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T, 오늘의 성장 비결과 내일의 한계

2006-12-11     oojoo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산원이 발간한 2006 국가정보화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정보화 수준은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는 1위이며 케이블 TV 가입자수 역시 1위이다. 그 외에 인터넷 이용자수와 이용률, 이동전화 가입자수와 전자상거래 거래액 등의 종합 수치를 모두 합산하면 스웨덴, 미국에 이어 한국이 3위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 IT 비약적 성장의 비결, 정부의 지원과 Speed 문화

한국의 IT강국으로서의 기반은 1989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89년 정부는 IBM PC를 교육용 PC로 채택하면서 16비트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학습기기, 교육자재로서 컴퓨터가 부각되기 시작하며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AT가 급격히 보급되었고 한국의 PC 시장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90년대 중반에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1990년대 후반의 이동통신 보급에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한국은 IT강국으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 것이다.


한국 IT산업의 핵심제품은 휴대폰과 텔레비전 그리고 LCD패널과 반도체이다. 휴대폰과 텔레비전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 내외에 이르고 LCD 패널은 50%에 육박한다. LCD와 반도체는 세계 1위로서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세계 만방에 떨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은 이러한 IT산업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일본기업들을 위협하며 약진을 펼쳤다. 특히 휴대폰은 내수시장에서의 인기와 기확보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일본보다 앞서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 모토로라 등을 위협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쌓은 휴대폰과 초고속 인터넷 기술은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찾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IT강국으로서의 한국을 세계 만방에 홍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을 찾은 기자들은 10Mbps에 달하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률과 동네마다 설치된 PC방, 길거리를 걷는 시민들마다 손에 들린 휴대폰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한국의 선진 IT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두번째로 한국 IT 산업의 성장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같은 스피디한 한국 문화는 디지털 산업의 특성에 맞아 떨어져 세계 유례없는 성공 신화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한국의 성공은 현재 진행형이며 빠르게 진행한 후유증으로 성장의 발목이 잡혔다. 기반 기술이 취약한 상태에서 해외 기술력에 의존하여 빠르게만 산업이 성장하다보니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실례로 IT산업의 근간이 되었던 컴퓨터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한국 기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삼성, LG, 삼보컴퓨터 등 여러 기업들이 있었지만 컴퓨터 제조업체는 낮은 영업이익률과 성장의 한계로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하지만, 컴퓨터의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인텔과 그러한 컴퓨터에 설치되는 운영체제를 보급하는 MS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IT산업은 기초 기술과 기반 기술력없이 성장하면서 한계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한국 IT의 불확실한 미래

하지만, 한국 IT 산업은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IT산업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기술 기반의 기초가 약한 것이 문제다.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드는데 대표 주자인 휴대폰과 LCD는 핵심기술 기반이 취약해 로열티를 미국, 일본 등에 지출하고 있다. 휴대폰은 삼성전자가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핵심기술인 CDMA 칩 등은 모두 뤌컴사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 매출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으며 10여년간 퀄컴사에 지불한 로열티를 합산하면 3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퀄컴은 앉아서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다. 또한, LCD 패널 역시 갈수록 핵심부품의 가격은 올라가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가격은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져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닌 상황이다.


이같은 현안의 문제점을 한국 정부는 예상하고 2000년초부터 다양한 정부 시책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한국의 IT산업을 이끌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범부처 협력을 통해 2010년까지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와 6T 등 국가 전략 분야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ETRI는 e-코리아를 넘어 u-코리아 기본 구상을 발표하며 국가정보화 입국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산자부는 잠재 성장률을 과거 10년간의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1% 포인트 높은 5.6%로 달성하여 2015년 국내 총생산(GDP)를 세계 10위권, 1인당 GDP는 3만5천달러로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산업,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로봇 산업, 유비쿼터스 기반기술과 초고성능 컴퓨팅 그리고 자동차 산업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발빠르게 가전기기와 반도체, 휴대폰 분야에서 한국을 뒤쫒아 오는 중국과 기반 기술력이 강한 미국 등에 적절한 대책을 세웠다.


일련의 한국 IT산업을 보면 지나치게 완제품 위주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구조이다. 그렇다보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의 대부분이 삼성이나 LG 등 일부 대기업에만 치우쳐 있을 뿐이다. 게다가 물량 위주의 고속 성장에 주력하다보니 핵심 기반 기술이 부족하고 일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선진국들은 기반 기술이 되는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은 완제품 형태의 제품 생산 위주의 산업 구조가 아닌 기반 기술이 되는 BT 등의 전략 산업에 대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비록 한국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표하고 기술 기반의 산업 구조를 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당장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없어 기반 기술과 학문적인 역량을 갖춘 이공계 학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 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