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SW벤처로 가라할 수 있는가?

2006-11-30     황치규

"93년 설립했을 때보다 지금 우리 회사의 인지도는 많이 올라갔다. 그러나 그 당시에 우리 회사에 지원했던 사람보다 지금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의 개발자들의 질이 더 떨어진다. 걱정이다. 연구개발(R&D) 아웃소싱 목적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세워 15명을 뽑았는데, 평균 점수가 서울본사 최근 입사자 평균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래에 SW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조금 앞선다."



중소SW벤처 업계가 당면한 인력난을 자신의 회사를 예로 들어 설명한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의 발언이다.



대형 SI업체 종사자가 아니라면 권 사장의 말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빈자리는 있는데,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이 없다는 것은 SW업계를 짓누르는 고질적인 문제임을 알만한 이들은 다알고 있을테니...



  30일 개막한 <SOFTEXPO & DCF 2006> 행사의 일환으로 치러진 SW비전 토론회 모습. 



권사장에 이어  김익환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의 동조 발언이 터져 나온다. "우리도 그렇다. SW산업은 이제 3D 산업이 아니냐는 회의를 가진 시각이 많다. 우리회사에 맞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산업은 발전하는 것 같은데, 전문가를 구하기는 어렵다. 인력은 많아도 원하는 사람을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



윤석경 SK C&C 사장도 거들고 나선다. 



"요즘 젊은 사람들 참 똑똑하다. 좋은 곳을 귀신같이 찾아간다. 지난 5년간 IT를 전공한 사람의 상당수가 디지털콘텐츠와 인터넷 업체로 갔다. 전통적인 IT산업에 특급인재를 끌어오려면 업계 스스로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과 연계해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SI업체들은 중소SW업체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그것도 아니다. 이제 글로벌 경쟁 시대다. 글로벌 사업에 필요한 인력들을 육성해내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토론해봐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중소SW업체보다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SI업체들 역시 인력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소프트엑스포&디지털콘텐츠페어2006 개막에 앞서 관련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SW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마련된 SW비전대토론회장.



이번 토론회는 한국SW산업의 지난 10년은 '아쉽지만 긍정적이었다'는 평가속에 '세계속의 SW한국'으로 가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패널로 나섰던 업계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인력난을 토로, 한국SW산업이 처한 구인난을 실감케 했다.



'쓸만한 개발자가 없다'  사람장사인 SW산업에 우수한 개발자가 몰리지 않는 이 비극적인 상황은 국내SW산업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뜩이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데, 있는 사람들마저 SW벤처에 가려하지 않는게 당면한 현실이다.

 

SI업체야 그래도 이름값과 안정성을 앞세워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SW벤처기업의 경우 필요한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대기업을 떠나 벤처에 가려면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포털이 우선이지 SW벤처는 가급적 밟고 싶지 않는 땅이다.



왜? 힘들기 때문이다. 전망은 불투명하고 SI업체를 상대하는 것도 골치가 아프다. 개발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느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견이 아니다. SW벤처쪽 사람 상당수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들은 이를 재확인한 것 뿐이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SW산업 종사자들이 이 분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녀들에게 SW벤처로 가라하고 싶은가?"



묻고싶다. 독자분들의 형제나 자녀 그리고 친구들이 포털과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SW벤처에서 한번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하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한국SW산업의 현재를 말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