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백본 '테라비트' 시대 개막

2006-09-06     도안구

인터넷 백본 라우터 시장의 새 역사가 쓰여졌다. 지난해 4분기 KIDC(현재 LG데이콤의 KIDC 사업부)를 시작으로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 KT가 자사의 인터넷 백본을 모두 테라비트 라우터 제품으로 교체한다. 1994년 6월 KT가 첫 상용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을 선보인지 12년 만이다. 지난 2004년 인터넷 도입 10년을 맞이한지 2년만에 또 다른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인 셈이다.


가장 먼저 인터넷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KT가 혜화와 구로 전화국에 1.2테라비트 라우터를 설치하면서 마지막 대미를 장식했다. 그동안 라우터 시장은 쓰리콤 장비가 94년 도입됐다가 이후 시스코의 GSR 제품이 2000년까지 국내 모든 통신사의 백본망에 사용됐다. 시스코의 독주를 막은 것은 주니퍼네트웍스. 주니퍼네트웍스는 2002년 9월 KT 코넷 백본망에  T-시리즈를 제공했고, 2004년 LG데이콤의 백본망 라우터를 공급했다.


기가비트 시대에서 격돌한 두 회사의 싸움에서 시스코가 독주하다 주니퍼에 카운터펀치를 맞고 다운됐다가 기사회생한 후 잠시 휴식기를 거쳐 2라운드인 테라비트 라우팅 시대에서는 주니퍼를 넉다운시킨 셈이다.


유선 통신사들은 포털, 전자상거래, 게임 업체 등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 3~4년 주기로 관련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의 여러 통신사업자들은 향후 10년간 폭증할 인터넷 전화(VoIP), 비디오 폰, 주문형 비디오(VoD), IPTV 등을 포함하는 고대역폭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고객들에게 원활히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태성 KT 네트워크 플래닝팀 부장은 “6개월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들도 텍스트에서 이제는 동영상으로 바뀔 정도”라고 전하고 “이런 다양한 서비스가 문제없이 제공되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부장은 또 “비디오클립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판도라TV나 곰TV가 그 예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또한 각 유선 통신사들의 초고속인터넷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댁내 구축되는 네트워크 인프라도 고대역화되고 있다. 당연히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의 출연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T는 네트워크 시설물과 기존 인프라 증설, 망 최적화에 총 3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차세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미리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KT에 앞서 LG데이콤의 KIDC는 테라비트 라우터 2대 장비를 KIDC 논현동 센터에 구축했다. KIDC는 국내 발생 데이터 트래픽 총 용량 중 40%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관련 장비를 도입한 것.


하나로텔레콤도 데이터크레프트코리아를 통해 테라비트 라우터 장비를 도입했다. 하나로텔레콤은 100Mbps 초고속 서비스를 성장시키는데 주력해오고 있는데, 이미 60만 명의 프리미엄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회원 수를 80만 명으로 늘릴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나로는 고품질의 오디오, 비디오 텔레포니,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서비스와 같은 IP 기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가정과 기업 고객 대상으로 다양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테라비트 라우팅 초기 시장을 석권한 전홍원 시스코코리아 SP 총괄 전무는 “시스코의 CRS-1은 통신사업자들의 코어 백본 네트워크에서 현재와 미래에 요구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도록 디자인 됐다”며 “국내 시장도 석권함으로써 이 분야 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는 통신사들은 언제까지 이런 투자비를 통신사 혼자 부담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인 대상의 초고속 인터넷 종량제는 네티즌들이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반발이 너무 커 더 이상 거론하지는 않지만 대형 포탈들이 쓰는 만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 네트워크 중립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지 살펴보는 것도 테라비트 라우팅 시대를 맞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