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R&D 조직 전환점…'옛 실세' 오세웅 사직에 김열홍 행보 '주목'

2025-10-11     김나영 기자
오세웅 전 유힌양행 중앙연구소장(왼쪽)과 김열홍 R&D 총괄 사장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유한양행의 연구개발(R&D) 조직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유한양행 R&D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오세웅 전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기존 중앙연구소 중심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에 2년 전 영입된 김열홍 R&D 총괄 사장이 주도하는 신약 개발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사장은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차세대 항암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신약 파이프라인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세웅 연구소장 사직, 2년 새 확 바뀐 R&D 조직

유한양행 연구개발 조직 구성 /자료 = 공시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이 최근 사직했다. 정식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은 가운데 연구소장 대행은 중앙연구소 부소장 겸 합성신약부문장인 최영기 전무가 맡고 있다.

오 전 부사장의 향후 거취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했던 일 외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사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전 부사장은 서울대 수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1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2020년 3월 중앙연구소장으로 선임된 이후 R&D 부문의 핵심 인력으로서 렉라자를 포함한 유한양행의 신약 연구를 총괄해온 인물이다.

14년간 유한양행에만 몸 담았던 오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유한양행의 R&D 조직 변화에도 눈길이 쏠린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조직은 약 2년 전인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임상의학부문, 의약품개발실, 헬스케어개발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중 오 전 부사장이 총괄한 중앙연구소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제조공정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유한양행 R&D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인력 구성 역시 2022년 말 기준 345명 중 중앙연구소 소속만 237명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이 같은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유한양행이 지난 2023년 3월 R&D 총괄 사장직에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 출신인 김열홍 사장을 영입하면서부터다. 신설된 R&BD 본부와 함께 중앙연구소와 임상의학부문이 사업본부급으로 격상했지만 이는 모두 김열홍 R&D 총괄 사장 직속으로 개편됐다. 지휘권이 연구소장에서 R&D 총괄로 이동한 셈이다. 이중 R&BD본부는 파이프라인 기획과 우선순위 조정, 기술 도입 등을 담당하는 핵심 R&D 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 사장은 올 초에도 RA실(규제업무), PV실(의약품 안전관리)을 신설해 직속에 두는 등 연구개발 조직을 전략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김열홍식 '선택과 집중' 가속화 전망

업계는 오 전 부사장의 사임으로 R&D 조직 내 김 사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거라 보고 있다. 특히 후보물질을 양적으로 확대하기 보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온 김 사장의 전략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김 사장은 △종양 △심혈관·신장·대사 △면역·염증 등 3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김 사장이 합류한 이후 유한양행의 주요 파이프라인도 변화를 맞았다. 유한양행의 2022년과 올해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회사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수는 2년 전과 동일한 30개지만 방향성은 달라졌다.

가장 큰 폭으로 변화한 건 종양 부문이다. 김 사장은 2년간 전임상 단계에 있던 면역항암 과제를 다수 정리하고 표적·고형암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했다. 교체한 파이프라인 개수만 총 8개로 전체 종양 파이프라인(14개) 중 절반을 웃돈다. 이외에도 혈관·신장·대사 및 면역·염증 분야에서 일부 파이프라인 재편이 병행됐다.

여기에 김 사장은 최근 TPD 기술을 차세대 핵심 플랫폼으로 강조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프레이저테라퓨틱스와 TPD 기반 항암 신약 공동연구 계약을 맺으며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개발 조직은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부서 간 균형을 새롭게 조정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R&D 인력은 2022년 말 345명에서 2024년 상반기 449명으로 약 30% 증가했다. 중앙연구소 인력 역시 237명에서 292명으로 늘었지만 전체 대비 비중은 69%에서 65%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김 사장이 R&BD본부와 임상의학본부 등 전략·임상 부문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R&D 조직은 현재 오 전 부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한 것 외 큰 변화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김열홍 사장이 총괄하며 제시해온 방향대로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