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업계도 T자형 기업이 선도"

2006-12-27     도안구

김도건 라드웨어코리아 사장은 "지금까지 각 분야의 전문회사(I자형 기업)가 시장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는 이런 깊이를 바탕으로 유관된 다른 분야까지 꾀고 있는 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라드웨어가 바로 그런 회사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라드웨어코리아는 단순한 로드밸런싱부터 보안, 웹가속, 왠가속, SIP 처리 등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다. 이런 회사에서 'T'자 형 기업을 이야기 하는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T자형 인재가 널리 알려져 있다. T자형 인재는 도요타의 인재 육성 방법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산업군에 여러 기술들이 접목되면서 주위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졌다. T자형 인재는 한 분야에서만 잘 아는 I 자형 인재와는 달리 서로 다른 기술이나 산업을 결합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전체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진 인재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T자형 인재를 영입하거나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다.


네트워크 업계도 이런 흐름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네트워크 장비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공간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 왔다. 또 업무용 서버 앞뒷단에 위치해 특정 트래픽을 분산처리하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IP 기술을 응용한 수많은 기업용 응용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웹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면서 단순 연결 역할을 하던 네트워크 장비도 고성능화 되면서 지능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 형태로 IT 인프라를 교체하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지 않고 한번 개발된 기능들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개발 비용과 운영 비용을 줄이고 시장의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로 분산됐던 인프라들도 웹 기술을 적용하면서 다시 중앙 집중화되고 있다. 국내 지사는 물론 해외 지사 또는 여러 파트너사들과 같이 사용하는 연계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의 변화는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하거나 운영하는 관리자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도건 사장은 생태탕에 비유한다. 김 사장은 "여러 생태탕 업체가 있지만 여전히 최고의 맛을 내는 가계가 잘된다. 좋은 재료를 선별하는 능력 뿐아니라 제대로 맛을 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서다. 그동안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각 재료들을 공급하는데 머물렀는데 고객들은 그런 재료들을 묶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원하고 있다"고 변화된 고객들의 태도를 전한다.


그런 면에서 김 사장은 라드웨어가 각 분야별 최강자는 아니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모든 분야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런 재료들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제공할 수 있도록 결합시키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내년은 이런 제품과 각 제품들을 엮어낼 수 있는 기술들도 대거 출시된다는 설명이다.


김도건 사장은 "오늘 각 분야의 강자가 내일도 전체 시장에서 강자는 아니다. 한 분야 강자를 고집하다가 2~3년 새 도태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보안'과 'SIP'분야는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분야다. 두 분야는 다른 듯 하지만 매우 밀접하다. SIP는 향후 통신 응용프로그램들이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프로토콜이다. IP 텔레포니 환경에서 통합 커뮤니케이션으로 변모하면서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으로 IP 텔레포니 분야는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보안 공격들도 웹과 IP텔레포니쪽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분야 전문 업체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통신 프로토콜이나 특성들도 네트워크 장비에서 수용하면서 보안도 강화해야 한다. 웹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과의 접촉도 잦아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김도건 사장의 지적은 타당한 면이 많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뿌리를 내리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최근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 입에서는 '프로그래밍'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자가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네트워크 장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이미 보유한 네트워크 매니지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국내 시장은 전형적인 'I' 자형 인재들이 IT 분야를 이끌어왔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T자형 인재와 기업으로 변화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담당자들은 여전히 'I'자형 인재들이다. 라드웨어의 고민은 비단 한 업체의 고민이 아닌 전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 고민들을 고객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일반 기업들도 T자형 인재를 찾기보다는 'I'자형 인재들을 어떻게 T자형 인재와 조직으로 탈바꿈 시킬지 고민이다. 변화의 한 가운데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질주할 채비를 끝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