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선물로 드립니다

2006-12-18     김달훈

몸이 무거우신가요? 꽁꽁 언 출근길에 힘겨우셨나요? 막히고 밀리는 길 때문에 잔뜩 짜증이 나셨습니까? 유난히 월요병을 심하게 앓으시는 편인가요? 음,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방금 배달된 선물 하나를 드리지요. 지금 책상 위에는 ‘월요일’이라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하나 놓였있을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 마련된 선물입니다. 그 포장지를 잘 벗겨내면, 그 속에서 화, 수, 목, 금이라는 선물이 줄줄이 이어지는 아주 매력적인 선물입니다. 당신은 지난 세월 동안 매주 마다, 이 선물을 세어 보기 힘들 만큼 많이 받았었습니다. 혹시 몰랐다면 당신이 너무 무심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 세상에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당신도 분명 좋아하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생색을 내고 싶어지는군요. ‘월요일’이라는 선물은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만 전해지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잔뜩 움추린 어깨를 펴시고, 화난 듯한 얼굴 표정도 좀 밝게 해보세요. 그리고 이 선물의 포장을 벗기시기를 바랍니다. 우선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미처 인사를 못했다면, 차 한 잔을 건네며 미소 머금은 얼굴로 정겨운 인사를 나눠 보세요.


그러고 보니 오늘 선물에는 크리스마스라는 선물까지 저 끝에 달려 있군요. 머리가 아프시고, 가슴이 답답하시면 이번 주 금요일 오후를 상상해 보세요. 퇴근 시간을 30분 쯤 남겨둔 그 시간을 마음속으로 미리 빌려 오는 겁니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아야 하니 열 받게 하지 말라구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월월월월월월월로 사는 것 보다는 월화수목금금금이 조금이라도 낫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월화금금토토일로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지난 토요일 밤에 눈이 내렸죠?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새벽 2시 반에 저희 집 보일러 급수관이 터졌습니다. 마루에 온통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허둥지둥 밸브를 잠갔지만 그래도 물이 조금씩 새더군요. 밤새워 물이 새지 않도록 지키느라 한 잠도 못 잤습니다.


짜증이 뼛속까지 파고들었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내가 있을 때 터져서 다행이다. 새벽이지만 깨어 있을 때 네가 터져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냥 그렇게 자꾸 생각했습니다. 날이 밝고, 오후 늦게 수리를 했습니다. 이제 집 주인에게 전화해서 저에겐 너무도 부담스러운 수리비를 달라고 해야하는 데 잘 되겠지요.


당신에게는 지난 주말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부디 행복하고 좋은 일이 있으셨기를 바랍니다. 혹시 저처럼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한번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답답하면 답답할수록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밖으로 풀어 놓으세요.


동료들과 수다를 떠셔도 좋고, 메신저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겠군요. 아니면 블로그나 미니 홈피에 올려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메일을 써 보시거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온라인 카드를 보내보는 것도 괜찮겠군요.


메신저의 대화명을 색다르게 바꿔달아 보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겠군요. 공짜 문자메시지 보낼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뜬금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안부 인사 한 마디씩 날려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애물단지 같은 인터넷이지만 잘 만 쓰면 꽤나 요긴하지 않습니까? 당신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과 활기차게 월요일 선물을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꼭 만나거나 안부를 물어야할 사람에게 소홀했다면 오늘 만큼은 그런 이들을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세상, 세상의 중심에는 당신이 있다는 것을 ‘월요일’ 선물 속에서 발견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