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이젠 애플리케이션이다"
시스코(www.cisco.com)가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이동통신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오레이티브(www.orative.com)을 현금 3100만 달러, 우리돈으로 31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시스코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사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포트폴리오를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등과 같은 이동통신 기기로 까지 확장 시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공급받게 됐다.
오레이티브는 시스코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기능을 기업용 휴대폰 사용자에게까지 확장시키는 이동통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오레이티브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회의를 조정하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유니티(Unity) 음성메일 메시지의 정보를 확인하고, 원치 않는 전화나 스팸은 걸러내는 동시에 개인과 회사 전화번호부로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다. 시스코와 오레이티브는 통화 조절을 위해선 시스코 통합 콜매니저(Cisco Unified CallManager)를, 협업을 위해서는 시스코 미팅플레이스 (Cisco MeetingPlace)를, 그리고 음성메일 플랫폼으로는 시스코 유니티(Cisco Unity) 솔루션을 사용함으로써 휴대폰을 진정한 비즈니스용 기기로 변형시킬 계획이다.
돈 프록터 시스코 음성 기술 그룹의 부사장은 “시스코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시스코 네트워크 제품을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통해 음성, 영상, 데이터, 이동 서비스를 포함한 4중 플레이(quadruple play)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 수준으로 향상시켜 줄 것”이라고 말하고 “오레이티브 합병을 통해, 시스코는 자사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부터 이동통신 기기로까지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스코는 광장비, 스토리지, 무선LAN, 무선 스위치 등 관련 시장이 주목을 받을 때마다 경쟁사에 비해 한발 앞선 인수합병 전략과 인수 업체의 기술을 내부 장비에 적절히 적용하면서 세계 1위의 네트워크 통신 장비 업체로 자리잡았왔다. 이 업체의 다음 타깃 시장이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임을 이번 인수를 통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물론 향후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 장악을 위해 유사한 인수 합병이 지속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또 시스코의 이런 행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같은 전통적인 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들과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관련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해 왔던 시스코는 라우터나 스위치 같은 전통적인 자기 영역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으로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시스코는 올 3월 서비스 지향 네트워크 아키텍처(SONA) 기반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음성과 화상, IP 통신 제품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 시스코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시스코는 그동안 아비드 제품군을 통해 기업용 IP 텔레포니 시장을 정조준해왔다. 전통적인 PBX 시장을 순수 IP PBX 제품으로 교체하겠다는 움직임에서 이제는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기업 고객들의 업무 생산성 분야에 한발더 다가서겠다는 것. 그동안 이 분야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자사의 메신저나 그룹웨어 등을 통해 유무선 연동이 가능토록 지원했다는 점에서 핵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것이다.
IBM의 경우 이미 기업용 메신저인 세임타임 7.5를 이클립스 기반으로 대체했고, 내년 1분기에 출시될 로터스노츠 또한 이클립스 기반으로 모두 탈바꿈 시킨다. 이런 전략은 자사 제품의 유연성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세계 최대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인 이클립스에 참여하는 수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개발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확보해 관련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전략은 내부 개발진들에게만 관련 제품을 공급받을 경우 관련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타 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도 오피스 12와 익스체인지 2007 발표를 코 앞에 두고 있는데, 오피스 제품의 경우 유니파이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완성할 ▲오피스 커뮤니케이션 서버 2007(메신저 관리 서버) ▲오피스 커뮤니케이터 2007(기업용 메신저) ▲오피스 라이브 미팅 ▲스피치 서버 등도 제공한다.(구글보다 흥미로운 경함할 것 기사 참조)
IBM,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이 기업 시장을 우선 정조준하고 있는데 비해 루슨트나 알카텔, LG-노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은 통신사업자를 겨냥해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알카텔과 합병하는 루슨트가 선보인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애플리케이션만 해도 음성, 팩스, 이메일 등의 메시지를 원하는 디바이스로 어디서나 확인 가능한 '애니패스 포털(AnyPath Portal)', 여러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을 블랜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서비스 브로커(ServiCe Broker)', 가입자 정보 보유와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데이터그리드(Datagrid)', 다중 애플리케이션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관리해주는 '보텍스(Vortex)', 대화하려는 상대의 현재 연락 가능 상황을 알려주는 '액티브 폰북(ACtive PhoneBook)', 위치 파악 기능을 제공해주는 '아이 로케이터(iLoCator)', 웹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웹 쉐어링 섹션 등으로 서비스 형태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통합돼 제공된다. (컨버전스 시대 이렇게 바뀐다 참조)
또 이런 행보와 함께 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도 눈여겨 비교하면 흥미로운 관전이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인수합병보다는 내부 개발과 삼성 계열사등과의 협력과 경쟁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해외 벤더들이 필요하면 거금 투자를 마다하고 인수하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런 인수 합병을 단행하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도 이런 전략을 고수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업계의 동향에 대해 "이제는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인수 붐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하고 "개인이나 기업고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통신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술력 있는 통신 솔루션 업체들의 몸값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