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프리, '닫힌 네이버'를 두드리다

2006-11-12     이희욱

한 달쯤 전, 원격 블로깅에 대해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 글 편집SW를 이용해, 블로그 밖에서도 자신의 블로그로 글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그 글에서 원격 블로깅을 지원하는 몇몇 SW를 소개했는데요. '씽크프리 오피스'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글과컴퓨터와 한컴씽크프리, NHN이 공동으로 씽크프리 오피스 서비스 계약을 정식 체결했다고 11월10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제휴의 의미와 이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한컴씽크프리 CTO인 박재현 이사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씽크프리 오피스와 네이버 블로그의 연동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네이버는 블로깅API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누군가 원격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싶어도 네이버쪽에서 통로를 열여주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네이버 오픈API 공식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현재 블로깅API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담당자의 답변을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담당자는 "다른 업체중에는 다음이 유일하게 블로깅API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했지만, 이는 틀린 설명입니다. 다음에 앞서 이글루스가 이미 블로깅API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MS 라이브 라이터'나 '나모 웹에디터 2006', '구글 독스&스프레드시트' 등을 이용해 이글루스로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편집창, 씽크프리로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박재현 이사의 글 가운데 다음 대목이 유독 눈에 띕니다. "모든 웹에디터는[…] 대부분이 기능에서 대동소이합니다. […] 페이지 개념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단편집 등 기존 워드프로세서와 비교할 때 아주 조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이 겪는 어려움이지만 자동 저장이 되지 않아 간혹 웹에디터에서 문서를 작업할 때 내용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겪습니다. 저도 이런 경우가 많아 실제 글을 쓸 때는 씽크프리 오피스로 작업을 한 후 이를 복사하거나 자동포스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워드프로세서는 HTML보다 표현력이 크기 때문에 보다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특히,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문서를 저작하고 해당 레이아웃에 다양한 콘텐트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만든 파일을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고 DOC 파일로 저장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각종 게시판, 블로그 등 기존의 웹에디터 환경은 완벽히 새로운 환경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그림 하나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씽크프리 오피스의 원격 블로깅 기능이 네이버 블로그와 연동되는 것입니다. "대동소이한" 네이버 블로그 편집창 대신 "보다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씽크프리 오피스 'write'로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해 전송하는 일이 가능해질 모양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씽크프리 오피스가 아예 네이버 블로그의 편집기로 내장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 어차피 씽크프리 오피스로 작성한 콘텐츠를 화면깨짐 없이 블로그에 올릴 수 있다면, 씽크프리 오피스 자체가 블로그 편집기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를 추측 가능케 하는 힌트는 박재현 이사의 글 속에 있습니다. 박 이사는 씽크프리 오피스의 네이버 적용을 위한 기획 검토를 맡은 담당자가 이람 NHN 커뮤니케이션유닛장이라고 했습니다. 이람 유닛장은 초창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기획한 주역으로,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총괄하는 선장입니다. 아마도 네이버의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를 씽크프리 오피스에 어떻게 연동할 지 차근차근 따져보는 중인가 봅니다.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MS워드 2007→네이버 포스팅'도 가능해질까



이왕 말 나온 김에 조금만 더 '오버'해 볼까요. 한컴씽크프리 입장에선 조금 섭섭할 지 모르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 2007'과 네이버 블로그의 연동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박재현 이사가 말하듯이 "씽크프리 오피스는 MS 오피스와 90% 이상 호환"됩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씽크프리 오피스가 연동되고 씽크프리의 'write'가 MS워드와 90% 이상 호환된다면, MS워드에서 네이버 블로그로 연동하는 것도 어렵잖은 일 아닐까요. 11월30일 선보일 'MS 오피스 2007'에 원격블로깅 기능이 포함돼 있다는 건 이미 아실 테고요.

 

API를 공개한다는 건 여러 면에서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볼 여지를 제공합니다. 서로 다른 서비스끼리 이종교배하는 '매시업'이 가능하니까요. 그동안 네이버는 지도나 검색 등 일부 API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개방했는데요. 씽크프리 오피스 서비스를 계기로 '닫힌 네이버'에서도 유쾌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