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실적 부진 ‘수출마케팅’ ADEX 시험대 오른다

2025-10-14     김덕호 기자
한국항공우주 사천 본사 /사진 = KAI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말 '수출마케팅부문'을 신설하고 조우래 전무에게 해외 영업 전담권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이사 부재와 제한적인 수출 역량이 겹치면서 곧 열릴 ADEX(서울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3년간 매년 수출 담당 부서를 재편하며 수주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2022년 '항공수출추진단'을 신설해 수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고 이듬해에는 수출사업실을 '아시아·유럽·중남미' 담당과 '중동·아프리카·미국' 담당으로 나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도록 했다.

KAI는 지난해 말 또 한 번 조직을 손봤다. 수출마케팅부문을 신설하고 조우래 전무를 부문장에 앉혔다. 1990년 입사 이후 KF-16 라이선스 생산과 KT-1·T-50 수출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수출뿐 아니라 유지·보수, 교육, 현지 생산 등 패키지형 수출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효율적 영업 구조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실적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올 2분기 말 기준 KAI의 누적 수주액은 3조1622억원으로 올해 목표 8조4590억원의 37.4%에 그친다. 이 가운데 정부 및 방위사업청 발주가 확정된 국내 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출 성과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높은 수익을 내는 '완제기 수출'과 '기체 구조물' 부문이 부진하다. 완제기 수출 목표 달성률은 27.4%에 불과하다. 목표로 3조5621억원을 제시했지만 9777억원을 따내는 데 그쳤다. 기체 구조물부문은 달성률 10.5%에 머물고 있다. 하반기에만 5조2968억 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야 연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자료 = 한국항공우주 IR

 

경영 안정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KAI는 차재병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고정익기 부문장을 겸임하는 체제다. 당초 차 부사장은 고정익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였지만 전임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이탈하면서 경영 전반을 맡게 됐다.  

문제는 차 부사장의 업무 영역이 광범위 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중 고정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46.91%에 달한다. 기존 군용기 양산, 정비를 비롯해 △차기전투기(KF-21) 개발 및 양산 △폴란드형 FA-50 개발·양산 등 핵심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겸직에 따른 업무 부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방산전시회(ADEX)를 맞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행사(2023년)에서는 294억달러(35조원) 규모의 수주 상담이 이뤄진 초대형 전시회다. 상담 외에도 기업간 기술 제휴 및 협력 양해각서(MOU), 수출 마케팅이 동시에 진행된다.

KAI는 이번 ADEX에 역대 최다 구성의 플랫폼을 출품한다. 훈련기 2종(KT-1, T-50), 다목적 전투기(FA-50), 차기 전투기(KF-21), 회전익기(KUH, LAH) 등 유인 항공기를 비롯해 군단급 무인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기체 유지·보수(MRO), 우주사업 역량도 함께 선보인다.

다만 정치권 또는 최종결정권자의 도움 없이는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전략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2022년 이후 해외 주요국의 한국 방산기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며 "중동을 비롯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주요국 관계자들이 대거 방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 기업의 수주 마케팅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