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한국 음악시장의 위기
2006-12-22 황치규
올초에 P2P와 한국 음악 시장을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썼던 적이 있다.
기획의도는 음반 업계가 디지털이란 흐름에 참여해, 그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법 공유의 온상이라고 해서 P2P를 배척하는 것은 대한민국 음악계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취재를 위해 중소 음반제작자도 직접 만나봤는데, 나름대로 중소 제작자들은 P2P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루려 한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음반 제작자들이 디지털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양각색이라는 것도 파악하게 됐다. IT 담당기자로서 평소게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디지털과 음악이란 테마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말이 좀 길어졌네...
어제 '100분토론'
결론은 온라인이 음악 시장을 평정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환경이 매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음악을 하는 이들의 삶이 거칠어진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임진모씨의 발언들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음반 시장은 크게 줄었지만 온라인이 커지면서 시장 자체는 이전과 비슷하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크게 줄었다. 먹고살기 힘들다. 이유는 무엇인가. 이동통신 업체들 때문이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수익중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고 있다. 분배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100토론이 시작하기전 '또 다시 P2P에 의한 불법복제 타령이 나올까'봐 걱정했는데 분배의 문제는 논점을 좀더 분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 토론회에는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MBC측의 준비가 좀 어설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반대편이 없으니 토론자체의 객관성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분배 문제는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미국 온라인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 아이튠스와 국내 디지털 음원 유통 시장을 틀어쥔 이통사의 수익배분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한국은 또 디지털로 넘어온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변화의 폭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비즈니스는 냉혹한 것 아닌가. 뜬금없이 왠 분배 타령인가. 그러나 냉혹한것과 불공정한 것은 엄연히 다른말이다. 이통사와 음원 공급 업체들과의 관계가 불공정한 요소를 띄고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데 한표 던지고 싶다.
여기부터는 사족이다. 이통사와의 분배 구조가 개선된다고 해서 음악을 하는 이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해철씨의 말대로 요즘 음악 매니아층이 많이 줄어들었다. 유행 음악도 거기서 거기 같은게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내가 학교다닐 때만 해도 친구들하고 "너 너바나 판갖고 있냐. 메탈리카 노래 가사 외우고 있어?"란 말들로 자존심 싸움을 종종 벌이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장면 구경하기 참 힘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게임, 영화 등 음악외에 즐길 것들은 많아지고 있고 바쁜 생활에 찌들려 사느라 문화로서의 음악을 즐길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 신해철씨는 '도시인'이란 노래를 통해 이같은 모습을 풍자하지 않았던가.
전후사정을 감안하면 음악으로 먹고사는 이들에게 주변 환경은 최악인 것 같다. 신해철씨의 말을 빌리면 총체적 난국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100분토론은 "위기의 가요계, 해법은 없나?"라고 물었는데, 토론이 끝나고 보니 현실적으로 해법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차근차근 하나씩이라! "아쉬울게 없는 구경꾼 입장에서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