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혁신”

2006-09-06     도안구

원성식 한국IBM 상무는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채널 정책을 논의한 끝에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채널이 필요하단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를 해결할 채널이 바로 웹”이라고 설명한다.


ibm.com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웹을 이용한 고객과의 접촉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기존 채널 정책의 일대 변화와 그를 통한 유연한 시장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고객들이 IBM의 모든 제품과 솔루션, 서비스들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채널 다변화의 한 방안으로 이 조직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가시적인 변화가 쇼핑몰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IBM을 포함한 대부분의 IT 벤더들은 채널, 흔히 말해 자사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파트너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파트너가 여전히 중요하고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상위에 있다. 하지만 이런 파트너를 통한 시장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IBM의 내부 결론이었다.


고객 변화에 신속한 대응

그동안의 라우터 마켓, 즉 시장 접근 경로 중 가장 쉬운 방법은 세일즈맨이 직접 고객사를 방문하거나 파트너사가 이를 대신 수행하는 일이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한 IT 벤더들의 채널 정책이지만 조금씩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초창기 이런 IT 벤더들의 웹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채널로서만 존재했지만 IT 제품들 특히 서버 영역에서 100만 원대의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공산품과 동일 제품으로 판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고객들은 대규모 물량과 대규모 예산을 들여 IT 장비와 솔루션, 서비스를 구매해왔다. 하지만 공산품 같은 형태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고객들은 구매 프로세스를 단축시키길 원한다. 그동안 고객들은 제품 구입에 따른 기획안과 기안서 작성, 각 벤더들의 제품 설명과 가격 협상 등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구매 프로세서를 거쳐 제품을 구매해 왔는데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 원 상무는 이런 고객 변화를 IBM이 감지하고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다.


1차적인 고객 타깃은 개인과 소호(SOHO) 등 자영업자들이다. IBM을 알고는 있지만 어떤 경로로 IBM의 제품들을 구매할지 모르는 고객들을 흡수하는 것이 웹 채널 강화의 1차 목표다. 원 상무는 “그런 점에서 쇼핑몰 강화는 조금씩 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로우엔드 IA 서버와 래쇼날과 도미노 같은 패키징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2웨이 정도의 유닉스 서버도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IBM이 접촉하지 못했던 개인과 소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구매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2분기부터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는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들도 일어났다. 래쇼날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고객이 2달 후 서버와 소프트웨어 추가 라이선스, 고객 지원 연장 등을 웹을 통해 신청한 것. 고객들의 구매 방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는 것이 원 상무의 설명.


단순히 소호나 개인들만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단위 부서에서도 쇼핑몰을 통해 NT 서버를 구매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기존 파트너가 존재하지만 서버 제품이 저렴해지고 고성능화 되면서 단위 부서에서도 결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났다.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제품을 도입하려는 고객들의 변화가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도 쇼핑몰 강화로 얻은 이점 중 하나다.


경쟁사들도 동일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델의 경우 웹과 전화를 통한 직접 판매 방식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원 상무는 델의 경우 웹을 통해 가격을 공개하고 구매 편의성 측면을 강화시킨 면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인정하다. 하지만 그는 “고객들은 단순히 구매만을 위해 웹에 접근하지 않는다. 다양한 제품과 기술 정보를 얻기 하기 위해 방문한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자사의 경쟁력을 내세운다.


HP와 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보제공 측면에서는 자사와 동일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지만 최근 쇼핑몰 강화와 같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 IBM의 웹페이지가 수백만 페이지면서 매일 새롭게 바뀌고 있다. 포탈로서의 역할이 일단은 우선시되고 있지만 구매 편의성 부분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웹 전략 자체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따라 각 벤더들마다 차이가 나고 있다.


혁신의 문화 안착에 주력

그래도 최근에 NHN의 네이버에 입점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원성식 상무는 “아무리 좋은 정보와 쇼핑 편의성을 제공하면 뭐하나. 고객이 오질 않으면 소용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입점 이유를 설명한다. 방문자나 히트수에서 경쟁력 있는 포탈에 입점함으로써 대고객 창구를 넓혀나가겠다는 전략들은 당연하다는 것.


원 상무는 “포탈을 통해 뉴스를 보고, 상품을 찾고, 원하는 정보도 찾는다. 기업 구매 담당자들이 이런 일련의 활동을 포탈에서 하고 있는데 그곳에 입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초기 소호 시장과 개인을 타깃으로 한 전략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


웹 채널의 강화는 IBM 뿐만 아니라 모든 IT 벤더들이 당연시하는 문제다. 다만 거시적인 분야의 합의가 미시적으로 집행될 때 의견의 차이가 있지만 내부 논의를 통해 적절한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조직의 역량이라는 설명을 잊지 않는다.


원 성식 상무는 웹의 강화라는 표피적인 변화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내부 변화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 접근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에는 모두 동감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실무자들이다. 자신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경험을 통해 조직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가 한국IBM이 얻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이자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실무자가 가진 아이디어를 내기도 전에 그 결과를 생각하고, 애초에 꽃도 피워보지 못하면 그런 조직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원 상무는 강조한다. 원 상무는 “혁신의 문화는 일당 시동이 걸리면 빠르게 감염된다. 전염 속도가 무서운 것이다. 아이디어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때 개인은 물론 조직도 사는 길”이라고 밝혔다.


원성식 상무는 한국IBM에서 산업별 솔루션 영업을 경험했고, 그 후 10여 년간 유닉스나 스토리지 같은 브랜드 제품도 취급했다. 이런 경험들이 현재의 웹 전략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IT 벤더들이 중견․중소기업(SMB)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자신의 경력이 이점이 있다는 것.


원 상무는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SMB 고객들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 SMB들이 정보화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하고 “대기업을 포함한 SMB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면서 동반 성장하는 것이 IBM의 전략”이라고 역시 벤더에서 일하는 임원다운 말을 전한다.


한편, 이런 변화의 시도에도 애로점은 존재한다. 바로 현지화 문제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본사의 중요 메시지가 동일한 화면에 동일한 내용으로 각 고객들에게 전달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IBM은 북미, 유럽, 아태지역으로 나눠 이를 실행하고 있다. 인프라 환경이 전혀  다른 환경을 표준화시켜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유무선 인프라 측면에서 앞선 국내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원성식 상무는 “우리나라와 같은 유무선 인프라가 가장 앞선 곳에서는 별도의 사이트도 있지만 주된 것은 글로벌 메시지의 일관된 전달”이라고 전한다. 원 상무는 현지화와 글로벌 메시지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덧붙였다. 


이런 관리 모델, 즉 웹 거버넌스 모델과 e-거버넌스 모델과 전략은 그 자체로 다른 글로벌 벤더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도 IBM의 이런 전략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자사에 필요한 모델들 발굴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IBM의 모습이 얼마나 스스로를 변화시킬지, 또는 경쟁사를 포함해 관련 기업들에게 얼마나 빨리 감염시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