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리스크 진단]④ KB손보, 회계·상품 입체적 제어…"안정적 자본구조 유지"

2025-10-13     박준한 기자
서울 강남구 KB손해보험 전경 /사진=박준한 기자

보험업권의 신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정착 단계에서 KB손해보험이  자본건전성 개선과 수익성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듀레이션갭, 기본자본 체력, 상품 리스크까지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면서다.

1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K-ICS비율 안정화와 자산·부채구조의 조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장기금리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을 고도화하고 상품개발 단계부터 리스크총괄책임자(CRO)가 직접 참여하는 심의 절차를 거쳐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검증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K-ICS 대응력 강화…자산·부채 양방향 관리

KB손보는 IFRS17 시행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기반 가치중심'의 경영관리 체계를 도입해 수익성과 리스크를 함께 다루고 있다. 신계약 가치가 높은 보장성 중심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되 K-ICS의 영향도를 고려해 연만기·무해지 상품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K-ICS비율 안정화를 위해 금리 리스크와 듀레이션갭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며 "20년 이상 장기 국고채와 국채선도를 활용해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동시에 부채 측면에서는 무해지 상품 비중을 제한하고 연만기 상품을 늘려 듀레이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용자본(K-ICS비율 중 분자에 해당하는 요소) 측면에서는 순이익 확대를 통한 이익잉여금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요구자본(분모) 관리 측면에서는 내부모형승인제도를 활용해 장기보험 리스크를 감축하고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이용한 기본자본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무적 리스크(보험·시장·신용·금리)에 대해서는 연간 한도를 설정해 LOB(기업의 조직구조, 재무보고, 전략수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기준)별 자본을 배분·측정하고 평판·전략·법률 등 비재무 리스크는 바젤 기준의 운영 리스크 관리체계를 적용해 전사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재무·비재무 리스크를 분리·통합 관리하는 구조로 K-ICS 체계에서의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KB손해보험의 최근 3개년 K-ICS비율 추이 /자료=KB손해보험 2분기 정기 경영공시

 

상품개발 단계부터 CRO 거부권 부여

KB손보는 상품개발 과정부터 ALM 관점의 리스크 검토를 강화하고 있다. 신상품은 보험·금리 리스크가 반영된 수익성 기준으로 사전에 검토되며 일정 수준(최저수익성 GL) 이상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판매가 제한된다.

최저수익성 GL은 금리변동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해도 최소한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정된 기준선이다. 상품별 수익성과 리스크를 이 기준에 맞춰 검토하는 단계에서 CRO에게는 '비토권'이 부여된다. 상품 리스크가 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나 ALM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CRO가 직접 출시를 막을 수 있는 구조다.

KB손보 측은 "금리 리스크가 큰 상품은 내부 기준상 수익성이 낮게 평가돼 판매가 불가하다"며 "ALM 관점에서 우량한 상품 위주로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내부의 상품심의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심의회는 리스크 관리, 상품, 재무 부서 등으로 구성돼 신상품 출시 때마다 최저수익성 가이드라인 충족 여부를 점검한다. 이에 따라 상품판매 단계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ALM 정책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게 된다.

KB손보는 재무적 리스크뿐 아니라 평판·전략 등 비재무 리스크를 상품개발 과정에서 함께 고려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인이나 소비자 민원 리스크 등 비재무적 요인을 반영한 상품심사 기준을 도입해 단기 수익성보다는 장기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ALM 기반의 상품 전략과 내부모형 정교화를 바탕으로 변동성 시대에도 안정적인 자본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