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변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한다”
조석일 사장은 "변화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드웨어 제품 판매에서 이제는 서비스와 솔루션 판매로 사업 모델을 조금씩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드웨어 판매는 눈에 보이지만 매년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가령 네트워크 장비를 100억원 판매하면, 새로운 회계연도에는 120억원의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그것도 다시 '0'에서부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하드웨어 성능은 더더욱 좋아지고 있다. 이는 경기가 좋던 나쁘던 상관없다. 매년 반복적으로 해오던 일의 방식이자 하드웨어 제품을 취급하는 운명이다. 서비스과 솔루션 분야에 눈을 돌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비스와 솔루션으로 탈바꿈
전세계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은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매출보다 이미 확보한 고객들에게서 유지보수료를 받는 비율이 더 높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새로운 고객사 발굴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에 여념이 없다.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의 지난해 성적(2006년 회계연도는 전해 10월에서 이듬해 9월까지)만을 놓고 본다면 이런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 조석일 사장의 설명이다.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는 하나로텔레콤에 지속적으로 IP백본망 증설용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함은 물론, MPLS VPN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또 전자정부 정책에 발맞춰 학내망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에도 성공적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영역은 그동안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가 주력했던 분야지만 값진 결과다. 그 후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한 것이 변화의 조짐이다.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는 올해 씨티은행 전산망 통합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데 이어 대우증권 지점망 네트워크 구축 계약도 따내는 등 금융권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또 기업 고객 시장에서는 동국제강 데이터솔루션 센터 네트워크 구축도 완료하면서 판매 위주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조석일 사장은 내년도 사업 전략에 대해 "IP 네트워크 구축의 전통강자로서의 우위를 유지해나가는 한편 새로운 솔루션을 6개로 확장하면서 앞으로 솔루션 영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새로운 매출 기회를 창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6개의 분야는 보안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IP텔레포니,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 컨택센터 솔루션과 네트워크 관리 분야다. 이 중 내년에는 보안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 분야가 새로운 타깃 시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 업체와 기술, '고객이 더 원한다'
보안은 모든 기업들이 해결해야 될 과제다. 조석일 사장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조석일 사장은 데이콤과 안철수연구소가 공동투자했던 보안관제 서비스 회사인 코코넛의 초대 사장을 맡아 불모지였던 관련 시장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맨 땅에 헤딩'하면서 시장을 일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조석일 사장은 "고객들이 필요한 하드웨어 제품을 구매하지만 또 다른 기능의 제품이 출시되거나 전혀 다른 영역의 제품이 시장에 선보이면 난감해 한다. 이 때문에 보안 전문 서비스 회사에 이를 맡기는 사업이 가능해졌던 것"이라면서도 "초기 이런 사업 모델을 고객들에게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았는데 현재는 대부분 관련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변화된 상황을 전했다.
고객들은 보안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련 인력을 채용하거나 관련 제품을 모두 검토하기 보다는 전문가 집단에 의뢰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보안을 강조하고 있는데 조 사장은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는 "국내 상황이 허락하면 보안 서비스까지도 제공하고 싶지만 아직은 협력 모델로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 지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동안 국내 네트워크 통합 업체들은 네트워크와 보안 분야에 집중해 왔지만 특정 기업용 솔루션 분야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데이타크레프트는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 파트너십을 취득했고, 이런 본사 전략이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적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오피스 2007, 익스체인지 2007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인텔리전스, 콘텐츠 관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스코의 인프라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솔루션이 결합되면 고객사들이 원하는 통합 혹은 컨버전스 커뮤니케이션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영입해 전문성 강화
조 사장은 이런 회사의 변화가 빠른 시일 내 안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석일 사장이 밝히는 새로운 접근법은 전문 담당 인력의 영입과 배치, 철저한 교육이면서 동시에 영업맨들이 피해를 보지않고 기존 장비 판매와 같은 인센티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조석일 사장은 "새로운 사업 모델만 만들어놓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단기간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애로 사항도 토로한다. 서비스는 관제 서비스 이외에 이미 판매된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분야로 볼 수 있는데 국내 고객들은 구입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유지보수료로 제공하고 있다. 인력 교육비나 장비 관리, 새로운 서비스 등 세분화된 모델이 국내 안착하기 힘든 상황이다. 조석일 사장은 보안 관제 서비스 회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느꼈던 서비스 회사의 어려움을 밝힌다.
조 사장은 “보안 관제 서비스는 도둑이 애초부터 들지 않도록 미리 미리 점검해서 대응한다. 또 만일에 도둑이 침범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 이를 제압해야 한다”면서도 “고객들은 도둑이 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미리 방어한 노력과 기술 대응에 대해서는 너무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한다. 네트워크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스코는 데이타크레프트 모회사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동안 네트워크 서비스는 시스코의 파트너들이 고객에게 직접 제공해왔고, 시스코 인력들이 투입되지는 않았었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 장비를 공급한 회사 인력에 시스코의 인력이 함께 기술을 지원하게 된다. 고객들에겐 좀더 세밀한 기술 지원이 가능한 분야지만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조석일 사장은 "고객들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고객들이 그동안 요구했던 많은 부분들을 시스코와 함께 지원하게 된다. 이런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판매 비중과 서비스, 솔루션 비중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석일 사장은 본사 차원에서 국내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소개해달라는 미션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 공통의 미션으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직접 인수합병하거나 아니면 솔루션을 해외 고객들에게 소개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네트워크 통합 업체들이 서비스와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2000년초부터다. 이미 6년이 지나 7년째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동일한 목소리가 올해도 나왔고,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변화는 조금씩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조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IBM도 서비스 사업을 강화한지 20년이 지나서 확실한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라면서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데이타크레프트가 그런 업체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