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 상품으로 내침김에 200만명 돌파"
LG파워콤이 초고속인터넷 엑스피드 서비스 제공 13개월 14일만에 100만명째 가입자를 확보했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이 16개월에서 21개월 걸린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목표 달성이다. 특히 관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LG파워콤의 약진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포화 시장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을까? 이정식 사장은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을 포함한 관련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에서 "전 시장이 포화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들 포화됐다고 하니 다른 견해를 밝혀보겠다"고 운을 뗀 뒤 "일반 소비자들이 신고 있던 일반 신발 시장에 파워콤은 고급 브랜드인 나이키를 들고 나왔다고 비교해 달라. 이런 전략이 먹혀 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LG파워콤은 선발 업체들과 차별화를 위해 속도를 내세웠고, 이 점이 주효했다. LG파워콤은 자사 서비스를 선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06년 6월, AC닐슨)에서 속도, 안정성, 요금 순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특히 속도때문에 가입한 비중은 파워콤이 62%, 경쟁사는 각각 43%와 39% 정도였다고 전하면서 선발 업체가 새로운 망 투자에 주저하고 있었을 때 과감한 투자로 차별화를 내세웠던 전략이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파워콤은 아파트 시장은 광랜 서비스로, 일반 주택은 HFC망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광랜의 경우 82%의 네트워크 인입율이 달성됐고, 내년까지 100% 정도 완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파워콤의 광랜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 중 41%로 경쟁사의 20%, 21%에 비해 거의 두배에 해당한다.
이정식 사장은 "현재 고객들은 텍스트 위주에서 동영상과 3D 온라인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위주로 스스로 만들거나 소비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고 전하면서 "이런 고객 요구 사항을 만족시킨 결과가 조기 100만 달성"이라고 진단한다.
LG파워콤은 아직은 비상장사다. 기업의 정보를 속속들이 투명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의식했던지 LG파워콤은 많은 자료들을 공개했다. LG파워콤은 1인당 획득비가 18만5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가격도 점차 내려가고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LG파워콤의 주장에 따르면 경쟁사는 20만원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하나로텔레콤과의 큰 차이점의 하나로 직접 채널을 통한 가입자 모집도 꼽았다. LG파워콤은 2005년 4분기 2% 수준이던 직접 채널 비중을 올해 1분기 16%, 2분기 22%까지 끌어올렸고, 내년도엔 35%까지 올릴 계획이다. 이 사장은 "대리점은 좋은 채널이지만 직접 채널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 수치는 점점 커져갈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로텔레콤과 온세통신의 초고속망 가입자 인수는 단연 시장의 관심거리다. 지난 5월에도 이 질문에 대해 이정식 사장은 "필요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동일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떻게 시장이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단호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이정식 사장은 온세통신의 초고속망 가입자에 대해서는 "생각은 하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일단 부정적 시각을 전하고 "가입자당 월 매출 기여도에 큰 차이가 있다. 온세통신의 경우 1인당 2만 2000원 정도의 ARPU를 보인다면 우린 이 고객들에게 현재 엑스피드 고객들에게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낮은 가격으로 더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현재 가입자들의 불만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전했다.
회사의 역량 차이도 빼놓을 수 없고, 또 인수 합병의 경우 문화적 차이와 조직 역량 차이고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아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는 것.
100만명 돌파 후 꺼내든 가입자 목표는 내년까지 200만명이다. 2007년 2분기 말까지 150만을 달성해 영업이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망 임대 사업인 도매 사업과 엑스피드 같은 소매 사업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안정적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만 돌파의 열쇠는 2007년 1분기에 선보이는 LG데이콤과의 VoIP(Voice over IP)가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파워콤과 LG데이콤은 각각 소비자와 기업 대상으로 역할 분담을 나눠 시장에 접근하는데, 번들 상품을 제공하면서 좀더 가시적인 협력의 모습이 소개되는 셈이다. LG파워콤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2007년 3분기부터 IP TV 사업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11월부터는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정식 사장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파워콤에 최적화된 것으로 본다. 이제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나씩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파워콤의 돌풍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100만 돌파 시점에서 새로운 시각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최근 구글이 유투브를 인수했다. 더 이상 접속 서비스 업체가 미래 시장을 주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반 고객들은 어떤 초고속인터넷을 쓰느냐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에게 맞는 포털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그런 면에서 KT와 하나로텔레콤, LG파워콤의 고민은 시작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대기업 중 유일하게 일반 고객들에게 다가선 포털을 운영하는 곳은 SK커뮤니케이션즈다.
KT는 KTH를 통해 파란(www.paran.co.kr)을 키우기에 여념이 없지만 투자 금액에 비해서 더딘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로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다. LG파워콤이나 LG데이콤에겐 천리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콤MI라는 관계 회사가 있지만 '천리안'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잊혀진 서비스 브랜드다. LG파워콤이 가입자 200만명을 달성하는 것이 회사의 존립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규모가 작은 지금 시점에서 유연하게 포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대비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이 사장은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꼭 포털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서야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꾸준히 고민은 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반론을 폈다.
LG파워콤은 속도로 경쟁 업체들의 아성에 도전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마냥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지 않는다. 100Mbps VDSL부터 유사 FTTH(Fiber to the home)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분명 경쟁 관계로 인해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고, 향후 관련 인프라를 통해 좀더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LG파워콤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분명 득이 더 큰 셈이다.
이사장이 "우린 나이키를 팔겠다"고 했고, 분명 그 전략은 통했지만 경쟁사들도 이제 새로운 프리미엄 전략을 들고 나왔을 때는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포화된 시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한 LG파워콤이 LG데이콤과의 협력과 새로운 서비스 창출로 또 한번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이번엔 어떤 카드로 경쟁사의 허를 찌를지 지켜보는 것도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내년 2분기에 150만명 달성의 목표까지 좀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