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 'IDC' 직접 구축할까?

2006-09-06     도안구


포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력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가능성은 무엇일까? IDC들이 전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그동안 손안에 넣고 만지작거리고 있던 자사의 IDC 구축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글로벌 포털들이 직접 IDC를 구축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가능성으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국내 포털들이 전력 문제에 관심을 돌린 것은 3~4년 전부터다. 포털들은 사업 초기 유닉스 서버를 사용해 오다 닷컴 붐 붕괴 후 경비 절감에 눈을 돌렸다. 마침 리눅스가 등장하고 PC서버의 성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포털들은 노후된 유닉스 서버를 PC서버, 즉 x86서버로 교체해 사용했다.


유닉스 서버 10대 사용하던 상황에서 PC 서버 20대가 필요해졌고, 댓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타원형 서버가 아닌 옆으로 뉘인 형태의 랙 서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장비에 대한 감가삼각 비용을 점검하던 포털들은 x86 서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력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IDC들도 뒤늦게 관련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하지만 초기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사업자간 유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전력 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KT, LG데이콤이 시장을 양분하고 하나로텔레콤, 호스트웨이IDC 같은 업체들이 뒤를 잇고 있다. IDC 시장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특히 전문 IDC들은 대부분 몰락했고, 유선 통신사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은 매출 대비 고정비용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 고정비용의 주범이 바로 전기세다.


좋은 시절 갔다

IDC에 유입되는 전기량은 한정돼 있다. 그동안 과금을 안 해 고스란히 IDC가 부담해야 했던 전기세를 이제 고객들이 부담하라는 입장이다. 현재의 요금이 과거의 장비 사용량 기준으로 전기에 대하여 단순하게 책정했기 때문에 장비의 발달로 전기의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전기요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NHN이나 야후코리아,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부분의 포털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NHN은 이 문제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IDC들이 전기요금 현실화 주장을 하기에 앞서서, IDC 비용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과 정확한 사용현황에 대한 측정이 선행되어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협상을 해야 한다”고 전하고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이 전기료 현실화를 주장하는 것은 안이한 접근법이 아닌가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지만 과금 문제 때문에 포털들이 독자적인 IDC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후코리아 최용석 차장(사진)은 “기존 IDC 전력 설비가 너무 낙후됐고, 새로운 IDC들은 구축되지 않았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포털 서비스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한다. 



IDC들의 설비가 여전히 상면 중심으로 돼 있고, 포털들이 원하는 만큼의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의견에 다음커뮤니케이션 인프라본부 이종근 팀장도 동의한다. 이 팀장은 “기존 서버 10대 하던 일을 지금은 3개가 한다. 이론적으론 서버 댓수가 급격히 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각 포탈 사업자들이 성장을 했고,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도 이제는 멀티미디어화 됐다. 새로운 서버 10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팀장이 언급한 대로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방식의 변화도 포털 사업자들이 전력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개인 사용자들은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유통자이다. UCC(User Creative Contents)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 부분 동영상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유무선 통신 인프라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콘텐츠 자체의 용량이 크고 생성 횟수도 많다. 저전력 서버들이 출시되고 성능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사용자들의 콘텐츠 생산 방식과 유통 방식이 바뀌고 있어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전력 공급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고, 서비스 형태와 콘텐츠는 점점 멀티미디어화 되고 있는 상황. 한 포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력 문제와 관련해 포털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IDC들은 랙당 얼마 이상의 서버를 넣지 말라고 한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정말 심각하다”고 전한다.


지불한 만큼 용량 올려 달라

이런 상황에서 IDC 독자 구축까지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높으냐는 점이다. 포털 한 두 곳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용 변전소를 짓는데도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원하는 만큼의 전력량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예상했던 전력량을 빨리 초과할 경우에는 새로운 인프라로 교체해야 한다. 운영 인력도 없거나 부족하고 IDC에 입주해 있지만 IDC 운영 경험은 또 별개다. IDC 구축 아웃소싱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지역을 골라 부지를 매입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한전과 협의 후 원하는 만큼의 전력량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항상 관계 기관과의 협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최근 땅값이 급상승해 최소 2천여 평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유영복 NHN 실장은 블로터앤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NHN은 매년 40~50% 씩 성장하고 있고, 경쟁사들도 이보다는 못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성장세를 미리 감안해 3~4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전하고 "모두가 이 정도로 관련 산업이 성장할지 몰랐으니까 빚어진 문제인 만큼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국내 포털들도 해외 포털들처럼 발전소 옆으로 회사를 옮기면 어떨까?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전력 요금도 단일 요금체계기 때문에 별다른 혜택을 얻기도 힘든 상태에서 신규 IDC 센터까지 대용량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자칫 하다간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


그동안 독자적인 IDC를 운영해왔던 엔씨소프트가 최근 KIDC에 입점한 점은 이들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아무리 자금이 풍부하더라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전력 문제나 IDC 운영에 비용 문제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 파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H도 독자 IDC를 운영하고 있다. KTH는 매주 전력 시설에 대한 보유전력량과 소비전력량을 측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또 장비 모델별 전원 사용량을 체크해 사업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원가 산정시 이를 사용하고 있다. 각 사업팀별 원가 배분은 각 사업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원천데이터로 사용한다.


KTH의 한 관계자는 “장비가 추가로 IDC에 입고됨에 따라 매월 3~5%의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IDC에서는 같은 공간에 많은 장비를 수용하려는 고객과, 처음부터 전력량을 제한하려는 IDC의 입장에서 마찰이 계속되리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또 이제 계약서에 공간을 빌려 사용하는 비용과 네트워크 비용과 같이 주요 계약사항에 전기 사용량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력 문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제품 구매시 전력 문제를 독립 변수로 올리는 일 정도다. 물론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몇 언론에 NHN이 삼성전자 600대, 이슬림으로부터 100대, 유니와이드로부터 300대 등 100대의 랙마운트형 서버를 발주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슬림이나 유니와이드가 공급한 제품들이 저전력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이슬림은 인텔의 소사만 프로세서 기반 서버를 공급했고, 유니와이드는 AMD 옵테론 기반 서버를 공급했다. NHN이 AMD 기반 서버를 대량으로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MD는 저전력 칩을 기반으로 인텔의 아성이던 X86 서버 시장에서 전세계 시장 점유율 25%까지 따라잡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구매 패턴 변화

NHN은 장비 도입에 대한 적합성을 검토할 때 성능과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력 소모량 같은 항목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장비가 IDC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지나친 전력소비는 추가 공사를 유발하거나, 장비 집적도, 타 장비와 전체 인프라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비 선정시 전력은 독립적인 검토사항이 되고 있는 것. 

 

NHN은 전력 문제에 대해 사업 초기부터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IDC 요금에서 전력요금이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장비의 전력문제는 선정과 운용에서는 요금과 상관없이 중요한 요소인데 이제 조금 더 중요해졌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NHN은 “추가 설비나 공사의 필요성, 장비의 집적도, 항온 항습의 필요, 타 장비와 전체인프라에의 영향을 미치고, 전력의 문제가 IT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노력은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6개월 주기로 장비 선정을 하는데 이 때 전력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종금 팀장은 “2002년 전에는 전력 문제가 구매 우선순위 5위 밖에 있었다면 그 후엔 5위 안에 들었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전했다.


포털들은 서버별 칩셋을 파악하고 관리한다. 또 장비 선정시 저전력 장비를 선택하고 노후화된 장비를 신장비로 교체하면서 장비수를 조금 줄이고, 장비 배치와 집적도, 항온 항습 절감을 위해 재배치, 저전력 장비 플랫폼과 랙 등 주변 시설 연구에 투자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변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야후코리아 최용석 팀장의 말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야후의 움직임이나 세계 동향에 대해서 누구보다 양질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해외 포털들이 IDC를 직접 구축하는 것은 전기세를 낮추는 것도 있지만 만일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서비스 제공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하고 “데이터센터가 낙후됐다는 것은 IT 서비스 강국이 조만간 붕괴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IDC가 IT 서비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 시설들에 대해 특혜를 주라는 것이 아니다. 그 중요성에 합당한 만큼 정부와 국회, IDC 사업자, IT 서비스 업체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