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버린 회사, 야후코리아가 투자?
야후코리아가 9월 6일 미디어코프의 지분 6.73%를 인수했다. 모두 167만4647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24억원에 사들였다. 풀어 설명하면, 미디어코프가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167만4647주를 새로 발행해 24억원에 야후코리아에 모두 넘겼다는 얘기다.
미디어코프는 옛 영진닷컴의 새 이름이다. 한때 컴퓨터 도서전문 출판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몇 번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기업의 모태인 출판사업부문은 초기에 비해 상당히 축소됐다. 빈 자리를 메운 것은 영화와 잡지,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 올해 2월 23일,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코프(Mediacorp)로 사명을 바꿨다. 주요 계열사와 사업부문은 다음과 같다. (<표> 참조)
그런데 계열사 하나하나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우연찮게도 이들 계열사의 상당수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한때 계열사로 거느리다 분리한 곳들이다. 결과적으로 다음이 버린 사업부문을 야후가 이제서야 투자하는 모양새다.
먼저 미디어코프 최영재 대표가 역시 사장을 맡고 있는 미디어2.0을 보자. 다음은 2002년 1월, 영화잡지 ‘필름2.0’을 내는 ‘미디어2.0’에 40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 당시 이재웅 사장은 “다음에서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의 영화관련 콘텐츠를 대폭 보강하고 이를 토대로 영화산업 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지나친 사업확장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지분을 매각했고 EBT네트웍스와 유아원(옛 모바일원)을 거쳐 지난해 12월 87억원에 당시 영진닷컴, 지금의 미디어코프에 넘어갔다.
다음이 미디어2.0을 인수한 2002년 당시, 업계엔 다음의 영화사업 진출설이 돌면서 영화배급사 튜브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이후 튜브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가 잇따라 쓴잔을 마시면서 인수설은 자연스레 들어가고 말았다. 튜브엔터테인먼트는 2005년말 영화배급부문을 ‘튜브플러스엔터테인먼트’로 물적 분할했으며, 이 회사는 올해 1월 70억원에 미디어코프에 인수된 뒤 ‘스튜디오2.0’으로 이름을 바꿨다.
직접적인 계열사는 아니지만, 미디어코프가 35억원을 투자한 JYP엔터테인먼트도 따지고 보면 다음의 오랜 파트너였다. JYP는 가수 박진영씨가 대표로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다음은 2001년 8월 JYP의 주식 50%(5천주)를 35억원에 인수하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 음반발매나 스타 오디션, 주문형 비디오(VOD)와 주문형 오디오(AOD) 등의 서비스를 노린 투자였다. 하지만 오이뮤직과 같은 이유로 올해 2월 65억원에 지분 전량(5만주)이 매각됐다. 3개월 뒤인 올해 5월 미디어코프는 35억원을 투자해 JYP의 주식 20%(2만5천주)를 사들이며 대주주에 올랐다.
그렇다면 야후코리아와 미디어코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연결됐을까.
미디어코프의 온라인 축구전문 미디어 풋볼2.0(www.football2.co.kr)은 2004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의 챔피언스리그를 독점 중계해 왔다. 2005년 2월에는 한국어 서비스도 내놓았다. 야후는 지난해 말 미디어코프와 손잡고 UEFA 경기의 온라인 독점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생중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열풍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즌 전경기를 무료로 생중계하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이번 지분인수로 야후코리아는 미디어코프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미디어코프가 9월 6일 금융감독원에 올린 공시에는 야후코리아의 지분인수가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가목적용’으로 돼 있다. 이는 작게는 이사 및 감사의 선·해임부터 회사간 합병이나 분할, 영업이나 자산의 임대나 양수·도에 관여하며 극단적으로는 회사의 해산까지 결정할 수 있는 위치다. 흘려넘길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