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 이제는 전력 관리 시대
취재중 알게된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콜럼비아 강을 같이 끼고 있는 바로 옆 워싱턴주에는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이 건설하는 것보다 더 큰 IDC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왜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독자적인 IDC를 구축하고 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서라는 것. 이들은 더 이상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이 제공하는 IDC만 바라보고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고 한다.
전력 문제가 얼마나 자사 서비스에 심각하길래 독자구축까지 나설까 의문이 들어 국내 포털들과 서버, 칩, 한국전력, IDC 사업자들을 만나봤다. 취재를 하면서 문제가 예상보다 복잡하고 심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외 포털들의 행보가 국내 경쟁사들이나 IDC 종사자, u-시티 실무자, 정부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왜 이들은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을까. 우리는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까?
IDC들은 일반용 전기 요금을 산업용 전기 요금으로 변경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격도 싸지만 무엇보다 원하는 만큼의 전력을 일반용에 비해 훨씬 많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급작스러운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IDC사업자들이나 IT 서비스 업체들이 1차적 책임을 느껴야겠지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각 부처들이나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길 바란다.
그동안의 취재 결과로만 본다면 전력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급작스러운 시장의 성장과 신기술들의 등장으로 인한 문제가 1차적인 요인이지만 IDC 산업에 대한 오해나 이해부족, 정부의 제도적 지원 부재 등 여러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제를 단시일 내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내 IT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것이 IDC 관계자, 포털 사업자, 서버와 칩 업체 관련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전력 문제는 IT 서비스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별다른 해법이 없는 고객들은 일단 저전력 제품을 구매하면서 일단은 급한 불은 끄고 있었다. 전력 문제가 IT 구매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저전력 칩을 발표한 AMD가 x86 서버 시장에서 2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고객들이 고민해왔던 전력 문제를 TCO(Total cost over Ownership)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의 급성장에 당황한 인텔은 서버, 데스크톱, 노트북, 임베디드 장비,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모든 칩들을 저전력 칩으로 새롭게 변모시키면서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창립 후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고 밝힐 정도로 전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했다. 성능과 안정성이 엇비슷해진 상황에서 전력 소모량은 제품 선택의 가장 큰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포털들은 2~3년전부터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지만 일반 기업들의 경우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와는 별개로 개인 사용자들에게도 전력 문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공유기나 케이블 모뎀, 다양한 홈 네트워크 디바이스 등은 전기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기기들이다. IP 텔레포니 단말기 또한 마찬가지다. 홈네트워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지점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스위스의 ICT 워그숍 발표자료를 보면 2020년 경이면 가정 소비 전력 중 1/4는 대기전력이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며 주원인은 홈네트워크 장비가 될 것으로 나와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홈네트워크가 활성화될 경우 쓰지도 못하고 단지 외부와의 통신을 위해 대기상태 유지만으로 가정 소비 전력의 20%를 차지하는 700리터급 냉장고 1대를 추가 가동하는 만큼의 전력이 소비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비 업체들이 이에 대해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해 장비 업체들에게 저전력 제품을 개발하고, 대기전력을 낮출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IT 산업은 필연적으로 전기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IT 담당자들 뿐 아니라 산업자원부, 한전, 정보통신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론 이들의 고민을 법으로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국회의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IT 분야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지식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취재차 만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농담조로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더 만들지 않으면 미래 사회가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 알고 있던 문제를 뒤늦게 알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본다.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