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 열전 1]"불가능? 자신을 믿고 도전하라"

2007-05-24     도안구

"디지털 사회와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시스템들이 매끄럽게 통합(인티그레이션)돼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가 꼭 필요한데 구현하기가 만만치 안네요. SOA 기본 기술 프레임워크에 대해 내 모든 역량을 쏟아붇고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쌓은 많은 것들을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CTO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고 봅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CTO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던진 말이다. 그는 영림원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서비스기반 아키텍처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내년말까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물론 이 작업에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내부 인력들이 함께할 것이다. 이들에게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나눠줄 생각이다. 이들이 영림원의 미래이자 다음세대 한국 IT 솔루션 사업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영림원이 제품 아키텍처를 바꿔야 할 시기마다 기회를 줬다. 정식품은 2계층 구조에서 3계층 구조로 제품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때는 손을 내밀었고, 롯데칠성은 닷넷 기반으로 또 한번 탈바꿈할 때는 든든한 우군이 돼줬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들은 고스란히 제품에 녹아들어 있다.


 이 때문에 권영범 CTO는 경험에 의한 교육을 최고로 꼽는다. 그는 "스스로 체험하면서 현장을 느끼고 부딪혀 보다보면 자신감도 늘고 스스로의 역량이나 시각, 기술력도 몰라보게 커진다. 불가능 상황을 피하면 안된다.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권영범 CTO는 자신이 해온 일 중 3가지는 정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랑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 첫번째가 전국체전 전산화 프로젝트와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 기술 총괄 사무관으로 차명했던 88년 서울 올림픽이다. 국내 기술진들의 힘으로 스스로 해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일이란다.

또 하나는 '평생비서 OK'라는 개인정보관리 제품이다. 이 제품은 큐닉스에서 판매되긴 했지만 개발은 큐닉스를 퇴사 한 후 세운 권영범 CTO가 세운 회사가 담당했었다. 이 제품은 PIMS 시장에 국산 소프트웨어 완승을 기록한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이 바로 전사적 자원관리 분야다. ERP 시장은 SAP코리아나 한국오라클 같은 회산 업체가 대기업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인데 약간의 의외였다. 권영범 CTO는 "롯데칠성 같은 고객은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대규모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로 그만큼 기술력이 있습니다"라고 전하고 "외산 ERP 업체들이 국산 ERP 업체가 있기에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없습니다. 경쟁 관계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죠. 많은 분야에서 외산과 경쟁하는 국산 소프트웨어가 생존해 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기술자로서의 그 자존심이 부러웠다.

그는 후배들에게 "고생을 두려워하지 말고 답을 스스로 해결해 내는 정신이 나중에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겁니다. 눈 앞의 장벽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해결을 위해 몰입해 보십시오"라고 충고한다. 그 자신 그런 길을 걸어왔기에 단순한 수사의 말은 아닐 것이다.

권영범 CTO는 92년 노루표페인트로 알려진 대한페인트잉크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진행한 장본인이다. 이 사례는 국내 최초의 IBM(4361) 다운사이징 사례로 역사에 남아 있고, 이후 국내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런 도전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제발로 찾아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영림원이 위기에 처했을 때 유공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권영범 CTO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워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라고 봅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들이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고 봅니다"라고 전했다.

정면 승부를 피하지 말라는 그 말은 단순히 젊은 개발자들에게만 전하는 메시지는 아닌 듯 하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야 할 중간적 위치에 있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될 것 같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의 그 쾌감과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힘겨운 프로젝트에 또 다시 뛰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영범 CTO는 그렇게 도전해 왔고, 그런 자세로 또 다른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CTO 열전 1]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CTO로 돌아가 SOA를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