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대웅바이오, 생물의약품 CDMO 나선 이유

2023-03-17     안치영 기자
(사진=픽사베이)

한미약품과 대웅바이오 등 화학의약품 제조·판매 강자인 토종제약사들이 생물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에 나서고 있다. 향후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 치료제나 ADC(항체약물접합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 제형(의약품 형태)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2018년 완공한 바이오플랜트 공장을 활용해 CDMO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대 1만2500L 규모 배양기를 통해 자체 품목 생산과 CDMO를 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바이오신약 ‘롤베돈(한국명 롤론티스)’을 바이오플랜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현지에 공급 중이다.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설비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 대규모 발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 또한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을 토대로 원료와 완제의약품 제조, 품질 시험, 허가자료 작성까지 가능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웅바이오 또한 생물의약품 CDMO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미생물 기반 생물학적제제(생물의약품) 공장 건설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024년 말 준공 목표다. 1460억원을 투자하는데, 대웅바이오 자기자본의 45.5%에 달하는 규모다.

대웅바이오는 2009년 대웅제약으로부터 물적분할된 의약품 생산 회사다.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대웅제약이 최근 출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원료를 생산하며, 펙수클루의 묶음의약품(한 제조소에서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지만 제품명만 다른 동일의약품)인 ‘위캡정’을 판매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대웅바이오가 생산하는 원료는 주로 화학의약품의 원료였다. 화학의약품은 주로 저분자 물질로 이뤄져 고분자로 이뤄진 생물의약품 원료와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대웅바이오 생물학적제제 공장이 완공되면 대웅바이오는 원료의약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더불어 CDMO 사업까지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대웅바이오는 비임상 원료부터 임상 원료의약품까지 연구개발하고 CMC(의약품 공정 개발·품질관리)·제형 연구를 통한 원스톱 전체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토종제약사들이 화학의약품을 넘어 생물학적제제까지 CDMO 사업을 넓히는 이유는 향후 생물의약품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는 화학의약품이 아닌, 생물의약품을 중심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마저도 기존 생물의약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체의약품보다 더욱 발달된 기전을 개발하거나, CAR-T와 같은 전혀 다른 방식의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ADC는 기존 항체의약품의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개념이다.

이들의 CDMO 진출은 자체 신약 개발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CDMO를 통해 새로운 생물의약품 개발 패턴을 습득하고 이를 자체 신약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제약업계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물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CDMO 사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토종제약사들이 이러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생물의약품 CDMO 사업에 도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