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파워 '미동'이 시작됐다
2007-05-15 김상범
요즘 글로벌 IT기업 홍보담당자를 만나면 빠지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
"앞으로 블로거를 등한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업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라"
뭐, 이런 얘기다.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1인미디어에 주목할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자칭 블로그 전도사가 돼서 기업내 담당자들에게 블로그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담당자들 반응은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블로그 대상의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거나 '주목은 하고 있는데 블로거들의 움직임이 아직은 우리 회사의 영역과는 잘 안맞는 것 같아서...' 등
물론 '블로그, 그거 뭐 자기 생각나는 대로 끄적끄적 대는 사람들아닙니까. 말도 함부러 막 하고'라는 시니컬한 반응도 적지않다.
현실이다. 블로그가 아직은 기업의 시각에서 미디어로서 충분하지 않거나, 아직은 파악하기 힘든 존재인 것이다.
앞서, '글로벌 IT기업 담당자들을 만나면'이라고 했다. 그럼 국내 기업들은?. 그나마 외국 IT 기업담당자들이 빠르다. 본사에서는 이미 다들 블로그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각 지사에도 블로그 마케팅의 중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담당자들에게 한마디 더 보태는 것이 있다.
"앞으로 해외 컨퍼런스에 기자초청 기회가 있다면 이제 블로거를 초청해봐라"
왜, 이런 얘기를 할까. 우선, 그 담당자를 생각해서다. 미디어를 행사에 초대하는 기업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건대 '투자대비효과(ROI)'를 생각하면 당연한 조언이다. 단언하건대, 기존 미디어 환경에 젖어있는 기자들보다 컨텐츠 생산의 질이나 양적인 면에서 블로거들이 한 수 위일 것이라고. 기자를 초청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기술이나 제품을 널리 알리고자 함일텐데, 그렇다면 이제 서둘러 블로거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목에 힘주어 외치고 다닌다. 블로거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한 줄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다. 또한 전문성도 확보돼 있다. 이런 사람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블로그 네트워크를 통해 그 내용들이 돌고 돌며 읽힐 것이다.
자신의 본사 보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한국의 블로거를 미디어로 초대했다고 하면 본사 담당자가 당신을 다시 볼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의 관행을 깬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씩 깨지고 있다. 그래서 '미동'이다.
얼마전, 블로터닷넷의 상근블로터 eyeball이 SAP의 초청을 받아 해외취재단에 포함돼 다녀온 적이 있다. eyeball은 블로터다. '기자이자, 블로거'라는 시대가 낳은 두얼굴의 저널리스트. 물론 SAP는 블로거 eyeball이 아니라, 기자 도안구를 초대한 것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eyeball은 미국 현지에서 블로거들의 활약상과 미국 기업들이 블로거를 대하는 새로운 시선들을 기사로 전해주기도 했다. 본인도 놀랐던 모양이다. eyeball은 조만간 또 다른 외국 IT기업의 초대를 받아 해외취재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주에는 블로터닷넷의 또 다른 블로터 zoominlife가 HP의 초청을 받아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기자보다는 블로거로서 다녀왔다. 블로거가 취재하면 어떤 것이 다른 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던 zoominlife는 3박4일 동안 현지에서 '글을 쓸 시간이 없는 빡빡한 일정'에 땅을 치며 애통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블로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두고두고 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끊이지 않고 풀려서 글로 재생산될 것이다.
자, 이쯤되면 블로거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가. 아직 미약한가. 지진도 미동에서 시작되지 않는가. 두고보자, 이 미동이 어떤 태풍으로 다가올 지.
블로그와 관련해 사실 기업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의 움직임은 미동을 조금 넘어섰다. 피부로 느낀다. 이미 블로그 활동에 긴장을 하고 조언을 구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가장 적극적이다. 사내 에반젤리스트들이 하나 둘 블로거로 변신하고 있다. 활동도 아주 왕성하다. 조만간 기업 블로그도 선보일 계획이다.
기업들이여, 이제 블로고스피어에 진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얼마전, 블로고스피어에 화제가 된 블로거가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해외취재 계획서를 올려놓고 취재경비를 모금을 했던, 태우's log란 블로거다. 그는 이렇게 해서 마련된 돈으로 결국 '웹2.0 엑스포' 취재길에 올랐고, 지금까지 21개째 포스팅을 올렸다. 대단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