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을 만나다
최근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 전송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관련 장비를 도입해 국내외 본지사간 원활한 업무 지원과 보안 강화,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활용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어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상대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 본사와 국내 지방 지사를 연결하면 됐던 기업들은 이제 미국, 유럽, 아시아나 남미 등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고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생산 공장을 중국에 대거 이전하거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혹은 동유럽, 미국 시장에 새로운 공장을 증설하기도 한다. 전세계 사무실은 늘어나는데 네트워크 인프라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처럼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부터 여전히 전화 접속을 해야만 하거나 네트워크가 자꾸 끊기는 미비한 네트워크 인프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도 많다.
기업들은 국내 위주로 구축됐던 네트워크와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의 기업용 응용프로그램들을 웹 기술을 적용해 중앙 집중화된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통합 ERP 프로젝트가 속속 선보이고 있고, 협력 업체들까지 모두 단일 시스템으로 합치기 위해서는 이런 작업은 필수적이다. 또 해외 공장에 도면이나 관련 제품의 설계 데이터를 전송해야 되는데 보안 문제가 대두된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특정 시간에 FTP 서버의 포트를 열어놓고 관련 자료를 다운받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을 강화하고 많은 데이터들을 압축해 빠른 시간안에 전송하려는 요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네트워크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네트워크 기술만으로는 변모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이제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광대역 네트워크 가속기나 웹가속기, SSL VPN, 웹 방화벽, 서버 로드밸런싱 장비 업체들이 SAP,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BEA 등 응용프로그램 업체들과 협력과 제휴를 단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시장은 몇가지 움직임으로 정리된다. 고객들은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유닉스나 리눅스, 윈도 시스템 등 분산형 구조로 전산 인프라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분산된 형태에서 관리의 어려움이 등장했고, 분산형 시스템이 결코 중앙 집중화됐던 시스템에 비해 비용효율적이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제 시간이 흘러 IT 하드웨어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분산된 IT 자원을 비용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서버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 등 전 IT 인프라에 대한 '통합'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합은 곧 중앙 집중화를 의미한다. 시스템이 중앙 집중화되면 특정 트래픽이 한곳에 몰릴 수밖에 없다. 트래픽 분산기술들이 각광을 받고 있고 이런 기술들이 적용된 네트워크 장비들이 속속 출시되는 이유다. 또 서버에서 제공하던 애플리케이션 가속화 기능들을 네트워크 장비에 적용하면서 하드웨어 장비수를 줄일 수 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와 서버 업체들간 경쟁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F5코리아 남덕우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익스체인지 서버를 30여대 운용하다가 가속기 장비를 도입하면서 이를 전반 이하로 떨어뜨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과는 별개로 EAI(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통합) 프로젝트를 단행한 기업들의 관리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기업 내 산재한 수많은 응용프로그램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 대규모 EAI 프로젝트를 끝냈거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패킷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주문 데이터와 10만원 주문 데이터는 기술적으로 하나의 패킷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1000만원 혹은 그 이상의 주문 데이터가 안전하게 자사 시스템에 적용되기를 희망해 왔는데 전송되는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IBM, SAP, 오라클, BEA 같은 미들웨어 업체들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게 이런 특정 데이터들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장비에 자바나 혹은 표준 기반의 전용 미들웨어를 탑재해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SAP와 IBM이 시스코와 제휴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네트워크 장비에서 좀더 세부적인 데이터들의 내용을 분석해서 기업이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이를 처리해달라는 것.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독자적인 개발툴을 공개하고 개발자들을 위한 오픈 커뮤니티를 속속 개설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있다. 장비의 성능은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동시에 얼마나 많은 개발 우군을 확보하고 있는지 고객들에게 알려야하는 상황이다.
또 한축은 IP망을 통해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이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의 응용프로그램을 어떻게 IP망에 탑재하고 이를 전세계 직원은 물론 파트너들까지 확장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전통적 교환기를 IP PBX로 교체하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
보안은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다. 전세계 산재한 모든 PC부터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이동형 단말기나 노트북 관리는 관리자들의 골치거리다. 자칫 잘못했다간 도면이 유출될 수 있고, 기업 고객들이 보유한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 보안 공격도 웹 애플리케이션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본사 차원의 협력을 현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 업체는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응용프로그램 업체들과의 협력을 국내에 알리기는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의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네트워크 업체는 네트워크 전문 인력만 응용프로그램 업체들은 그 분야 전문가들만 뽑아왔다. 개별 전문가들은 존재하지만 현재 변하는 고객 요구 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인력들은 부족하다. 네트워크 장비들이 애플리케이션 처리에 뛰어들면서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들의 고민을 말 그대로 해결해 줄 수 있다.
현재 이런 흐름은 외산 업체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많지 않고, 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영역에만 국한된 업체가 많아 흐름을 주도할 수는 없다. 이를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는지가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과제다.
앞으로 이런 흐름을 어떤 업체들이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고, 또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