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전환 가속' 카카오게임즈, R&D 비중 34.9%로 '쑥'

2025-10-12     최이담 기자
카카오게임즈 사옥/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가 2022년부터 3년간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게임 개발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비게임 자산을 정리하고 확보한 자본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입하는 내부 리밸런싱(Internal Rebalancing)이다.

회사는 넵튠(1650억원)과 카카오VX(2595억원)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 4245억원을 R&D와 리파이낸싱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R&D 비중 3년 만에 두 배

12일 카카오게임즈의 사업보고서 및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22년 16.3%에서 2025년 상반기에는 34.9%로 증가했다. R&D 비용은 1309억원(2022년)에서 1688억원(2024년)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비게임 부문 매각으로 매출(계속 영업 기준)이 8013억원에서 6272억원으로 축소되면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상승했다.

R&D 비용 구성을 보면 △내부 인건비 약 74%  △외주 및 기술용역비 17% △엔진·AI·블록체인 기술 투자 5%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R&D 비용 중 비용 처리분과 무형자산 자본화분을 합산한 결과 자본화 비율이 2022년 57%에서 2025년 상반기 71%로 높아졌다. 이는 R&D 지출이 단순 비용이 아닌 콘텐츠 자산 축적 중심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매출 구조도 변화했다. PC 매출 비중은 2023년 7.0%에서 2025년 상반기 17.4%로 10% 이상 증가했다. 크로노스튜디오의 콘솔 대작 '크로노 오디세이'와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차기작 등 AAA급 신작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모바일 중심 퍼블리셔에서 PC·콘솔 개발사로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R&D 투자 추이/ 표=최이담 기자

 

넵튠·카카오VX 정리로 4000억원 확보

R&D 집중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넵튠(게임 개발)과 카카오VX(골프 플랫폼) 정리가 있다. 두 건의 매각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진 전략적 선택이었다.

넵튠은 2021년 인수 당시 '내재적 개발력 확보'를 위해 들여온 회사였다. 그러나 자체 개발 인력 확충과 라이온하트·엑스엘게임즈·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등 자회사 라인업이 완성되면서 역할이 중복됐다. 2025년 4월 크래프톤에 1650억원에 매각하면서 관계기업 처분이익을 확보하고 R&D 투자금 회수와 현금 유동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카카오VX 매각은 재무 리스크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골프 예약·스크린 사업 등 비게임 영역인 VX는 2024년부터 '중단영업'으로 분류됐다. 회사는 먼저 VX의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34.8%(156만주)를 1623억원에 매입해 풋옵션형 부채를 제거하고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후 2025년 10월 VX 지분 전체(450만3179주)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회사 IVG에 2595억원에 처분하며 매각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FI의 지분 되사주기 약정(풋옵션 성격)을 실행·정리하면서 그 약정을 반영해 잡아두던 평가 부채가 제거됐다. VX 정리는 단순 자회사 매각이 아니라 연결 손익 구조를 안정화시킨 회계적 리셋이 된 것이다.

두 건의 매각으로 발생한 총 매각대금은 4245억원이며, FI 지분 매입(1623억원)을 반영한 순현금 유입은 약 2622억원이다. 이 자금은 R&D 및 리파이낸싱(1900억원 약정)에 투입됐다. 2025년 반기보고서에서 중단영업 손익 항목이 완전히 사라지고 게임 부문 중심의 손익 구조가 복원됐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주요 내역/표=최이담 기자

 

다장르 포트폴리오 구축

비게임사업 정리와 R&D 재편을 마친 카카오게임즈는 확보한 자본을 IP 확보와 글로벌 신작 라인업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에만 4건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며 다장르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 상반기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C'를 시작으로 △타이니펀게임즈의 '던전 어라이즈' △슈퍼캣의 '프로젝트 OQ' △벨루가의 '호두(가칭)' 등 4종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며 다장르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또 올해 9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가디스오더'를 글로벌 출시했다. 가디스오더는 출시 후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 1위를 기록했다.

2026년 출시 예정인 PC·콘솔 AAA 타이틀들이 글로벌 확장의 핵심이다. 크로노스튜디오의 '크로노 오디세이'는 올해 6월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에 200만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리며 국내 게임사 중 최대 규모의 비공개테스트(CBT)를 진행했다.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지난해 소니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공개됐고,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모바일·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 Q'는 2024년 11월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의 오픈월드 좀비 생존 게임 '갓 세이브 버밍엄'은 팍스 이스트, 게임스컴 2025 등 해외 주요 게임쇼에 출품되며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R&D 집중으로 2025년 상반기 계속 영업 기준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는 개발비 선반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연구개발 집행이 비용으로 먼저 반영되면서 손익이 일시적으로 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핵심 자산 정리와 비용 구조 재편을 통해 R&D는 단순 비용이 아닌 IP 생산을 위한 자본 투자로 전환됐다. 향후 신작 출시 시점부터 개발사 중심 체질의 실적 개선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