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9000억원 증자로 리스크 방어…IMA 인가 유리한 고지

2025-10-09     조윤호 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위험요인(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며 종합투자계좌(IMA) 인가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업계 상위권 자기자본 규모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확장을 이어온 만큼 금융당국이 인가 심사에서 중시하는 '중장기 위기대응 능력'  평가에 이목이 쏠린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조정영업용순자본비율을 기존 170.0%에서 1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9월 말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확충이 완료되면 자기자본은 10조5000억원에 달해 증권업계 상위권 지위를 굳히게 된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요건은 이미 충족한 상태지만, 이번 증자는 IMA 인가 과정에서 리스크 흡수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7000억원 유상증자, 5000억원 후순위채, 7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한투증권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위험익스포져 부담을 안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져 비율은 2022년 말 341.9%에서 올해 6월 말 281.2%로 낮아졌지만, 대형 증권사 평균치인 229.4%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부동산금융 익스포져가 자기자본의 42%에 달하는 4조40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77%, 중·후순위 비중이 41%에 이른다. 해외 부동산금융도 전체의 13% 수준을 차지해 글로벌 경기 둔화 충격에도 노출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투증권의 자본 확충은 단순한 외형 키우기가 아닌, 위험자산 확대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흡수하는 방어막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발행어음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차환위험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2021년 말 8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8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업금융 10조7000억원, 부동산 2조4000억원, 기타 4조9000억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만기가 1년 이내다. 다만 발행어음 운용마진율은 1.3%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해 리스크와 수익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황이다.

또 2023년 이후 부동산PF 충당금 적립과 평가손실 인식으로 건전성 지표 악화를 경험했지만 선제적 충당금 확대로 지표를 다시 안정시켰다. 따라서 이번 증자 효과로 위험 부담을 덜고 재무안정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리스크 확대를 자본 확충으로 방어하면서, IMA 인가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재무비율 개선을 넘어 금융당국 심사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IMA 인가 과정에서 자본 규모 자체보다도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의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본다. 한투증권이 자본 확충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입증한다면, 인가 절차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그룹 차원의 자본 지원이 향후 배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투증권은 한국금융지주 내 이익 기여도가 높은 만큼, 대규모 자본 확충 뒤에는 지주 차원의 배당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 여력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향후 IMA 인가 이후에도 위험자산 운용과 배당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본 확충이 아니라 리스크 흡수력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며 "IMA 인가가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당국 심사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