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정보 민주주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3)

2006-11-05     ksw1419
세상의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듯이 나날이 늘어나는 블로그도 다소 삐딱한 관점에서 보자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정보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 정보 생산 및 유통시스템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정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일반 대중들은 어떤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을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보다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은 것은 오히려 선택 그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즉, 일분 일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 많은 블로그를 섭렵하며 다양한 정보를 얻기를 바라는 일은 너무 지나친 기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 대중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는 대부분 지명도가 있고 비교적 잘 알려진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게 되고 그 곳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결국 블로그의 세계에서도 정보 생산 및 유통의 불균형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로그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일반 독자들로부터 과연 얼마 만큼의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가라는 문제로 귀착된다.

  

일례를 하나 들어보자. 서로 관점이 다른 북핵 문제의 해법를 제시하는 글이 각각 유력 일간지(조중동의 경우 판매부수가 많은 보수신문에 불과할 뿐 진정한 의미의 유력지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와 개인 블로그에 실렸다고 가정해 보자. 두 글의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어느 글이 일반 독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다음에는 당연히 유력 일간지에 실린 글이 개인 블로그에 실린 글보다는 더욱 신뢰를 얻을 것이며 그 파급력 또한 훨씬 클 것이다.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미국 유력지의 영향력은 인터넷에 의한 새로운 언론환경에서도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상당수 언론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이들 언론매체가 유력지라는 가면을 통해 한국 언론 및 국내 정보유통구조에 끼치는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이 문제는 추후 기회가 되면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언론 매체가 급격히 늘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일반 대중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매체에 더욱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다시 말해 인터넷 시대에 일반 대중들은 넘치는 정보와 다양한 목소리 중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이며, 어떤 주장과 어떤 논조를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며, 그 결과 신뢰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기존의 유력 언론 매체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 의한 블로그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권위적이고 독과점적인 언론 매체에 의한 정보 생산구조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블로그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개인 미디어가 기존 언론매체의 병폐를 극복하고 진정한 정보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전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물론, 블로그 미디어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 섣불리 추측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따라서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진정 정보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바란다면 비록 블로그 미디어가 보여주는 현실이 장밋빛만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결코 꿈꾸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며 우리가 꿈꾸는 그 날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