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회고록으로 컴백

2006-10-09     황치규

2005년초 휴렛패커드(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했던 칼리 피오리나가 회고록 '거친 선택들'(Tough Choices)을 이번주 출간한다. 



HP가 내부 정보 유출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임원과 기자들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추적한게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회고록은 더욱더 관심을 끌고 있다.



피오리나 회고록은 주로 변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요구되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HP 사령탑을 맡아 변화를 추진하면서 겪은 각종 저항들에 대한 것들도 포함하고 있다. 변화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며 일부는 불확실한 것들을 두려워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회고록 출간과 함께 피오리나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오리나는  한 컨퍼런스에서 세계 개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 입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업계 CEO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루슨트에서 HP CEO로 피오리나를 영입했던 헤드헌팅 업체 고위 임원은 AP통신을 통해  "한번 불명예 퇴진했다고 해서 다시 CEO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피오리나는 HP에서 물러난뒤에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왔다. 컴퓨터 보안 업체인 사이버트러스트와 아메리카온라인 설립자 스티스 케이스가 시작한  의료 벤처 기업 레볼루션헬스그룹 이사회에 참여했고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놀드 슈왈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기술 정책을 자문해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은행 총재 후보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피오리나는 HP CEO로 있으면서 관료적인 내부 조직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IBM과 유사하게 컴퓨터, 서버, 프린터 사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토털 솔루션 전략을 강도높게 추진한 것도 피오리나였다. 기자는 몇년전 BEA 컨퍼런스에 참석한 피오리나가 IBM을 내놓고 깍아내리던 모습을 아직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피오리나는 일상적인 운영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점들이 그가 불명예 퇴진했던 이유중 하나였을 것이다.



1954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피오리나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후 메릴랜드 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AT&T에 입사한 뒤 강력한 추진력과 뛰어난 언어구사능력으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고 98년에는 AT&T에서 분사한 루슨트테크놀로지 CEO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성공시대는 계속됐다. 99년 7월 IBM과 함께 컴퓨팅 업계 양대 산맥인 HP CEO 자리에 올랐고 2001년에는 경쟁 업체였던 컴팩을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다시 한번 IT업계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컴팩 인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이에 HP 이사회는 피오리나를 강하게 압박했고 2005년 2월 피오리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HP 지휘봉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