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볼만한 잡지 없나?"
"볼만한 게 없다".
최근 IT 잡지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말에 열 받아서 전화하려고 수화기를 막 집어든 기존의 IT 잡지 종사자들은 분노를 삭히시길. 잡지를 못 만들고 있단 소리가 아니라, 잡지 수가 너무 적다는 말을 하려던 참이니까.
최근 IT 관련 잡지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뿐이다. 독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호수 위를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는 오리처럼 잡지를 만드는 관련 종사자들의 물밑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헤엄 수준이 아니라 올림픽 100m 자유형 결승전 수준이다. 그만큼 절박하다.
그렇다면 뭐가 그리 절박한가. 간단히 말하자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닷컴 버블이 꺼진지도 한참 지났건만 대한민국 경기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가다 보니 수익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온라인 매체와 읽을거리 풍부한 전문화된 블로거들의 '선전(?)'으로 "요즘 누가 잡지 보냐"는 것이 대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잡지들 은 비용 줄이기에 한창이다. 인쇄비와 종이값과 같은 제작비는 물론 인건비까지 '사주가 오케이 할 때까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다 줄이고 있는 상태. 세상만사 뜻대로 된다면 오죽 좋겠냐마는 이런 비용 줄임은 고급 인력의 유실과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는 콘텐츠 부실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문 기자들의 '엑소더스'가 계속되고 있으며, "OO 잡지가 요즘 상태가 안 좋다더라" "XX 잡지가 조만간 문을 닫는다더라" 등 요즘의 IT 잡지계는 온통 흉흉한 소문 투성이다. 현재 한국정보통신기자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IT 잡지는 격 주간지를 포함해서 약 20개 남짓. IT 경기가 번성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가깝다. 그동안 많은 잡지들이 운명을 달리했다. 이처럼 회원사들이 줄어들고 각자 고군분투 하다 보니 잡지사들의 모임인 협회 역시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다. 최근 회원사들을 위한 행사를 위해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고 있지만 후원이 예전만 못한 수준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그럼 해결책은 없을까? 한마디로 IT 광고 시장이 나아지지 않는 한, 그리고 잡지에 대한 광고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대안은 없다. 잡지 스스로 자체 수익모델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결국엔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던 광고의 증가만이, 기울어가는 IT 잡지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엔 IT 기업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잡지와 기업이 서로간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앞서 공생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와중에 힘들어 하는 IT 잡지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IT 데일리 매거진'이라는 매우 '흉악한' 슬로건을 표방하며 블로터닷넷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블로터 닷넷은 IT 잡지와의 경쟁이 아니라 그들과의 상생이 목표다. 누가 뭐라 해도 '개방'과 '참여'와 '공유'를 실천하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1인 미디어 뉴스공동체이다. IT 잡지가 살고, IT 매체가 살아야 블로터 닷넷도 산다. 그것이 '볼만한 것'을 만들기 위한 진정한 나눔의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