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KT-SKT "공동 결합상품으로 화해?"

2006-11-24     도안구

유무선 통신 시장을 놓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KT와 SK텔레콤이 손을 잡을까? 두 회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설명: 정보통신부 주최로 결합판매 제도개선 정책 방향 공청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내년 유무선 통신 시장의 화두는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 상품 제공이다. 시내전화와 시외전화, 또는 인터넷, 방송, 이동전화, 인터넷 전화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유무선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을 쏟아내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 KT와 SK텔레콤은 이런 결합 상품을 제공하지 못했다. 유사한 상품을 제공하더라도 가격 인하 등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없었기에 시장에서 외면당하곤 했다. KT와 KTF가 제공한 '원폰' 서비스의 경우 2년이 넘도록 가입자가 늘지않았다. 이에 비해 LG텔레콤의 기분존 서비스는 서비스 개시 후 두달도 안돼 2만 여명을 모집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이에 대해 시장 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LG텔레콤 기분존 서비스는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서 선점한 반면 KT와 KTF의 서비스는 좋은 시도였음에도 가격 결정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두회사의 상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 상품에 대한 정부의 통제 때문이었다"라고 전하고 "내년 결합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면 그 위력은 폭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 전화 시장에서는 KT가 지배적 사업자며 SK텔레콤이 이동전화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다. 정부는 그동안 후발 통신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위해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 상품 출시를 허가하지 않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부는 결합 판매 제도 개선 2차 공청회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방청객 중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KT와 SK텔레콤이 결합 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어떤 규제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 정보통신부 조경식 통신경쟁정책팀장은 "협의나 제휴가 가능하다"고 원론적으로 문제 없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별도의 규제없이 일반적인 결합판매 규제 원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사실상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T와 KTF, SK텔레콤, LG파워콤과 LG데이콤, LG텔레콤 등 통신 3강 구도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SK텔레콤이 KT그룹과 LG그룹사와 대응하기 위해 하나로텔레콤과 손잡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SK텔레콤 입장에선 시내외 점유율이 미비한 하나로텔레콤과의 협력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에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KT나 SK텔레콤 내부에서는 두 사가 손잡을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 왔다. KT가 PCS 재판매 사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동통신 제 1의 사업자인 SK텔레콤와 협력해 결합 상품을 판매할 경우 어떤 규제가 있을지 검토해 왔다는 점에서 결합 상품 판매의 폭과 제휴는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KT 박원상 상무는 이날 공청회에서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정부에서 마련된 안이 결합상품 판매 촉진보다는 여전히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것. 박원상 상무는 "규제도 사전 사후 모두 한다. 지금 제도보다 규제가 더 늘었다"고 전하고 "결합 서비스 금지에 해당하는 내용도 많고, 요금 적정성 심사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소비자들은 70% 정도의 비용절감을 결합상품을 통해 얻고자 한다"고 밝히고 "요금 할인이 10%~30% 정도는 돼야 소비자들이 결합상품에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후발 통신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KT의 시내외,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을 놓고도 "우리나라는 이미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업체가 인프라에 투자를 했다. 정작 이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 더 투자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면서 KT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만 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정보통신부 조경식 팀장은 방송의 결합판매에 대해서도 "궁극적으로는 함께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통방추진협의회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혀 단순한 통신 상품만의 결합 상품이 아닌 방송상품도 함께 제공되는 방향으로 정보통신부가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