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디지털 진화, 왜 이리 더딜까?

2006-12-17     oojoo

한국에서만 매년 약 4만5천종의 책이 발행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 역사 속에 발행된 책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인류의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점토판이나 석판에서부터 기록되면서 시작된 책의 역사는 그 어떤 미디어보다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된 책은 종이에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아직도 큰 진화를 하지 않은채 그대로다. 1931년부터 시작된 텔레비전이 100년도 되지 않는 역사 속에서 흑백에서 컬러로, 컬러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IPTV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진화된 것과 달리 책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특히나 디지털 혁명에 의해 주변의 다양한 미디어와 기기들이 디지털의 영향력에 변화를 하는 것과 달리 책은 아직도 디지털이 아닌 철저한 아날로그로 우리 주변을 지키고 있다. 신문만 해도 인터넷 뉴스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갈수록 구독자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책은 신문, 방송, 라디오 그리고 음악과 영화 시장에 비해서 디지털의 영향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한 쪽에서 전자북이 등장하고 인터넷으로 책 전문을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소개되고 있지만 종이책을 위협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유독 책만큼은 디지털화의 진전이 이리 더딘 것일까?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그 어떤 미디어보다 디지털로 변환되어 저장하기에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로 책을 보는 것은 왜 이리 답답하고 불편할까?


가십성 기사나 속보성 뉴스, 짧은 분량의 정보를 보기에는 모니터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다루고 있는 책은 모니터로 보기에 거북하다. 모니터는 들고 다닐 수는 없는데다가 책만큼 휴대가 편하고 끄적거리고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점에서 책을 서핑하다가 물건을 발견하면 책장에 소장하고 싶은 욕심을 꿈틀대도록 만드는 것이 책의 가치이다.


비트(BIT)로 된 책은 아톰(ATOM) 책보다 휴대하기 어렵다. 비트 책은 아톰 책보다 보는 것이 불편하다. 비트 MP3가 아톰 CD보다 편하고 휴대하기 편리한 것과는 다르다. 비트 동영상이 아톰 비디오 테이프보다 다루기 편한 것과는 다르다. 특히, 책을 디지털로 보기 편하게 도와주는 전용 단말기의 보급이 저조한 것도 디지털 책 보급을 더디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종이를 넘기는 손맛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은 전자북보다는 아날로그 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인 디지털의 대세를 책이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구글은 1억1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내 주요 4개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수 백만권의 책들을 DB로 구축하고 있다. 또한,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소장한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고 있다. S가 선보인 '라이브 서치 북스'는 대영 도서관, 캘리포니아대학, 토론토대학 등이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검색해 준다. MS 역시 라이브 서치 북스(Live Search Books)라는 서비스를 통해 대영 도서관, 캘리포니아대학, 토론토대학이 보유한 책을 검색해준다.


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책의 수록된 콘텐츠가 디지털로 쏙쏙 빨려 들어가는 작업도 점차 속도를 붙고 있다. Kirtas Technologies의 APT BookScan 1200라는 제품은 시간당 1200장을 디지털로 변환해준다. 물론 이미지로 저장된 책은 본문 검색이나 데이터의 복제, 활용이 자유롭지 않아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OCR 등을 활용해서 텍스트로 변환을 하는 등의 추가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속속 책이 디지털로 변환되면서 디지털의 강점인 검색과 전송, 관리, 보관, 호환의 자유로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디지털로 된 음악과 영화 파일을 재생해주는 MP3P와 DivX 플레이어처럼 비트로 된 책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단말기의 보급도 확대되면서 책의 디지털 진화는 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 책의 디지털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저작권이다. MP3P와 DivX 파일로 비트의 위력을 본 출판사와 저작권자들이 비트 책을 어떻게 바라볼지가 관건이다.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어야만 책 시장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책의 디지털 진화는 더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결국 디지털이 대세이다. 이 대세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 디지털 책 시장에 적극 나선다면 침체 상태인 책 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