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산 공무원의 꿈 '이렇게 준비하세요'

2006-09-05     nanugi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용시장의 불안으로 학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현상은 IT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해 채용규모가 많아야 200명 규모인 전산 공무원 시험에 현재 6000여명 이상이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전산 공무원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군 등 채용하는 기관에 따라 국가직과 시도지방직, 교육청, 군무원, 경찰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다시 행정직과 기술직 공무원으로 나뉘는데 IT 경력자들이 흔히 준비하는 전산 공무원은 행정직 공무원 공채를 통해 함께 선발된다. 예를 들어 오는 10월에 실시되는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서는 전체 행정직 800명 가운데 전산직 28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 공채의 평균 경쟁률은 30~40대 1정도. 서울과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공채는 지역 구분없이 응시할 수 있지만 지방 자치단체가 선발하는 경우는 해당 연도 1월 1일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서울과 경기 등에서 공무원 공채 인원을 크게 늘고 있는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민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선 앞두고 공무원 선발 크게 늘어

시험은 9급 전산 공무원의 경우 국어, 영어, 한국사, 컴퓨터 일반, 프로그래밍 언어 등 다섯 과목으로 구성된다. 국어, 영어, 한국사는 모든 공무원직이 동일하고 나머지 두 과목에 따라 전산, 교육, 일반행정 등 다양하게 구분된다. 7급은 기본 3과목 이외에 전문 과목이 4과목으로 늘어나지만 기본적으로 컴퓨터 일반과 프로그래밍 언어 과목을 세분화해 난이도를 높인 것이다. 총 문제수는 100문제이고 한 과목이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이 된다. 개인별 점수는 합격자 발표일에 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자를 통해 알려주기도 한다.



응시생들과 주요 공무원 준비 학원 등에 따르면, 경쟁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산 공무원 공채의 안정적인 커트라인은 80점 정도이다. 컴퓨터 일반과 프로그래밍 언어 등 전문 과목은 전산 관련 과목을 전공하고 1~2년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으면 무리없이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컴퓨터 일반은 컴퓨터 구조나 회로도 전통적인 문제들과 함께 최근에는 신기술이나 시사적인 사안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이 변화된 추세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닷넷 등 최신 언어를 제외하고 코볼, 파스칼, 자바, C, VB 등 거의 모든 언어가 등장한다. 소스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되는데 많아야 15줄 내외의 소스를 제시하고 파라미터 값 상속을 뒤섞어 실수를 유도한다.



가산점 인정은 국가유공자가 유일

전문가들은 각 20문제씩 5과목의 시험을 85분 안에 풀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일반이나 국사처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과목에서 시간을 벌어 다른 과목에 적절하게 배분하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어의 경우 최근 들어 맞춤법 문제가 많이 나오고 있고 물건의 단위 등 흔히 쓰이지 않는 용어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데, 실제로 최근 기출문제 중에는 한톳, 한포기, 한첩 등 다양한 단위를 나열하고 총합을 구하는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의 애를 먹였다. 한국사의 경우는 7차 개정된 국사책을 기준으로 출제되니 20대 후반의 응시생들은 변경된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많아야 1점 차이로 희비가 갈리는 전산 공무원 공채에서 가산점이 인정되는 것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가산점 10점이 유일하다(최근 이 반영비율을 낮추는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를 제외하면 전산 공무원 시험의 당락을 결정짓는 과목은 역시 영어다. 한 수험생은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과목은 영어다. 수천명 응시생 가운데 반 이상이 과락, 즉 한 과목에서 40점을 넘지 못해 낙방하는데 영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어와 국어는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없는 만큼 목표 점수까지 올릴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새로 시험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모의 고사 등을 통해 자기 수준을 정확히 파악한 후 과락을 면할 수 있는 기본 실력을 쌓고 한국사 등 목표 점수에 가장 빨리 근접할 수 있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공무원 채용 공고 등 더 자세한 정보는 고시넷(www.gosinet.co.kr) 등 관련 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합격 후 DVD 대여 업무를 맡기도

한편 이런 과정을 통해 채용이 되면 전산 공무원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전산직 공채는 IT에 대한 기본 소양 만을 검증하기 과정이고, 최종 합격된 이후 맡게 되는 보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기관별로 전산 공무원의 정원은 급수에 따라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만 맡게 되는 업무는 시스템 관리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통적인 전산 업무에서부터 단순 데이터 입력까지 다양하다. 최근 광명시에 전산 공무원으로 합격한 김모씨는 광명시내 한 도서관에서 DVD 대여 업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 역시 개인적인 취향이나 적성을 고려해 냉정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9급 공무원의 연봉은 수당을 포함해 1800~2000 수준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 친구들의 경우 환상을 갖고 일을 하다가 공무원 문화나 환경에 적응 못하고 그만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전산직은 진급 정원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고위직 진출 기회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산 공무원 시험이 기술직에서 행정직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지만 아직까지도 고위직 공무원 가운데 전산직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직장 하나만을 쫓아 공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작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일하다가 올해초부터 전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는 “그전에 하던 SW 개발 일은 일 자체는 좋았지만 미래가 늘 불안했다. 개발자, 컨설턴트, 영업, 관리자라는 일상적인 커리어 패스를 거쳐 변신하지 못하면 도퇴되기 일쑤이고 나이가 될수록 이직도 어려워진다. 반면 공무원은 적어도 안정적인 직장이다. 회사 분위기는 어디가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혹시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게 되더라도 공무원이 될수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