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루'의 유닉스 시장 1위 탈환 시나리오
한국IBM이 빠른 속도와 전력 절감 기능으로 중무장한 '파워6' 프로세서와 파워6 기반 중형급 유닉스 서버 '시스템 p570'을 발표했다. 한국IBM은 파워6가 가진 기술적인 우위를 앞세워 한국HP로부터 '유닉스 최강'라는 타이틀을 되찾아온다는 전략이다.
"HP와의 성능 경쟁 자신있다"
다음은 한국IBM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파워6 관련 내용이다.
"TPC-C 벤치마크 기준으로 HP 수퍼돔에 비해 3배 높은 코어당 성능을 제공한다. 최신 HP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3배의 처리 속도를 제공한다. 파워6 프로세서는 4.7 GHz 속도를 내는데, 이는 파워5를 구동 및 냉각하는데 소요되는 전력량과 동일한 전력을 사용쓰면서 파워5보다 두배의 속도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대역폭도 확대됐다. 파워6는 초당 300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데, 이는 아이튠스 음악 서비스에 있는 모든 카탈로그를 60초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한국HP와의 경쟁 구도를 '성능 대결'로 끌고 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한국IBM은 파워6를 오는 6월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중형급 서버인 시스템p570(왼쪽 사진)에 먼저 탑재한뒤 하반기 로우엔드, 내년 상반기에는 하이엔드 제품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IBM은 p570과 관련 단일 랙으로 썬파이어v890 서버 30대를 통합, 연간 10달러 이상의 전력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박스로 다수 가상 서버 환경을 구현하는 하드웨어 및 SW를 탑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IBM은 파워6와 p570을 발표하면서 유닉스 운영체제 AIX6에 대한 내용도 언급했다. AIX6는 오는 10월 공식 선보일 예정이며 8월부터는 인터넷에서 베타버전을 내려받을 수 있다.
HP 핵심 고객사 본격 공략
한국IBM은 p570 출시를 계기로 HP, 썬, 델 서버 사용 고객들을 파고들 계획이다. 특히 제조 장치 산업과 일부 금융기관에서 방어막을 튼튼히 치고 있는 한국HP를 상대로한 '윈백'(win-back: 경쟁사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쓰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IBM의 탁정욱 시스템p 사업부 본부장은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하면서 한국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는게 나의 숙제"라며 "HP가 선전하는 분야와 컴팩과 합병하면서 생긴 빈틈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2006년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한국HP가 37.5%(매출기준)의 점유율로 31.2%에 그친 한국IBM을 제치고 1위를 달렸다. 한국IBM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잠깐 1위에 올랐으나 4분기 한국HP의 대대적인 반격에 밀려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2006년 4분기 한국HP 유닉스 서버 시장 점유율은 무려 45.1%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점유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IBM으로선 올해 유닉스 시장 1위에 올라서려면 전년대비 시장 점유율을 최소 5%P는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탁정욱 본부장은 "35~36% 시장 점유율이면 1위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가격과 성능을 강조하면서 HP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직접 공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단 성능에서 앞서고 있고 HP고객들이 참고할만한 레퍼런스도 갖고 있는 만큼 해볼만한 게임이 될 것이란게 탁 본부장의 설명이었다.
파워6를 앞세운 한국IBM의 행보는 한국HP를 상대로한 반격의 성격을 띄고 있다. HP유닉스 서버에 대한 공격이 먹혀들 경우 IBM은 유닉스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메인프레임 제거 전략에 사활건 HP의 힘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IBM 메인프레임 이야기
한국IBM이 한국HP를 상대로 매우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경쟁사에 대해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IBM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경쟁사 얘기를 물으면 가급적 말을 아껴왔던 IBM이 아닌가? 이를 감안하면 직접적인 성능 비교카드까지 꺼내든 한국IBM의 파워6 마케팅은 파격적이면서 도발적이다.
한국IBM의 반격은 p570이 선보이는 6월을 기점으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에 맞선 한국HP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측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 불확실한 미래는 구경꾼 입장에서 아주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한국IBM과 한국HP가 펼칠 유닉스 서버 경쟁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