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포털 IT 아웃소싱 꿈 산산조각?
IT 아웃소싱의 대명사 IBM이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전통적인 제조나 금융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IT 아웃소싱 사업에서 포털 업체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계획이 물거품됐다. 철저한 준비로 소문난 IBM이 포털 업체 대상 IT 아웃소싱에 너무 섣부르게 뛰어들었다가 큰 좌절을 맞보게 됐다. 문제는 이번 파장이 단순히 국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사 차원에서도 NHN과의 IT아웃소싱 사업에 상당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황이긴 하지만 국내 넘버원 포털인 NHN 대상 IT아웃소싱 서비스가 성공하면, 전세계 닷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최고의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었기에 본사의 애정도도 남달랐었다. 이런 전략이 일단 유보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네이버를 서비스하고 있는 NHN은 지난 12월 22일 공정공시를 통해 지난 2004년 6월에 체결한 IT 아웃소싱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NHN은 결별 이유에 대해 "우리회사 비즈니스의 특화된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자체솔루션을 개발하고 IT시스템 운영 노하우 등 핵심 역량을 내부화히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IBM이 담당했던 IT 아웃소싱 업무는 향후 6개월간 업무전환 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04년 6월 21일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당시 경영과 IT 인프라 혁신을 통해 글로벌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버 관리와 네트워크 관리 등 IT 인프라를 아웃소싱하고 고객콜센터도 한국IBM이 위탁 운영하게 됐었다.
2004년 6월이면 NHN이 중국과 일본 사업에 한창 열을 내고 있을 때였다. 두 회사의 제휴는 단순히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NHN은 일본과 중국 등에도 관련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막대한 IT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었다. 내부 IT 인력들에게 일본어나 중국어를 다시 교육해야 되고 사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인력도 지속적으로 충원해야 했다. 또 전혀 다른 생활 환경에 적응토록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 한국IBM과 손을 잡으므로서 재팬IBM과 차이나IBM IDC간 글로벌 통합 관리도 염두에 뒀었다.
하지만 그 후 NHN의 해외 사업은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 검색 시장에서 철저히 패퇴 후 게임쪽으로 사업 모델을 변경했고,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사업까지 염두에 둔 IT 아웃소싱 계약이 전혀 쓸모가 없어졌던 셈이다. 반면 국내 비즈니스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했고, 기업의 성장 속도도 놀라웠다.
포털의 IT 아웃소싱은 IBM이 전통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한 업체들과는 시스템 운영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NHN을 포함해 국내 많은 포털들은 대부분 리눅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닷컴 붕괴 후 경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포털들이 유닉스 시스템에서 리눅스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 했기 때문이었다. 또 몇몇 핵심 데이터베이스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 대부분 MySQL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NHN의 경우 검색 서비스를 위해 수백대의 서버를 클러스터링 소프트웨어로 엮어 신속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리눅스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들이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상당히 많이 포진하고 있었다. 반면에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있던 한국IBM이나 파트너사들은 이들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IBM은 NHN IT 아웃소싱 체결 후 레드햇과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에 대해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IBM이 레드햇코리아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자 NHN 엔지니어들은 체결 이유에 대해 다들 의아해 했다. 당시 레드햇코리아가 포털 업무를 지원할 정도의 인력도 기술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 레드햇으로부터 원하는서비스 를 지원받아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었다"라고 전했다. 이는 MySQL 쪽도 마찬가지였다. MySQL의 국내 총판들은 국내 대형 고객사인 포털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 매출 달성을 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포털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했지만 포털 업체들이 운영하는 정도의 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가진 인력들이 전무했었기 때문이다.
최근 NHN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인력을 뽑아가는 '블랙홀'로 불린다. MySQL 튜닝 전문가부터 클러스터링 소프트웨어 전문가, 보안 전문가,검색 전문가 등 많은 이들이 이미 NHN에 합류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관련 인재를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정공시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바로 '우리회사 비즈니스의 특화된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자체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전세계 포털들은 이제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변화고 있다.
많은 포털들이 API(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개하면서 전세계 개발자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공개된 API를 응용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일례로 네이버가 공개하는 지도 API를 이용하면 자신의 집 주소나 친구들 주소, 각 사업자의 주소를 간편히 만들 수 있다. 이런 지도 정보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인원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자체 API 공개와는 달리 NHN은 국내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큐브리드와 공동으로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데이터베이스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또 웹 오피스인 씽크프리와 제휴해 네이버 오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자사가 획득한 정보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NAS 업체도 인수하기도 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통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반 대기업들의 IT 아웃소싱처럼 기업용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버에 얹어서 제공하는 단순한 경쟁이 아닌 셈이다.
두 회사의 결별과 관련해 그동안 IBM이 아웃소싱을 단행했던 금융권과 포털의 업무나 시스템 투자 면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들은 예측 가능한 IT 설비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신상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시스템이 다운될 정도가 되지는 않는다. 안정성을 최고의 IT 투자 우선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하드웨어나 다양한 소프트웨어 구매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에 비해 포털 비즈니스는 매년 성장률을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다. 카페나 블로그, 사용자기반의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등 기획 하나면 새롭게 부활할 수도 있다. 하드웨어에 투자를 하지만 아주 저렴한 장비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도 되도록이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내몸에 맞게 활용하려고 한다.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 간격만큼이나 한국IBM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었겠냐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중론이다.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전문가들은 포털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제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포털을 취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며 그 중 NHN은 최정점에 위치한 회사다. 이번 두 회사의 결렬은 많은 시행착오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NHN보다는 IBM에게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을 보인다. NHN을 통해 포털 IT 아웃소싱 사업을 확대하려던 원대한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IBM이 와신상담 후 다시금 포털 IT 아웃소싱 사업에 뛰어들 수 있을까? IBM이 커내들 해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