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3분기 KAI 지분 대량 매도...'주가급등' 차익실현

2025-10-13     김덕호 기자
한국항공우주 사천 본사 /사진 = KAI 제공

 

한국항공우주(KAI)의 주요 주주인 피델리티가 올 3분기에만 대규모 주식 청산을 단행했다. 2대주주 자리를 국민연금에 내주고 3대주주 지위로 내려왔다. 중단기 상승동력이 악화되자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2023년 4월 KAI 지분을 5% 이상 매입하며 주요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때 9.99%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올 2분기 이후에는 꾸준히 장내 매도를 통해 지분을 줄이고 있다. 6월말 9.06%였던 지분율은 8월말 8.82%, 9월말 7.67%로 낮아졌다. 지난 3개월 사이 매도한 주식은 135만2288주로 공시 시점별 매도액은 △8월 199억900만원(23만755주) △9월 중순 48억2400만원(4만8805주) △9월말 1153억8800만원(107만2728주) 등 총 1401억9942만원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차익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KAI 공시에 따르면 피델리티의 매입 첫 공시(2023년 4월) 당시의 평균 매입단가는 1주당 약 4만9854원이다. 최근 공시한 평균 매도가격은 10만7565원이다. 최고점(11만880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피델리티 이 외에도 지난 2년 사이 상당한 시세차익을 봤다. 올 2월 이후 KAI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 초 5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3월말 8만원대, 6월말 9만원대로 올랐다.

 

자료 = 전자공시시스템

 

피델리티 지분율이 7%대로 낮아진 것은 올 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134만5189주를 매도하며 지분율을 6.91%로 낮췄다. 그러나 3월 부터 다시 매입을 시작해 4월에는 9.38%로 지분율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방산호황, 정부의 주가 호재가 겹치며 투자자들이 몰렸고 주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에 대해 철수보다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산주 고평가 논란 △신규 수주 정체 △대표이사 공백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연초 대비 두 배 오른 상황에서 외국계 자금이 성장 확신보다 현실을 택한 리스크 관리형 매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피델리티의 매매 패턴은 KAI의 대내외적 이슈와 일정한 상관을 보인다. 지분율을 9.99%로 높였던 2023년 4월부터 9월까지 △FA-50 폴란드 2차 물량 본계약 △KF-21 블록2 양산 관련 정부 예산 확정 등 대형 호재가 집중됐다.

반면 올 2월에는 △KF-21 양산 지연 논란 △계엄 후 대표이사 공백 이슈로 매도 전환했다. 올 4월 재매입에 나섰지만 하반기에는 △헬기 및 경공격기 수주 지연 △전자전기 경쟁입찰 탈락 등 새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자 매도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가 수익 실현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리밸런싱 과정"이라며 "최근의 매도는 주가 상승 요인이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새로운 요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