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1) 구글과 MS가 전기를 팔아?

2006-09-04     도안구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미국 전력 도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야후코리아 최용석 팀장의 말이다.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업체로 확고한 위치를 점한 이들이 업종 변경에라도 나선 것일까? 그것도 전혀 무관해 보이는 전력 사업에 말이다. 사정은 이렇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로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가 필요하다. IDC는 IT 장비들의 호텔로 불리는데 장비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가동될 수 있는 공간이다.


포털들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그동안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이 구축한 IDC에 입주해 왔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의 확산으로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들이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당연히 제품 도입시 주요 체크포인트는 가격 대비 성능과 안정성 등이 첫손에 꼽혔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전기세의 급증과 인프라의 수용 한계 문제가 터진 것. 포털들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버와 네트워크 인프라 장비들에게 꾸준히 전기를 공급해줘야 한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전력이 말이다.



소비자 수요 따라잡기 한계

IT 장비들은 그동안 성능과 안정성이 중요한 관심 항목으로 꼽혔다. 전력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다.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그에 따른 발열이 뒤따랐고, 이런 발열량이 장비 운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항온 항습 장비를 구비해야 했지만, 이런 변화를 IDC들이 발빠르게 수용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더 이상 뒷전을 밀어놓을 문제가 아니었다. IDC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했고, 전기와 같은 인프라를 얼마나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했다. 고객들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다. 닷컴 붐이 일었다 갑자기 버블이 꺼지는 악순환 속에서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어떤 사업자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IDC들은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로운 투자 금액을 확보해야 하는데 IDC에 입주한 고객 상황은 그 보다 더 빨리 변하고 있다. 글로벌 포털들과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더 이상 IDC들이 확보한 공간이나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의 성능과 대역폭에 관심이 없다. 얼마만큼의 전력 용량을 제공하느냐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연히 전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서버의 성능을 측정할 때도 데이터센터에 입주되는 한 서버가 처리하는 전력량, CPU당 발열량과 처리양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아니지를 판단한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성능이 좋다고 해서 전력을 많이 쓰면 좋은 서버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전력 문제에 접근한다"고 전했다. 철저한 벤치마킹을 통해 자신들만의 전력 소비 효율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IDC가 얼마만큼의 전력 용량을 수용할 수 있는지가 입주할 때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가 됐다. IDC 고객들은 IDC들에게 전력 인프라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설비 투자에만 수십억원을 투자해야 했던 IDC들은 선뜻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래서 포털들이 직접 IDC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말이다.  


이런 경향은 이미 3년전부터 시작됐다. 직접 IDC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전력 산업이 민영화됐기 때문이다. 땅 값도 제각각이다. 이런 고민을 알아챈 부동산 업체들이 나섰다. 미국의 50여 개 주의 땅값을 조사하고 가장 싼 곳을 찾는다. 또 가장 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댐들과 그 댐들이 제공할 수 있는 전력량, 그리고 관련 설비 구축에 필요한 세부 금액까지 파악한다. 여러 곳의 후보지를 물색해 관련 정보를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업체에게 제시한다. 물론 ISP들에게도 이런 정보는 유용하다.


풍부한 전력 공급이 최우선 선택 사항

포털들과 부동산 업체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아주 기막힌 새로운 사업인 셈이다. 데이터 센터가 디지털 부동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만 IT 사업의 발달로 인해 전혀 다른 산업군이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셈이다. 


부동산 업체로부터 관련 정보를 획득한 포털들은 전력 트레이딩 시장에 참여해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전력 사용권한을 입도선매한다. 이들이 전력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는 배경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가능하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필요한 IT 설비나 쿨링 설비 계산과 투자 금액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전력 소모량을 미리 점검해 새로운 건물 증축도 준비할 수 있다.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콜롬비아 강 유역에 초대형 IDC를 구축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부동산 업체들이 면밀히 검토해서 이곳을 후보지로 선택해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강 유역은 더 달라스(The Dalles) 댐, 존데이(John Day) 댐 같은 수력 발전소가 많다. 더 달라스 댐은 180만Kw, 존데이댐은 216만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수력 발전소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IDC를 건설하면 IDC까지 케이블을 구축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향후 전력량이 늘더라도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구글은 초대형 축구장 2개 크기 규모의 IDC를 건설중인데 2동은 각종 인터넷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 지원 시설, 다른 하나는 대규모 컴퓨터 시설을 위한 냉각 시스템이 들어서게 된다. 구글이 IDC를 직접 구축하고 나서자 그 해당 지역은 때 아닌 건설 붐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부대 효과도 얻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대 땅값도 40%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안정적 서비스가 가능한 인프라의 확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지역 사회 경제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야후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 일순위로 꼽는 것이 바로 이런 인프라스트럭처다. 자사의 핵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포털들은 이미 전세계 오프라인 기업들의 브랜드처럼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서비스 접속 지연이나 서비스 자체의 결함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이들이 직접 IDC 구축에 나서자 기존 IDC 사업자들도 변하고 있다. 자사 IDC에 입주하려는 고객들에게 전기 사용량을 먼저 묻고 그 해당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체크한다. 고객이 변하니 사업자도 변하는 것이다. 게다가 민영화한 전기 공급 회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은 전력 문제로 고민하는 포털들에게 좀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이것은 미국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국내 포털들이나 IDC 사업자들도 이 문제를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u-시티를 추진하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종합 관제센터를 구축해 대민 서비스부터 행정 업무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정부도 대전과 광주에 통합전산센터를 구축하고 개별 부서에서 관리하던 시스템을 통합하려고 한다.


전력 문제에 정부도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IDC 사업자들이나 포털 관계자들은 정부도 동일한 고민에 빠진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들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안보였던 정부가 직접 문제에 직면하면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손쉬운 해법이 안보인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고민이다.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초에 설립된 IDC들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관련 법 규정도 까다롭고 '쌩돈'을 토해내야 한다.


IT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전력을 민영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전력과 관련한 제도 전반을 손대기도 쉽지는 않다. 이 점이 국내 포털과 IDC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고 넓게 패이게 하는 요인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들고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 지금 이들이 처한 모습이며 미국 시장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