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버넌스 기자회견장의 풍경

2006-11-12     황치규

한국HP(대표 최준근 www.hp.co.kr)가 10일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HP 소프트웨어 심포지엄 2006' 기자간담회를 갖고 IT거버넌스 분야의 맹주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HP는 머큐리인터액티브 인수로 확보한 비즈니스 기술 최적화(BTO) 솔루션을 기존 IT서비스관리(ITSM)과 통합 운영 관리 솔루션에 통합하고 IT와 비즈니스 정책간 거리를 좁혀주는 'HP BTO'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IT와 비즈니스를 따로따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환상의 듀오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HP식 IT거버넌스는 이렇게 요약된다. IT거버넌스란 IT자원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한국HP는 IT거버넌스 분야의 경쟁 업체로 한국CA와 한국BMC소프트웨어를 꼽았지만 이들 업체보다는 자사가 한수위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HP의 이상열 상무는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머큐리 인수로 미흡했던 IT거버넌스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아직까지 한국은 IT거버넌스 분야에서 선두로 올라선 업체는 없다. 조만간 IT거버넌스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HP본사는 머큐리 인수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SW업체 반열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 국내법인인 한국HP는 머큐리 인수로 매출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 



두 회사가 제품에서 충돌이 나지 않았던데다 주력 시장도 달라 합병으로 겹치는 영역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HP가 단순 계산법으로 따져 머큐리 매출을 그대로 넘겨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이날 기자간담회장에서는 IT거버넌스를 구성하는 ITSM 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도 화두로 떠올랐다. 분위기는 예상대로 뜨거웠다.

 

한국CA 등은 현재 한국HP의 SW사업에 대해 하드웨어를 등에 업고 이뤄지고 있다면서 자체 실력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HP 관계자들은 다소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며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마이크를 쥔 한국HP 지동욱 부장은 "공정한 데이터는 IDC와 같은 시장 조사 기관 자료를 봐야 한다. HP도 그것을 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SMS와 NMS 시장에서 HP는 경쟁사보다 2~ 3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IDC데이터를 참고하라. C사와 B사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 부장은 이머징 마켓인 ITSM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넘어갔다. 구체적인 시장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프로젝트 승률로 따지면 절반 이상 HP가 이기고 있다는게 핵심이었다. 지 부장은 선전의 배경으로 기존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 파트너이 ITSM 프로젝트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을 꼽았다.



요즘 ITSM이나 ITAM 기자간담회에 가보면 업체들이 경쟁 업체를 매우 의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기자들이 경쟁을 부추기는 질문을 던지는 탓도 있겠지만 업체들 스스로도 경쟁에 민감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1주일전이다. 한국CA도 기자들을 모아놓고
ITSM, ITAM, IT거버넌스 분야에 대한 자사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HP와의 경쟁우위가 강조됐음은 물론이다.



알다시피 ITSM은 아직 갈길이 많이 남은 초기 시장이다. "누가 1위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아직까지 한국은 IT거버넌스 분야에서 선두로 올라선 업체는 없다"는 한국HP 이상열 상무의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를 감안하면 업체간 공방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마케팅메시지로 보는게 적당할 듯 싶다.



한편 ITSM이나 IT거버넌스 공방에 있어 당연히 있어야할 업체 하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IBM이다. 한국HP와 한국CA 모두 경쟁자를 말할때 한국IBM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은 주적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IBM 관계자는 "접근 방식이 달라서 그렇다. 시스템관리부터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IBM도 갖출 것은 갖췄다는 얘기다. 기자는 조만간 한국IBM을 방문해 이에 대한 얘기를 직접 들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