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5년, 두번의 좌절은 없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0년을 버텨왔다면, 그것만으로 대단한 기업이다. 그만큼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과 업계가 열악하다는 말이다. 아니, '열악하다'는 말로는 표현에 한계가 있다. 오죽하면 '천하의 빌게이츠도 한국에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10년전, 이름만 대면 알아주던 기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언제 어떻게 사라져갔는지 소리소문도 없이 기억속에서 멀어졌다.
"그동안 칩거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나큰 위기 속에서도 우리를 믿어준 고객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5년만에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는 미디어랜드 이무성 사장의 말이다. 미디어랜드는 'TCO!스트림'이라는 PC관리 소프트웨어로 두각을 나타냈던 기업이다.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게됐으니, SW업계의 중견이다. 그러나, 한동안 사라진 이름이었다. "아, 그 기업이 아직도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네"라는 반응이 나올 만 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디어랜드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여파는 실로 엄청났다. 많은 인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사세도 위축됐다. 이무성 사장은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대신, '현지화의 실패'때문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미디어랜드는 90년대 중반부터 'TCO!스트림'으로 국내 기업용 PC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고, 그 성과를 발판으로 일본과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결국 쓴맛을 본 것이다.
미디어랜드가 SW로 해외시장을 두드린 것은 꽤 빨랐던 셈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 98년이었으니, 발빠른 행보였다. 이 시기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IT 붐이 일기 훨씬 전이었다.
하지만 중국 사업은 접어야 했다. 중국 시장은 명품을 선호하는 시장이다. 또 당시 중국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보장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대한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우회전략을 택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본고장인 미국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진 후 재진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미국 시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 이무성 사장은 말을 아꼈다. 다만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업체들에 비해 결코 뛰떨어지지 않는 기술력을 확인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할말은 많지만, 지난 일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방점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다.
인텔V프로, PC 관리 혁신적 변화
미디어랜드는 인텔 v프로 기술을 적용한 '프로액티브' 제품을 통해 오랜 기간 침묵을 깨고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인텔은 올 9월 기업용 PC 관리를 위해 '코어 2 듀오 프로세서'에 2세대 인텔 액티브 관리 기술(Intel Active Management Technology)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기업이 기존의 소프트웨어 전용 접근 방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심각한 장애나 보안의 문제 등을 하드웨어에서 근원적으로 해결해 줌으로써 관리의 효율성을 개선해 주는 기술이다.
인텔 AMT 기술을 활용하면 PC 관리가 한층 간편해지고 신뢰성도 높아진다. 이 사장의 설명이다. "시스템마다 고유의 시스템 ID를 부여해 사용자와 PC를 완벽하게 일치시킬 수 있어 자산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에서도 OOB(Out of Band)를 이용해 자산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네트워크에 연결된 PC의 경우 100%의 정확도를 유지 할 수 있다."
또 "원격지에 있는 PC가 부팅이 안되거나 바이오스(BIOS) 설정 잘못으로 심각한 장애가 발생되었을 때 PC에 에이전트없이 하드웨어만으로 원격진료와 원격복구가 가능해 원격PC 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웜과 바이러스 등 PC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보안문제를 기업내 보안정책 기반 아래에서 네트를 하드웨어적으로 강력하게 통제, 차단함으로써 근원적인 문제를 초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무성 사장은 "기업들이 한꺼번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교체는 안하겠지만, 그 이점이 충분해 도입 속도는 빠를 것"이라며 "PC방 업주들에게도 유용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디어랜드는 올 3월에 인텔 AMT 독립 소프트웨어 업체로 선정됐다. 그 동안에도 다각도로 협력을 맺어왔는데 새로운 기술 발표로 더 긴밀해졌다는 설명이다. 관련 분야에서는 전세계적으로 20여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랜드는 이들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제품 개발에 들어갔지만 출시는 훨씬 빨랐다. 인텔은 V프로 기술 출시를 앞두고 대만에서 7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하드웨어 테스트와 소프트웨어 테스트 작업을 끝냈다. 대만에 산재한 수많은 OEM, ODM 업체들 장비와 상호 크로스테스트를 했고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 사장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만족한다. 세계 메이저급 기업들과 경쟁하기에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인텔은 11월8일과 9일에 서울에서 인텔 개발자 포럼을 끝내고 10일과 11일에 중국 상하이에서 동일한 행사를 가졌다. 미디어랜드는 이곳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중국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기업용 PC라고는 하지만 이 PC들에는 서로 다른 운영체제와 각기 다른 수많은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기업에서 승인한 프로그램 뿐 아니라 개인용도의 프로그램도 설치해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쉽고 안전하게 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미디어랜드가 해외 많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국내 시장을 석권했던 것도 이런 사용자 환경을 더 잘알고 다기능보다는 필요한 기능을 좀더 깊게 제공한 이유다.
믿어준 고객들 때문에 재기 가능
하지만 최근 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PC의 안전한 관리 뿐 아니라 개인 사용자들이 보유한 회사 내 정보가 사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버기반 컴퓨팅(SBC) 환경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몇몇 회사의 특정 부서에서는 이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다.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으로 통칭되는 이런 흐름은 일반 PC에는 저장 공간을 두지 않고 서버에 모든 데이터들을 저장한다. PC 관리가 한결 수월해지고 보안도 강화할 수 있다. PC 관리 솔루션 업체들도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무성 사장은 "분명 그런 흐름이 있지만 어느 기업이든 한꺼번에 기존 환경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모델로 가야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관련 분야에 대해서도 꾸준히 기술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관련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위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꺼번에 오피스 제품을 서비스 형태로 전환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PC 운영체제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따라가기만 해도 생존은 가능하다는 설명을 잊지 않는다.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과는 별개로 마이크로소프트도 패치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보안 서비스도 선을 보였다. 특히 최근 네트워크 업체들도 네트워크 접근 제어(NAC) 분야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PC 관리와 보안을 모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10여년의 서비스 경험과 다양한 소비자 환경을 지원하기에는 큰 기업보다는 작은 업체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네트워크 접근 제어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지만 비장의 카드를 내놓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무성 사장은 10여년을 PC 관리 분야에 매진해 왔다. 잘나가다가 좌절의 쓴맛도 봤다. 하지만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무성 사장은 "IMF 이후 오히려 고객들이 PC 관리에 주력해 왔다. 당시 고객이 여전히 고객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해주고 있다. 그져 고마울 따름"이라고 자사를 믿어준 고객들 때문에 다시금 재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도전 그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