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개SW 프로젝트가 우려되는 이유
지난 4~5일 제주에서 진행된 '동북아 공개SW 활성화포럼'에서는 한중일 3국의 공개SW 관련 기관과 기업 등이 모여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행사의 주제는 향후 3국이 공동으로 추진하게 될 '공개SW 개발 프로젝트'를 최종 결정하는 것. 특히 아시아눅스가 미국의 레드햇, 유럽의 수세에 이어 세계 3대 리눅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한중일 3국이 동북아 공개SW 시장과 세계 공개SW 커뮤니티를 겨냥해 진행할 실제적인 프로젝트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행사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는 데스크톱 분야의 2개와 서버 분야의 3개를 비롯해 총 다섯 개다. 먼저 데스크톱 분야에서는 리눅스 데스크톱을 보급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을 분석하는 '리눅스 데스크탑 장애요인분석(가칭 Obstacle Extraction)'과 지하철, 버스 등의 단말기처럼 단순 시스템에 리눅스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사업성 여부를 검토하는 '고정기능컴퓨터분석(가칭 Fixed Function Linux Desktop)'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두 가지 모두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를 산출하는 TFT 성격이 강하다.
공개SW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 프로젝트도 포함
한편 서버 부분은 총 3가지다. 커널 버전에 따라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호환성을 테스트하는 '커널기능테스트(가칭 KRT)'와, 공개SW DBMS를 여러 환경과 머신에서 성능을 테스트한 후 관련 개발 커뮤니티에 로우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개SW DB 성능테스트(가칭 DBMS 벤치마킹)', 국제 표준 시스템 관리 규격 기반으로 리눅스 서버 관리툴을 개발하는 '표준 기반 리눅스시스템관리도구(가칭 OpenDRIM, 오픈드림)' 등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개SW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의제들은 물론 세계 공개SW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 차원의 프로젝트들도 함께 선정됐다. KRT와 DBMS 벤치마킹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나머지 3건은 업체가 제출한 의제로 특히 오픈드림의 경우 중국 리눅스 업체들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그동안 독자 구조를 채택했던 IBM이나 CA 등 상용 서버 관리툴을 대신해 다중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기술협력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도 들어있다. ETRI의 정성임 팀장은 "3국의 엔지니어링 파워를 합치는 의미가 크다. 이렇게 공개 SW 기술 전반을 발전시키면서 시장도 함께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KIPA의 박선영 책임도 "3국이 협력하면 서로 호환이 가능한 기술 솔루션을 만들 수 있어 시장까지 공유활 수 있다. 한국시장 뿐만 아니라 동북아 시장 전체로 넓힐 수 있다. 리소스 면에서도 개별 국가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각 나라의 최고 인력들이 참여하면 그 결과물은 더 좋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기업 인력의 참여없는 공개SW 활성화 프로젝트?
그러나 현재 이러한 계획에는 커다란 걸림돌이 남아있다. 바로 비용, 즉 인력문제다. 이번 프로젝트에 실제로 참여해 개발에 관여할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에 속한 리눅스 전문인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업체인 리눅스원이 데스크톱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것을 제외하면 삼성SDS를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중견 기업들이 자사 인력의 참여 여부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ETRI의 경우도 이 사업이 공개SW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업의 고급 인력에 준하는 인건비를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도 직접적인 자금지원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이런 우려는 오픈SW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 성격의 프로젝트에서 더 심각하다.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기업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는 관심을 보이는 반면 공개SW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의 의미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는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다.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국내 공개SW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세계 개발자들이 십시일반 협력해 개뱔한 결과물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이 다시 공개SW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머뭇거리고 있다. 국내 공개SW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공개SW를 활용해온 대기업들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한편 이번에 확정된 5가지 프로젝트는 이후 온라인에서 3국 담당자들이 모여 프로젝트별 투입 인력과 활동 방식을 논의해 초안을 마련한 후 12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고 진행상황에 따라 프로젝트 결과물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그러나 이런 로드맵을 갖고 업체들과 구체적인 인력 배분을 논의해야 할 프로젝트의 실무 담당자들은, 실제 프로젝트 단계에서 기업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실효성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