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웹진화론

2006-10-18     황치규

웹2.0은 정말로 새로운 개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독자들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혁명적인 기술이라는 사람도 있을테고 예전부터 있던건데 새삼스럽게 지금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기극으로까지 매도하는 이도 있으리라.

웹2.0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는 쪽에 가깝다. 웹2.0은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90년대말에도 팀 버너스리가 월드와이드웹을 창시하던때에도 존재하던 개념이었다. 사실 팀 버너스리가 WWW를 선보인 것은 나눔과 공유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었던가.

이렇게 보면 개방과 공유 그리고 개인을 강조하는 웹2.0은 개념적으로 새로울게 없다. 그러나 기자는 지금의 웹2.0 열풍을 호들갑으로 깍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보기에는 파괴력이 너무 크다.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과거에도 있었던 웹2.0은 왜 지금에 와서 세상을 뒤흔들고 있을까? 기자는 이것이 웹2.0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블로거가 쓴 <웹진화론>(우메다 모치오 씀/이우광 옮김 재인 1만2천원)은 구글과 아마존으로 촉발된 웹2.0 열풍이, 그전의 인터넷과 어떻게 다른지, 또 왜 현상 파괴적인 기술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웹2.0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웹2.0을 폭발시킨 에너지와 그것이 몰고올 엄청난 변화를 재미있고도 구체적으로 풀어나간다. 때에 따라선 다소 도발적인 표현까지 등장한다.

웹진화론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저자의 철학은 웹2.0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PC를 능가하는 파괴력을 갖췄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웹2.0은 왜 지금 혁명으로 불타오르고 있을까.
저자는 3가지 이유를 꼽는다. 치프(cheap) 혁명, 오픈소스, 인터넷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인터넷은 무어의 법칙으로 개인들이 '제로'에 가까운 가격에 인터넷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개인들은 블로그로 1인 미디어를, 영상 장비에 약간만 투자하면 1인 방송국까지 세울 수 있다. 이른바 '치프 혁명'이다.

만일 5년전이라면 1인 미디어는 세울수는 있었을지언정 파괴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는 사람을 제외하면 콘텐츠를 올려도 봐주는이가 없었을테니.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검색과 RSS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술은 개인 블로거가 불특정 다수에게 무한대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거대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다수를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가려져 있던 개인들이 전면에 부상하는 시대가 열리기 일보직전이라고 할만 하다.

저자는 이런 개인들을 롱테일에 비유한다. 8:2의 파레토 법칙의 시대는 잘나가는 20%가 강조됐다. 롱테일로 불리우는 80%는 의미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웹2.0의 확산은 가려져 있던 롱테일이 거대한 기회의 땅이었음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구글 애드센스가 대표적이다. 구글의 활약으로 롱테일은 마케팅 세계에서 대접받는 존재로 변신했다.

리눅스와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현상도 웹2.0 혁명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오픈소스는 인터넷, 치프혁명과 결합돼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새로운 대항마들을 배출시키고 있다.

정리를 좀 해보자. 지금의 인터넷은 팀 버너스리가 품었던 웹의 사상을 현실화시킬 기술적 토태가 세워졌다. 또 치프 혁명으로 개인들은 웹기술에 쉽게 접근,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공동체가 강조되는 오픈소스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시대상황에 힘입어 웹2.0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 저자는 웹2.0을 혁명으로 부른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쪽과 저쪽이란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이쪽은 인터넷 밖(물질)이고 저쪽은 인터넷 공간속의 세상(정보)이다. 저쪽은 그냥 인터넷이 아니라 웹2.0에 기반해야 한다.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MS는 이쪽이고 구글과 아마존은 저쪽이다. 눈치 챘겠지만 혁명의 주인공이 되려면 이제 저쪽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저쪽이 세상을 뒤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저쪽의 위력이 얼마나 세길래 저자는 이같은 주장을 펴고 있을까. 저자는 이쪽과 저쪽이 비교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비슷한 시점에 발생한 레노보의 IBM PC 사업부 인수와 구글의 나스닥 상장을 꼽는다.

레노보에 매각된 IBM PC사업부는 연매출 100억달러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매각 가격은 20억달러에도 못미쳤다. 반면 연매출 30억달러에 불과했던 구글은 나스닥에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300억달러 기업으로 우뚝섰다.

이쪽과 저쪽의 가치는 어떻게 다르냐고? IBM PC사업부와 구글처럼 다르다는게 저자의 논리다.

웹진화론은 블로거가 쓴 책답게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문장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SW제국을 건설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저자에 의해 구시대의 인물로 평가할 정도. PC 혁명을 이끌었을지는 몰라도 웹2.0 혁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쪽과 저쪽은 지금 갈등관계다. 전통 미디어들은 내심 블로그를 불신하고 있고 제조 업체들은 웹2.0의 가치에 아직도 냉소적이다. 이같은 갈등은 세계관이 다른데서 오는 것이다.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될까. 서로 다른 세계관이 융합된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갈등하는 사이로 남게될까.저자는 자신의 책을 통해 독자들이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