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유안타, 펀드부터 IR까지 끈끈한 신뢰 확인
유한양행이 금융권과 손잡고 오픈이노베이션 판을 새로 짠다. 회사는 유안타금융그룹과 함께 백신·바이오 특화 펀드 출자부터 공동 기업설명회(IR) 개최, 인사 교류까지 이어가며 제약-금융 협업의 새 흐름을 만들고 있다.
유안타그룹, 유한양행 간접투자 허브 역할
10일 유한양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유안타증권의 자회사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K-바이오백신 블록버스터 사모투자합자회사 펀드에 출자 약정을 맺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올 반기보고서 기준 남은 출자 약정액은 약 34억원으로 이는 향후 2028년까지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순차 집행될 예정이다.
유안타 K-바이오백신 블록버스터 펀드는 지난 2023년 말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보건복지부와 손잡고 만든 백신·바이오 특화 사모투자합자회사(PEF)다. 정부 자금 600억원, 민간 자금 900억원 등 총 1500억원이 결집했다.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유안타와의 협업은 유한양행에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한 단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신약개발 중심 기업 위주로 직접투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기기·진단·유전자치료 등 비핵심 분야 바이오텍에 대한 간접투자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4월 LP(유한책임출자자) 약정과는 별개로 합자회사에 약 2억원을 투입해 지분 일부를 확보하면서 유안타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나선 바 있다. 해당 지분 가치는 유안타가 투자한 일부 바이오벤처들의 임상 진전, 기술 특례 상장 추진 등이 반영되면서 올 반기 기준 약 16억원으로 상승했다. 1년 만에 투자 원금 대비 약 8배 불어난 수치다.
두 회사는 최근 연합 펀드로 또 한 번 뭉쳤다. 유안타 측은 지난 8월 말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재단)과 총 157억원 규모의 'KIMCo–유안타 초기 바이오·제약사 연합 펀드'를 운용키로 했다. K-바이오백신 블록버스터 펀드가 2·3상 등 후기 임상에 진입한 바이오텍에 집중한다면 해당 펀드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을 목표로 한다. 유한양행은 이번 펀드에도 주요 출자자로 이름을 올려 국내 바이오 벤처 생태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바이오 IR 공동 주관' 오픈이노 파트너십 완성
유한양행과 유안타그룹의 협력은 투자금융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 본사에서 '인베스트먼트 데이(Investment Day)'를 공동 주관하며 바이오텍 투자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이번 행사는 유한양행이 그간 직접 투자해온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을 국내외 투자업계에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피투자사와 자본시장을 중간에서 연결해 외부 자본 유입을 촉진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행사에는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이뮨온시아 △다중표적항체 기술 보유기업 프로젠 △개량신약 개발 전문기업 애드파마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 △천연물 연구 기반 프리미엄 헬스&라이프 솔루션 전문기업 유한건강생활 등 5개사가 참여했다. 각사 주요 임원들이 발표자로 나서 사업 현황과 성장 비전을 공유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거나 상장을 완료한 바이오벤처로, 유안타증권이 직접 피투자사 선정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 제약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증권사가 공동 선정해 IR 무대에 세운 건 이례적인 협업 사례로 평가된다.
유한양행은 또 최근 투자관리팀장에 양석모 전 유안타증권 연구원을 영입하며 양사 간 시너지를 조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인베스트먼트 데이 역시 양 팀장이 기획과 운영 전반을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피투자사들이 자본시장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판단에서 제약업계 최초로 인베스트먼트 데이 행사를 마련했다"며 "향후 반응을 검토 후 지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