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파일] 서플러스글로벌, 상장 후 첫 메자닌…시총 웃도는 잉여금 눈길

2025-09-25     박수현 기자
/사진=서플러스글로벌 제공

 

반도체 장비 유통 업체 ‘서플러스글로벌’이 상장 후 첫 메자닌 발행에 나선다.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동시에 발행해 148억원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현금흐름이 둔화되며 적자를 기록했지만, 제로금리로 자금을 유치한다. 시가총액을 웃도는 900억원대의 이익잉여금이 투자 매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플러스글로벌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83억원 규모 1회차 CB와 65억원 규모 2회차 EB 발행을 결정했다. CB와 EB는 모두 표면·만기이자율 0%로 책정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채 만기일까지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이다. 만기는 5년 뒤인 2030년 10월1일이다.

투자는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IBK캐피탈이 70억원 규모 CB와 EB를 인수하기로 했다. 또 타이거자산운용과 오라이언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이 다수의 펀드를 통해 투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7년 코스닥 상장 후 처음으로 메자닌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상장 당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35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2022년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을 통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외에는 대부분 금융권 차입으로 자금을 끌어왔다. 시중은행에서 연간 1.43%~5.49%대로 돈을 빌렸다.

이번 메자닌 발행은 그동안 고수한 금융권 차입 대신 자본 성격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금리가 0%인 메자닌 발행에 나서며 금융비용 누수를 막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플러스글로벌의 장단기차입금 총액은 1968억원이다. 이 기간 영업손실이 18억원인데, 이자비용으로 41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148억원을 또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한다면 회사는 연간 7억원 수준(연 5% 기준)의 이자 부담을 더 져야한다.

특히 EB의 경우 교환가액이 시가보다 높게 설정돼 주목된다. EB의 교환가액은 3018원으로 기준주가에 16% 할증이 적용됐다. 통상 메자닌이 할인 발행되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이 반영된 셈이다. 여기에 주가 하락시 교환가액을 낮추는 리픽싱 조항도 두지 않아 희석부담을 최소화했다.

투자자로서는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외에 별도의 이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품이다. 표면이율이 0%라 매년 받을 수 있는 이자도 없고, 만기까지 보유했다가 상환하더라도 아무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서플러스글로벌의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만기가 5년으로 짧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제한적인 수익 구조임에도 회사의 성장성을 신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상품 수요 감소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바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93억원의 순유출을 나타냈고, 이에 따라 영업손실 18억원, 당기순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 곳간이 넉넉한 점이 눈길을 끈다. 다수의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회사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125.1%, 유동비율은 122% 정도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 200% 이상을 적정선으로 간주한다면 단기채무 지급여력이 좋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이익잉여금은 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총계가 2000억원을 웃돌고 있지만, 넉넉한 잉여금 곳간 덕에 자기자본이 1700억원을 넘어 부채비율 120%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날 기준 회사의 주가는 2500원으로 시가총액이 943억원이다. 시가총액을 웃도는 수준의 이익잉여금이 투자매력도를 높이면서 발행사 우위의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자는 “올해 실적이 비교적 좋지는 않았어도 성장 모멘텀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엑시트 방안은 추후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