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이제 '입'으로 해봅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사람마다 거의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나 생각해낼 수 없는 독특한 것일 수도 있고, 너무나 평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쁜 방법인줄 알면서도 습관처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은 좋은 노하우도 있게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런 것들 중에서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메모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종이와 펜을 떠올리게 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메모를 꼼꼼하게 잘 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도 듣습니다. 그래서 효과적인 메모 방법과 활용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까지 나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메모를 잘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메모를 잘 하고 있다면, 관리와 활용도 제대로 하고 있나요? 메모를 잘 하는 사람 중에는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아무 종이에 메모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메모한 내용이 적혀있는 종이를 찾느라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계속 이런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 모를 잘 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정해진 메모장이나 수첩을 늘 가지고 다닙니다. 혹시 급하게 메모할 상황이라 아무 종이에나 메모를 남겼다면, 집이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찾기 쉽도록 일정한 장소에 잘 보관하거나 수첩에 옮겨 적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메모들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도 메모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입니다.
여기까지는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메모 습관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면 메모의 방법과 활용도 달라져야 합니다. 노트북이나 PC를 이용하거나 PDA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아웃룩, 플랜플러스 같은 PC용 정보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고, 인터넷만 접속되면 사용할 수 있는 웹 기반의 정보관리 서비스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항상 PC나 노트북이 있어야 하는 만큼 공간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PDA입니다. PC도 PDA도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PDA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PDA가 가진 기능과 잠재력이 아직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어렵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PDA를 사용하려면 좀 귀찮고 성가신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로 필요 없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PDA가 있으면 업무 효율을 몇 배나 높일 수 있는 사람들도 PDA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자동차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면 빨리 갈 수 있는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불편하고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은 PDA를 제대로 써 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장점을 충분히 맛 보기 전에 단점만 보게 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PDA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PDA가 없으면 불편해서 일을 하지 못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생활 방법도 다른 만큼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종이와 펜을 고집하고 있다면 새해부터는 메모의 디지털화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다이어리와 펜과 병행해서 사용하셔도 좋고,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나 웹 서비스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번거롭겠지만 손에 익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까지 말한 것들은 어느 쪽이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메모를 할 때 손을 사용해야한다는 점입니다. 펜을 잡고 글씨를 쓰거나, 키보드를 두드려 문자를 입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운전을 하고 있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메모를 하려면 불가능하거나 무척이나 번거로운 상황을 맞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메모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트북이나 PDA 등을 사용할 때는 액정의 백라이트 기능 때문에 큰 불편이 없지만 종이와 펜을 사용해야할 때는 역시 문제가 됩니다. 늘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의외로 이런 불편함도 종종 겪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메모를 해야 하거나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디어 뱅크인 사람. 생각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불 끄고 자려고 누웠다가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을 적으려 메모지와 펜을 찾는 사람. 항상 자동차와 함께 이동하면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차 안에서 메모와 기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사람.
만약 이런 경우에 스스로가 해당된다고 생각되면 흔히 보이스레코더라고 하는 소형 디지털 녹음기를 사용해 볼 것을 권합니다. 목소리로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얘깁니다. 외국 영화를 보면 형사들이 수사를 하면서 작은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중얼거리면서 목소리로 기록하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렇게 목소리로 메모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목소리를 녹음해 메모하는 방법을 사용해 보면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빠르게 메모를 할 수 있어, 급하게 메모해야할 때 효과적입니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 보다 말하는 것이 빠르니 메모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적고, 녹음 버튼만 누르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훨씬 짧습니다.
한 손으로 녹음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음성 메모가 가능한 것도 매력입니다. 운전을 하거나, 걸어가면서, 어두운 방안에 누워 있을 때도 보이스레코더를 들고 녹음 버튼만 눌러주면 말로 메모를 남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뷰, 회의, 강의 내용을 녹음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디지털 녹음기, 보이스레코더들은 이렇게 음성으로 메모한 내용들을 PC에 옮겨 보관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편집도 가능하고,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녹음된 내용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메모용으로 활용해 보면 편리하고 유용한 것이 보이스레코더입니다.
저의 경우는 보이스레코더가 무엇인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10여 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동안 5개의 제품이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기사를 위해 리뷰하거나 테스트했던 제품까지 합하면 사용해본 제품은 이 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자들은 주로 인터뷰를 할 때 보이스레코더를 사용하지만 저는 메모용으로 더 많이 활용합니다. 자료를 찾다가, 기사를 쓰다가, 심지어는 자다가 일어나서 보이스레코더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시회 취재를 할 때도 꼭 필요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촬영 정보를 기록해 두는 용도로도 활용합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재빠르게 제목이나 멜로디를 녹음할 때도 보이스레코더가 사용됩니다.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더 없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보이스레코더입니다.
그렇다고 보이스레코더를 굳이 살 필요는 없습니다. 짤막한 음성 메모용으로만 활용하려고 한다면 MP3 플레이어, 휴대전화에 있는 녹음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녹음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PDA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어느 것을 사용하든 ‘목소리로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렇게 음성으로 메모해 둔 기록들은 따로 시간을 내어 PC나 PDA로 정리해 두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그리 불편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이나 매일 퇴근 시간 전 5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음성으로 메모한 것들을 정리하는 습관에 익숙해지면 됩니다.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것도 이제는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 더욱 어울리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깔끔하고 효율적인 자기 관리와 메모 방법이 늘 필요하다고 여겼던 분들이라면 목소리를 담아보는 것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