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가 궁금하다
나는 LG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단말기는 구입한지 3년이 훨씬 넘었다. 때문에 MP3재생은 물론이고 남들 다 있는 디카 기능도 없다.
그러나 쓰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은지라 단말기를 바꿀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다른 사람이 최신 휴대폰을 사도 별로 부럽지도 않다. 나에게 휴대폰은 그저 통신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번갈아가며 전화를 걸어온다. 좋은 기회가 있는데 번호이동을 하고 휴대폰도 바꾸라는 것이다.
상대편에서 정확하게 뭐라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한 것은 저들이 내가 언제 휴대폰을 구입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휴대폰 바꾸신지 3년 넘으셨죠?"란 어느 텔레마케터의 질문을 떠올리니 소름이 확 끼친다.
그들의 논리를 빌리자면 나는 조금만 회유하면 휴대폰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객집단이다. 포화된 시장에서 기자같은 사람은 이통사들이 집중공략해야할 전략적 요충지다. 그러나 꿈들 깨시라. 나는 고장나지 않는한 휴대폰을 바꿀 생각이 없다. 나를 유혹하는데 성공하는이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대단한 마케터일 것이다.
한동안 뜸한가 싶더니만 유혹의 전화는 30일 두통이나 걸려왔다. 모두가 LG텔레콤발이었다. (텔레마케팅이란 거룩한 용어가 있으니 스팸이란 표현은 쓰지 않겠다.) 오전에 온 것은 바쁘다는 핑계로 끊었고 저녁때 온 전화는 까칠한 응답으로 돌려세웠다. 이통사에 항의하고 싶지는 않다. 빠져나갈 구멍은 이미 만들어놨을테니...
그런데 끊고나니 왠지 께름직해진다. 톡 까놓고 말하면 이동통신 3사가 내 개인정보를 갖고 전화를 마구 해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휴대폰은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어느 휴대폰 대리점에서 샀는데 어떻게 이 정보가 이통사들의 공유재산으로 전락했을까.
내 구매정보를 서로 돌려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첨단 고객관계관리(CRM) 기술이 탄생시킨 결과물일까. 분명한 것은 둘 다 불쾌한 느낌만 준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바꾸지 않는한 유혹의 전화는 앞으로도 계속 걸려올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지면에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다짐이 울려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