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어바이어-주니퍼, 그리고 삼성?
과연 시스코와 대항할 수 있는 협력 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까?
최근 네트워크 장비업계는 고객들의 통합 업무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업체간 협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의 이면에는 토털 솔루션 제공 측면에서 한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한 시스코시스템즈와의 경쟁을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기술적인 통합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근 시스코시스템즈는 토털 솔루션을 일괄 구매할 경우 경쟁 업체들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가격 할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스코와 개별적으로 맞붙어봐야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협력은 기술적인 통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IP PBX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어바이어와 스위치 전문 업체인 익스트림은 서로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협력을 맺은 바 있다. 여기서 주의깊게 살펴볼 업체는 어바이어. 어바이어는 익스트림과의 협력은 물론 라우터와 보안장비 업체인 주니퍼와도 손을 잡았다. 주니퍼는 스위치가 없다. 이론상으로 보면 어바이어, 익스트림, 주니퍼의 협력으로 통신, 스위치, 라우터, 보안이 하나의 협력군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제1회 주니퍼솔루션데이'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주니퍼는 어바이어의 VoIP(Voice over IP) 솔루션을 주니퍼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고객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았다. 주니퍼는 내년 1분기에 J4350과 J6350 라우터에 어바이어의 음성카드와 WAN 가속기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한다. 어바이어로서는 라우터의 강자인 시스코와 통신 분야에서 직접적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니퍼와 자사 솔루션을 통합해 제공하면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주니퍼도 통신사 위주의 영업에서 일반 기업 고객들에게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어바이어는 삼성전자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공동으로 제품군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자사가 개발한 유비게이트 장비와 어바이어의 장비간 연동과 통합을 완료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삼성전자 디지털 연구소 네트워크 구성 장비. 디지털 연구소는 지하 5층 지상 37층, 연면적 6만 5천 500평으로 단일 연구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는 지난해 여름 익스트림의 백본 스위치인 블랙다이아몬드 스위치 10K와 워크그룹 스위치인 서밋200 등 스위치 1천여 대 총 2만 2천포트 분을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축 완료했다. 물론 이런 구축이 익스트림과의 공식적인 협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어바이어와 협력하면서 개발한 장비를 어바이어의 협력 관계에 있는 장비에 연동하고 테스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트워크 분야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도 기존 네트워크 장비 업체와 삼성전자의 유비게이트 장비와의 연동과 통합은 필수적이다.
스위치 장비업체나 라우터 장비업체들은 고객들이 기존 통신 인프라를 VoIP 기반으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 장비에서 이런 통신 기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기능들은 보강하고 있다. 또 기업들이 다양한 기업내 응용프로그램들을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에서 웹 구조로 변화시키고 있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이런 고객들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응용프로그램들과 호환될 수 있는 기능들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VoIP 인프라에 다양한 기업용 응용 프로그램을 얹기 위해서는 이런 협력은 필수적이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1차적인 협력은 고객들의 빗발치는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지만 결과적으로 시스코와 경쟁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LG-노텔과 어바이어-삼성전자, 어바이어와 익스트림, 주니퍼가 시스코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스코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적할 적을 찾지 못했던 시스코가 어떤 대응카드를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시스코의 최대 고객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번 경쟁은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한편, 이런 협력이 지속되면서 LG-노텔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노텔은 외형상으로는 통신 장비부터 기업용 스위치 장비까지 모두 갖추고 있지만 지난해 기업용 스위치 시장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못봤다. LG-노텔이 기업 시장보다는 통신 시장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 시스코와 어바이어-삼성, 어바이어와 익스트림, 주니퍼와의 협력에 포위되기는 LG-노텔도 마찬가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