초기 안정화가 급선무다. 연착륙에 성공해야만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