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SW기업 아이스피어는 어떤 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의 6번째 해외 공략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선 처음이다. 싸이월드의 발빠른 해외 행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6월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미국, 독일과 대만에서 잇따라 싸이월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진출 소식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많은 나라를 두고 왜 하필 베트남에서? 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아이스피어 소프트웨어는 어떤 회사이길래?
찬찬히 따져보면 SK커뮤니케이션즈의 선택은 시기적절하고 정확해 보인다. 베트남은 1986년 12월, 경제개방·개혁정책인 ‘도이머이’를 도입한 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신흥 시장이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 IT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값싸고 우수한 인력이 널려 있는 동남아 시장의 특성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주요 사업분야는 ‘SW 아웃소싱’이다. 기업용 SW와 솔루션을 개발해 아시아, 유럽 및 북미지역 IT기업을 대상으로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고객사로부터 SW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나 개발내용을 의뢰받아 전담반을 꾸린 뒤 프로젝트의 전체 혹은 일부를 완료해 제공하는 식이다.
인적 구성도 독특하다. 이 곳엔 사장부터 임직원까지 다양한 국적이 모여 있다. 대표이사인 진 림(Jin W. Lim, 한국명 임진욱)은 한국계 미국인 2세로 CA와 핸디소프트글로벌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SW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여기에 베트남계인 뚜언 레 전무이사와 한국인인 장종범 부사장이 합류해 지금의 경영진을 꾸렸다. 미국의 선진 경영기법과 베트남 현지 시장전략 노하우, 한국의 앞선 개발기술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베트남의 시장 환경도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 그동안 동남아 SW 아웃소싱 시장은 인도나 필리핀 등이 주도해왔다. 국내 IT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에 눈을 돌리면서 이들 기업에 개발을 맡긴 덕분이다. 하지만 인도나 필리핀 지역 SW 개발인력들의 기술수준이 향상되면서 인건비와 개발비도 함께 올라가고, 그 틈새를 비집고 베트남 시장이 새로운 아웃소싱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베트남은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시장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0년까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30%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진 림 아이스피어 소프트웨어 사장은 2004년말 e메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IT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반해 현지 인터넷서비스는 국내 닷컴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현지 업체들이 뉴스나 모바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뿐, 검색이나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포털업체는 찾기 힘들다. 전체 8500만 인구 가운데 60%가 30살 미만이라는 점도 인터넷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SK커뮤니케이션즈측은 싸이월드가 현지에 진출하면 선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이 현지 사정을 만만히 보고 들어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장종범 부사장은 “베트남은 사업허가를 얻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곳”이라며 “정식 법인을 설립하지 않거나 현지인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 아이스피어는 9월 안에 ‘싸이월드 베트남’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현지 싸이월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래야 3개월이 채 안 남았으니, 사실상 합작법인 설립과 거의 동시에 서비스를 띄우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미 국내외에서 검증받은 1인 커뮤니티 서비스다. 아이스피어는 설립 3년만에 베트남 현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조화가 어떤 성과를 내놓을 지 주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