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소문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2006-12-04     김달훈

발 없는 말이 천만리 이상을 가는 인터넷 세상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도 난다. 말이 말을 만들고, 소문이 소문을 만든다. 순식간이다. 디지털 코드에 실려 광속으로 전파되는 말과 소문,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진실뿐이다.


진실은 밝혀진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닌 경우가 많다. 진실이 진실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언제가’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와 동시에 마음 속 한편에서는 진실에 상관없이 소문 자체에 더 집착하기도 한다.


소문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되기도 하고, 물건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라고 자유로울 수 없다. 수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크고 작은 소문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소문 때문에 오히려 덕을 보거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늘 똬리를 틀고 성장해 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애플컴퓨터(이하 애플)가 바로 그런 곳 중에 하나다. 애플 마니아들에게는 애플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아무리 시시콜콜한 것들이라도 그들에게는 그것이 뉴스가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플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매일매일 새롭게 흘러나오고 퍼져나간다.


애플의 행보, 애플의 제품, 애플의 속사정. 애플의 관련된 것이라면 헛기침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애플 관련 뉴스 또는 소문을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있을 정도다. 맥OS루머(www.macosrumors.com), 애플인사이더(www.appleinsider.com), 크래이지 애플 루머(www.crazyapplerumors.com), 맥 루머(www.macrumors.com), 씽크 시크리트(www.thinksecret.com) 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이런 곳들 말고도 크고 작은 인터넷 사이트부터, 개인 블로그에까지 애플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곳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개의 경우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뉴스, 사용자들이 올린 의견이나 체험기가 많지만 그야말로 추측에 불과한 소문들도 적지 않다.


그런 소문들 속에는 꽤나 근거 있는 정황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추측한 새로운 제품에 대한 것들이 있다. 그중에는 애플 마니아들이 은근히 갖고 싶은 제품이나 기능을 소문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올려놓은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다. 양념처럼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별도의 조작 버튼 없이 터치스크린 액정으로만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비디오 아이팟. 역시 터치스크린 기능만으로 사용하는 통합 리모컨(Universal remote). 태블릿 PC의 애플 버전인 맥 태블릿. 휴대전화와 아이팟을 하나로 만든 아이폰(iPhone).


애플이 내놓을 것이라는 신제품에 대한 소문의 중심에 있는 굵직굵직한 것들만 우선 모으면 이 정도다. 뜬소문 같았던 이런 얘기들에 구체적인 정황이 하나 둘 씩 살이 붙는다. 여기에 누군가가 애플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냈을 컨셉 디자인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소문을 사냥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미국 특허청 홈페이지(www.uspto.gov)를 드나들며 소문의 증거를 확보하려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특허 신청 내용과 승인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제품의 모습에서부터 주요 기능까지 제법 상세한 윤곽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애플이 ‘OO을 내 놓을지도 모른다’라는 소문의 씨앗이 뿌려지고, ‘아! 저거였구나!’하는 진실로 드러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애플이 커튼을 걷어내고, 상자에 담긴 것을 열어 보이기 전까지는 그들 밖에는 알 수가 없다. ‘존재’가 확인 되더라도 공식적인 발표 이전에 ‘실체’를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의 직원으로 계속 근무하려면 입단속을 잘 해야 한다. 알아도 모른 척, 보아도 안본 척.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말하고 싶어도 결코 말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애플의 임금님인 스티브잡스가 직접 손에 들고 나와 깜짝 공개하고 싶어 하는 물건일수록 입이 근질근질하더라도 꾹 참아야 한다.


일단 그 동안 소문만 있던 아이폰의 실체는 내년 1월 열리는 맥 월드 2007에서 깜짝 공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나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기사에서 이런 소식을 연이어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내년 맥월드에서 소개될 아이폰은 바 타입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아이폰의 모습은 한 달만 기다리면 진실의 실체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다양한 디자인의 아이폰중에서 실물은 과연 어떤 모습에 가장 가까울지는 역시 뚜껑을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다.


혹시 상상 속으로 꾸며진 아이폰의 모습이나 소문을 아직 보고 듣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구글의 검색창에 ‘iPhone’을 넣어 보길 바란다. 12월 4일 새벽 6시 반을 기준으로 ‘iPhone’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검색 결과는 850만 건. ‘Apple iPhone’으로 검색한 결과는 233만 건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더불어 appleiphone.blogspot.com을 방문하면 아이팟이 휴대폰과 만나면 어떤 모습일지 소문을 쫒는 이들이 만들어 낸 다양한 종류의 아이폰 컨셉 디자인이 즐비하다. 물론 애플의 작품은 결코 아니다. 아이폰의 진짜 모습은 과연 어느 것과 가장 가까울지 한번 점찍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어쨌거나 온갖 소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애플은 그 소문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문은 천사의 미소를 갖기도 하고, 악마의 발톱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관심’이라는 먹이를 먹고 산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고객과 마니아들이 늘 기웃거릴 만큼 풍부한 먹잇감이 늘 넘치는 곳이 애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