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콜마비앤에이치, 남매갈등 ‘휴전’… 불안한 동거 속 경영권 불씨 여전
콜마비앤에이치가 윤여원·이승화 각자대표 체제 전환을 추진하며 조직개편에 나선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을 가진 가운데 여동생인 윤 대표가 직을 유지하면서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친인 윤동한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가족 간 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사업 확장과 조직재편 과정에서 윤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불안정성도 지속되고 있다.
윤여원 대표, 일단 경영권 유지
13일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회사는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윤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이룬 상황에서 역할 분담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 사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윤상현·윤여원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이 일시 봉합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부진을 이유로 이사회를 재편하고 본인과 이 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부친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강하게 반발해 갈등은 가족 간 법적 분쟁으로 확산됐다.
콜마홀딩스는 이번 인사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생명과학 전문기업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 측은 기존 건강기능식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콜마비앤에이치는 건기식 기획·연구개발(R&D)·제조를 아우르는 일괄수탁생산에 특화됐다. 회사는 면역력, 장 건강, 혈당 개선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생산해왔지만 향후 생명과학 분야로 확장되면 헬스케어, 신소재 기반 기능성 원료, 유전체 기반 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이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체제가 구축될 경우 윤 대표는 기존 건기식 ODM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이 전 부사장은 생명과학 분야 신사업 발굴과 전략기획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부사장은 바이오 산업 전반의 전략 수립 및 실행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글로벌 컨설턴트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7년간 근무한 후 2014년 CJ그룹에 합류해 CJ프레시웨이, CJ CGV, CJ제일제당, CJ 등 주요 계열사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맡았다. 특히 2023년에는 CJ제일제당이 레드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성한 전담 태스크포스(TF) 수장으로 선임돼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과 바타비아바이오 간 시너지 전략을 총괄하기도 했다.
"각자대표 체제, 임시 조치에 그칠 수도"
다만 ‘투톱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제기된다. 표면적으로는 경영 갈등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부친이 아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 소송이 여전히 철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윤 부회장의 콜마홀딩스 최대주주 지위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윤 대표의 경영 기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콜마비앤에이치의 생명과학 중심 리포지셔닝은 그룹 계열사인 HK이노엔과 사업 영역이 겹친다는 점도 변수다. 전문의약품(ETC) 사업을 하는 HK이노엔은 바이오의약품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어 재계 일각에서는 양사 간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부회장이 그동안 윤 대표의 경영부실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만큼 조직효율화를 명분으로 대표 교체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HK이노엔은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된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콜마홀딩스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을 중심으로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22년 525억원, 2023년 659억원, 2024년 882억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윤 부회장은 인수 초기 강석희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로 HK이노엔을 이끌다 2020년 10월 대표에서 물러난 뒤 현재는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경영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현재는 전문경영인인 곽달원 대표가 단독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생명과학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윤 부회장의 의중이 조직 전반에 반영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간의 신경전이 계속된다면 윤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고 각자대표 체제도 임시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권 재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